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의식하지 않아” 봉준호 감독의 이유 있는 접근법 (기생충) [인터뷰]
입력 2019. 06.27. 17:30:49
[더셀럽 김지영 기자] 감독 본인이 곧 장르가 됐다. 봉준호 감독의 작품엔 그만의 향기가 느껴지며 그 이상 설명할 길이 없다. 천만 관객을 향해 달려가는 영화 ‘기생충’은 봉준호라는 하나의 장르를 입증한 작품이다.

봉준호 감독의 새로운 가족희비극 ‘기생충’을 관람한 후엔 묘한 느낌이 든다. 극 중 장면을 떠올리면 마음이 아파지기도 하고 도리어 웃음이 나기도 한다. 그러나 분명한 건 하나로 정의내릴 수 없는 작품이라는 점이다.

언론배급시사회가 끝난 후 ‘기생충’의 반응을 묻는 주변인들에게 ‘어떤 영화’라고 단정 지어 말할 수 없는 이유 또한 이것이었다. 극 중 반전을 차치하고 한 줄로 정의내릴 수 없는 영화인 ‘기생충’은 이것 역시 봉준호 감독다운 작품임을 보여준 셈이다.

“저는 장르를 인식하지 않는다. 우리도 생활 속에 여러 장르가 있지 않나. 부르기 나름이다. 다 생활이 희로애락이고 감정의 흐름들인데 저는 그런 식으로 접근을 한 것이다. 장르를 의식하지 않아서 그 자체가 장르가 되는 것 같다. 봉준호가 장르가 된다는 말은 기분이 좋다. 그럼 대하기 편해지지 않나. 해외 영화제에서 질문을 받을 때도 편해질 것 같다. ‘저 이러는 거 아시잖아요’ 하면서.(웃음)”

‘기생충’의 발단은 부자와 가난한 자, 두 가족에서 시작했다. 봉준호 감독은 시나리오의 첫 시작이 명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아무도 모르게 묻은 바지의 얼룩 같은, 침투하고 스며드는 이야기를 하려고 했었던 것 같다고 기억을 끄집어냈다.

“칸 영화제에서 인터뷰를 할 땐 도피적인 답변으로 바지의 얼룩을 이야기했었다. 바지에 얼룩이 묻었는데 언제 어디서 튀었는지, 누가 그랬는지 모르는, 이미 몸에 묻어있는 얼룩과 같다고 표현을 만들어서 이야기를 했었다. 최초 스파크가 기억이 나지 않아 그렇게 둘러댄 것이다.”



‘기생충’에는 명확한 선과 악, 통상적으로 굳어진 이미지를 그대로 쓴 것이 없다. 영화의 전개 또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뻗어나간다. 이 때문에 관객들은 걷잡을 수 없는 충격을 받고 브레이크가 고장이 난 자동차처럼 치고 나가던 ‘기생충’은 비극이라는 벽에 부딪혀 엔딩을 맞이한다.

“영화는 이미 결과를 산정해서 출발하는 것 보다는 결과를 예상할 수 없는 전개 속으로 관객들이 들어가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진정한 악당이 영화에 없는데도 이런 파국과 비극이 터지는 것이기 때문에 순차적으로 사건에 걷잡을 수 없게 맡기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기택(송강호)네 가족이 나쁜 짓을 하지만 경제적으로 상황이 어려워서 그런 것이 아닌가. 후반부에 일이 터지지 않았으면 계속해서 일을 잘 했을 것이다.”

충격적인 사건들의 연속임에도 곳곳에 배치된 상황들을 상세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굳이 설명되지 않아도 어렴풋이 이해되는 전개들에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묘한 느낌을 자아낸다. 이는 기우(최우식)의 동네를 어슬렁거리는 정지소(다혜), 쫓겨난 뒤 얼굴이 부어있는 문광(이정은)의 모습 등을 통해서다.

“선택과 집중을 한 것이다. 모든 것을 설명하는 것보다는 상상하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 핵심적인 플롯이나 중요한 게 아니지 않나. 만약 영화가 확장돼서 재구성을 한다면 상세하게 설명할 의사가 있다. 그게 영화의 재미다. 문광이 두들겨 맞은 게 남편을 찾다 실랑이를 벌인 것 일수도 있고 상황이 괴로워 술집에서 술을 마시다가 시비가 붙었을 수도 있다.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게 좋다. 약간씩 더 빠져들게 되니까. 스토리 진행에 방해가 된다면 안 되지만 설명이 안 되는 부분에서 흡입될 수 있다면 괜찮다고 본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살인의 추억’을 비롯해 ‘괴물’ ‘마더’ ‘설국열차’ ‘옥자’ 등 봉준호 감독의 대부분의 작품들은 완전한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는다. 미묘한 우울감이 떠나질 않으며 막연한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 이번 ‘기생충’ 또한 마찬가지다.

“비극적인 결말이라고 묻는다면 100% 부정할 수는 없지만 절망이라기보다는 슬픔 같은 느낌이다. 주인공은 그 집을 사겠다고 의지를 드러내는 희망을 말하고 있지만 그걸 보는 우리의 입장에선 ‘희망이 될까’ 싶다. 최우식을 바라보는 슬픈 감정이 생기는 것이다. 영화가 끝나고 나오는 OST도 희망적인 내용은 아니다. 꾸역꾸역 살아간다는 느낌은 있다.”



봉준호 감독은 매 작품마다 현시대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설국열차’에서는 빈부격차와 권력에 따른 문제를 기차 칸 내의 머리칸과 꼬리칸으로 구별해 비판했고 ‘옥자’에서는 공장식 축산 시대에 고통 받는 동물들을 조명했다.

“소설, 연극, 희곡, 영화 등 다 시대 모습을 반영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본다. 우리는 다 같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지 않나. 형편이 안 좋은 친구들도 있고 친척 안에서도 있고. 그것으로 인해 많은 우리의 삶이 고통 받기도 하고. 그냥 빈(貧)과 부(富)는 우리 삶 자체인 것 같다. 결코 그것에서 자유롭지 않고 오히려 다루지 않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봉준호는 해피엔딩으로 영화의 결말을 맺지 않는다. 우리네의 인생이 하나의 장르로 규명되지 않아 복합적인 장르를 자신의 영화에 구축한 것처럼 사실적인 엔딩으로 즐거움보다는 여운을 선택한 것이다.

“‘설국열차’도 기차를 빠져나와 생태계가 복원된다고 하더라도 아직 복구되지 않은 상황에서 살아나가야 한다. 실낱같은 끈을 잡아야하는 것이다. ‘옥자’도 미자(안서현)와 옥자가 돌아왔지만 예전 같지는 않다. 혹독한 경험을 안고 돌아와서 아프게 성숙한 듯 한 느낌이 있다. 제 영화의 엔딩의 감정들은 항상 그렇다. 희망이 힘겹게 버티고 있는데 결코 녹록치 않다. 그게 오히려 솔직한 것 아닌가. 희망을 주는 엔딩을 하는 것은 마음먹으면 쉽지만 과연 그것이 감정의 어운이 길게 갈 수 있을까. 또 그게 좋은 건가. 모르겠다.”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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