- ‘비스트’, 익숙함 피하려다 놓친 서사 [씨네리뷰]
- 입력 2019. 06.26. 09:30:53
- [더셀럽 김지영 기자] 여자만 대상으로 살해를 저지른 연쇄 살인범을 쫓는 형사, 범죄에 연루돼 있었던 조직폭력배는 마약 거래를 하고 있었고 모두 극한으로 치 닿게 된다는 내용의 범죄스릴러 장르는 이미 익숙해진지 오래다. 영화 ‘비스트’는 이런 익숙함을 피하기 위해 무던히 노력하지만 전혀 새롭지 않고 오히려 텅텅 비어버린 전개에 의문점만 남는다.
‘비스트’ 속 강력반 1팀장 한수(이성민)는 과거엔 동료였으나 라이벌인 2팀장 민태(유재명)와 과장직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 민태가 맡고 있던 여고생 실종사건이 한수의 합류와 함께 토막살인사건으로 확장되면서 사건은 더욱 미궁으로 빠진다.
마약브로커이자 한수의 정보원인 춘배(전혜진)는 교도소에서 나와 한수를 찾는다. 한수가 잠깐 한눈 판 사이 춘배는 살인을 저지르고 알리바이가 되어달라고 요구한다. 이와 함께 한수가 수사 중인 연쇄살인 사건과 관련된 정보를 주겠다고 꼬드긴다. 한수는 거절하지 못하고 악의 구렁텅이에 빠지기 시작한다.
기존의 범죄스릴러 장르에선 형사가 범인을 쫓거나 범인보다 더 나쁜 인물이 악을 잡는다는 내용이 다수였다. ‘비스트’는 이의 방향을 틀어 범죄자를 추적하는 과정보다는 한수와 민태의 경쟁구도에 초점을 맞췄고 진짜 범죄자의 모습 혹은 체포는 곁가지에 불과하다.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 전개에 의문점이 들고 영화에 몰입이 되지만 극의 서사가 이해가 되지 않는 것들로 가득하다. 정의로운 형사로 그려졌던 한수는 어느 순간 비리경찰이 돼 있고 살인을 은폐하기 위해서 점점 예민해져가는 한수의 모습은 과하게만 느껴진다. 더군다나 살인사건 수사보다 초점이 돼 있는 두 경찰 팀장의 경쟁, 견제는 그다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특히나 잔인함을 많이 덜었다곤 하지만 여전히 잔인하고 이를 관객의 머릿속에서 상상하게 만든 연출은 15세 관람가를 기대하고 봤던 이들에겐 잔혹하게 느껴진다. 영화의 말미 살인범의 살인 습관 혹은 취미는 더없이 거북하다.
극이 흘러갈수록 예민해지고 자신에게 살인죄가 씌워질까 염려하는 한수의 모습에선 이성민의 전작 ‘목격자’ 속 장면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극한의 긴장감을 조성하려 관객을 구석으로 몰아넣지만 기시감 때문에 구석으로 몰리는 것보다 붕 뜬 느낌만 남는다. 더불어 계속해서 에너지를 폭발하고 분출하는 이성민과 달리 다소 고요한 민태의 성향으로 이성민과 유재명의 캐릭터간의 밸런스는 무너지고 필요 이상이라는 느낌은 떠나질 않는다.
그럼에도 전혜진의 활약은 가장 눈에 띈다. 배우 전혜진의 모습은 지우고 극 중 춘배의 이미지만 강렬하게 도드라진다. 자신임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하기 위한 강렬한 스모키 메이크업, 비대칭 헤어스타일, 온 몸을 뒤덮은 문신은 마약브로커 춘배 자체로 다가온다. 더욱이 ‘비스트’와 동일한 장르의 영화에서 남자 배우가 맡아왔던 역할을 전혜진이 맡으니 신선함도 다가온다.
‘베스트셀러’ ‘방황하는 칼날’ 등 강렬한 스릴러 작품을 연출해왔던 이정호 감독은 ‘비스트’의 연출, 음악 등을 통해 쫀쫀한 스릴러를 갖춰냈다. 극의 전체적인 이해도를 높이는 것 보다 장면마다의 스릴감을 느끼고자 한다면 ‘비스트’가 더할 나위 없는 작품일 터다.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 영화 '비스트' 포스터,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