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박명훈 “근세는 평범한 인물이었을 것” [인터뷰]
입력 2019. 06.26. 16:25:19
[더셀럽 김지영 기자] ※ 본 인터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 ‘기생충은 근세 캐릭터를 알기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워낙 베일에 가려진 캐릭터다 보니 아내에게도 별다른 이야기를 해줄 수 없었고 설사 비밀이 난로 날까 SNS도 접었다. ’기생충‘으로 장편영화에 화려하게 데뷔한 배우 박명훈의 얘기다.

박명훈은 인연이 닿지 않았던 연극영화과 낙방 후 군대에서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좋아하고 하고 싶었던 연기를 다시 도전하기로 결심했고 학문적으로 배우는 것보단 몸으로 부딪히고 싶어서 무작정 대학로에서 포스터를 붙이는 것부터 시작했다. 그 뒤로 20년이 가까운 시간동안 뮤지컬과 연극을 넘나들었고 다른 시도를 해봐야겠다고 결심하던 중에 독립영화 ‘재꽃’을 만났다.

‘재꽃’이 제 5회 들꽃영화상에서 여러 부문에 올랐고 봉준호 감독이 박명훈을 알아봤다. 봉준호 감독은 들꽃영화상의 심사위원이었고 이를 계기로 둘만의 ‘기생충’ 속 근세가 그려져 나갔다.

박명훈은 봉준호 감독과 만나 근세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근세가 무엇을 하고 살았을지, 어떤 일을 했을지, 일반 회사를 다녔을지 등 자세하게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이들의 결론은 박사장(이선균)네 지하실에서 몰래 숨어살고 있는 근세가 상황 때문에 기이해진 것이지 기이한 인물이 아니라는 것에 도달했다. 박명훈은 근세를 “지나가면 볼 수 있는 평범한 인물, 평범함에 주안점을 뒀다”고 밝혔다.

봉준호 감독과 근세에 대한 배경을 쌓아나갔고 많은 대화들을 했음에도 수개월 뒤 받은 시나리오를 처음 보곤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카페에 앉아 읽기 시작한 시나리오는 다 읽고 나서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고.

“배우는 보통 자기가 맡은 역할을 먼저 보는데 저는 처음부터 그런 것을 신경 쓰지 않고 보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지하에 내려가 있는 근세가 너무 충격적이었다. 이런 시나리오를 본적이 없고 어떻게 구현될까하는 상상도 했었다. 놀라운 시나리오여서 소름이 돋았다. 모니터를 할 때도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거주지가 비정상적인 데다가 근세의 첫 등장 또한 강렬해 충격을 선사한다. 어딘가 모르게 부족한 것 같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상황적으로 ‘그렇게 된 것’이 용납되는 부자연스러운 인물이 근세였다. 박명훈 또한 이와 동일한 맥락으로 캐릭터에 접근해나갔다.

“근세가 살의를 갖고 있는 인물은 아닌데 상황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는 인물이다. 근세는 문광(이정은)이라는 와이프의 인생이 자신의 모든 것이라고 접근했다. 눈앞에서 그런 아내가 죽어가는 모습을 본 후의 행동은 근세의 정상적인 사고 범위 내에서 할 수 없는 것이어서 저는 상황이 사람을 만드는 것에 중점을 뒀다. 근세는 상황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에게 맞은 듯 얼굴이 멍이 든 채로 부어있는 문광이 허겁지겁 들어와 향하는 곳이 지하실이었다. 하염없이 내려가 도달하자 지하벙커 같은 묘한 공간이 나온다. 몸은 성인이지만 정신적으론 유아기의 아이인 것 같은 불편한 느낌을 선사한다. 문광이 음식을 건네고 젖병을 물려주자 아이인 것처럼 음식을 받아먹기 시작한다.

“문광이 근세에게 젖병을 주는 것은 물에 잎사귀를 띄워준다는 이야기처럼 접근했다. 근세가 계속해서 굶었으니 음식이 갑자기 들어오면 탈이 나지 않겠나. 아이와 같은 인물처럼 보기에는 기괴해 보이지만 저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느꼈다. 문광이 근세를 걱정하고 근세가 체하지 않을까하는 생각한 마음이라고 본다.”

‘기생충’의 배우 중 누구보다도 애착을 강하게 드러냈던 박명훈은 영화의 가장 큰 매력으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는 점과 선과 악의 구도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을 꼽았다. 더불어 영화를 볼 때마다 양가적인 마음이 든다고 덧붙였다.

“가진 자와 안 가진 자가 싸우는 게 아니라 가지지 못한 자가 상황 때문에 자기 밥그릇을 두고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본다. 부자가 악도 아니고 선도 아니다. 그렇다고 가난한 사람이 악도, 선도 아니듯이. 평범한 인생을 사는 게 충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의 마지막 과정들은 예상치 못한 허를 찔러서 슬프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고. 여러 마음이 들었다.”



계획을 가지고 살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수많은 실패 끝에 “무계획도 계획”이라고 합리화해버린 기택(송강호), 그저 지하실에 계속 살게만 해달라고 애원하는 근세처럼 현실을 극복하지 않고 살아가는 이들이 있는가하면, 박사장처럼 빠르게 변하는 흐름을 잡아 IT기업 사장이 된 이들이 있을 터다.

박명훈은 현실에 안주하며 혹은 도전해보지 않은 세상에 두려움을 느껴 오랜 시간동안 연극과 뮤지컬에만 몸을 담았다가 마음을 다르게 먹고 브라운관과 스크린에 조금씩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중이다.

“저도 현실에 안주하는 편이기도 하다. 공연을 하면서 오래할 수 있었던 것도 그것에만 안주해서 그랬던 것이 아닌가 싶다. 그 세상에서 나오기 위해 두려워했던 마음도 있었던 것 같고. 근세도 처음에 지하실에 갔을 땐 안주하는 느낌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랜 시간동안 있고 지하실에서 시간을 보내니 거기서 태어난 것 같기도 하고 멍해졌을 것이다. 근세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한다.”

물론 무대 위에서 생활하다 다른 매체에 도전한다는 것에 두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도전한다는 것도 인생이고 새로운 삶을 살고 싶었고 관객이 아닌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한다는 것에 궁금증을 느꼈다.

“공연을 쉬지 않고 하는 배우였는데 이걸 끊고 다른 것으로 갔을 때 보장이 없지 않나. 잘된다는 보장, 꾸준히 하게 된다는 보장. 그래도 그게 인생이니까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 무대에서 쓰는 에너지와 카메라 앞에서 스는 에너지는 어떻게 다를까 궁금하기도 했다. 그래서 뒤늦게나마 도전하게 된 것 같다.”

군복무 중 선택한 직업을 20년이 다돼가는 시간동안 놓지 않고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매력 그리고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결국엔 모든 것을 차치하고 한시도 쉬지 않고 연기를 하는 이유는 즐거움과 행복에 있었다.

“제가 만약에 돈을 쫓거나 부자였다면 느슨하게 했겠지만 저는 아니다. 그냥 계속 꿈을 쫓는 것 같다. 꿈을 쫓다보니까 이런 일이 생기는 것 같고. 연기를 하고 보여줘서 감독님께 오케이 사인을 받아내는 희열도 있고 개봉 후 관객들과 함께 영화를 볼 때의 감탄, 즐거움도 있다. 그리고 가장 큰 연기의 매력은 다양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지 않을까. 한 인물에 머무르지 않는다. 캐릭터를 구현하고 많은 분들이 공감을 해주실 때 제일 행복하고 기분 좋은 지점이 아닐까한다.”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 김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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