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읽기] ‘남자친구’ 박보검 VS ‘검블유’ 장기용, 페미니즘 남주의 진화
입력 2019. 06.28. 15:52:10

tvN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장기용, ‘남자친구’ 박보검

[더셀럽 한숙인 기자] “페미니즘이 뭐야” 최근 흔하게 나오는 질문이다. 2016년 출간된 ‘82년생 김지영’은 사회에서 여성의 소외를 그려 ‘페미니즘’에 무지했던 한국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이를 시발로 영화나 드라마에서 여성을 남성의 폭력과 성적 착취의 대상으로만 그리는 성 편향성을 거부하는 움직임이 일면서 뒤늦게 미디어는 ‘페미니즘’ 눈치 보기를 시작했다. 여성들을 권력과 재력을 가진 남성들의 온정과 배려의 대상으로만 위치시켰던 드라마들은 여성 시청자들의 분노를 유발하지 않으면서 로망을 충족해주기 위해 성 역전을 시도하고 있다.

tvN의 두 편의 드라마 ‘남자친구’와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는 미디어가 페미니즘을 재현하는데 얼마나 혼란을 겪고 있는지 그대로 보여준다.

지난 1월 종영한 ‘남자친구’는 송혜교와 박보검, 두 톱스타를 페미니즘의 1차원적 시험대에 위에 올렸다. 그간 로맨틱 코미디에서 수없이 반복해온 남성과 여성의 사회적 배경과 역할에서 성별만 뒤바꿔 페미니즘의 본질을 흐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는 장기용을 임수정의 캐릭터를 완성하는 극히 일부분으로 배치했다. 5개월의 시간 차이에 불과하지만 미디어는 1차원적 시도를 했던 이전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남성과 여성의 단순 역할 전도가 아닌 여성을 중심에 놓고 남성을 주변 인물로 밀어내는 과감한 시도를 했다.

두 드라마에서 사랑을 다루는 방식으로만 놓고 보면 ‘남자친구’는 제작진이 제시한 ‘감성 멜로’ 보다 ‘로맨틱 멜로’로,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는 정확한 규정이 어렵지만 ‘오피스 로맨스’ 쯤으로 분류될 수 있다.

tvN ‘남자친구’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다 가진 여자 차수현(송혜교), 능력 있는 여자 배타미(임수정)는 뒤로 하고 차수현의 남자 김진혁(박보검), 배타미의 남자 박모건(장기용)만을 중심으로 끌어오면 페미니즘 시대 남자 주인공 역할론의 진보라는 흥미로운 주제가 부상한다.

‘남자친구’ 김진혁과 차수현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절대 같은 부류일 수 없는 불평등한 위치를 전제함으로써 기존 드라마에서 수없이 반복해온 ‘계급주의’ 설정을 그대로 답습했다.

김진혁은 물질적 풍요는 없지만 공부도 잘하고 성실한데 얼굴까지 잘생긴 우리 집, 우리 동네 자랑 거리다. 이처럼 부족하지만 결핍은 모르고 자란 김진혁은 동화 호텔 차수현을 만나면서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처절하게 깨닫게 된다.

‘남자친구’는 일견 김진혁이 자신의 현재를 있게 한 정신적 풍요로 차수현의 심리적 결핍을 채워주는 꽤 그럴 듯한 스토리인 듯 보인다.

그러나 김진혁의 정신적 풍요는 장황하게 늘어놓은 아름다운 장면에서만 존재할 뿐 이를 받쳐줄 설득력 있는 서사를 제시하지 못해 ‘감성 멜로’보다는 로맨틱 코미디의 한없이 밝고 긍정적인 ‘캔디’ 사슬에 묶였다.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배타미와 박모건은 현대 민주주의가 설파한 능력중심 사회에 걸맞게 집안 배경이 아닌 본인의 역량만으로 소위 성공한 직장인 반열에 오른 대등한 설정에서 출발한다. 박모건은 사랑에서는 약자일 수 있으나 사회적 능력치에서는 배타미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이처럼 대등한 지위 설정은 그간 드라마 속 사랑이 늘 ‘폭포 효과’처럼 재력과 권력의 선순환 흐름처럼 그려지는 한계에서 벗어났다.

단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는 여자와 남자의 나이 차이를 10살 연상연하로 설정함으로써 역시나 ‘나이가 권력’으로 여겨지는 보수주의 사회의 틀을 극복하지 못했다. 박모건은 사회적으로 동등한 지위를 가졌음에도 연하라는 이유로 늘 배타미 앞에서 작아질 수밖에 없는, 상대의 선택과 결정을 기다리는 수동적 존재로 그려진다.

물론 여기에도 역전은 있다. 상대를 바라보기만 하는 듯하지만 실은 상대의 선택과 결정을 유도하는 능수능란한 옴므 파탈 면모를 보인다. 이는 또 하나의 쟁점이 되기에 충분하지만 남성과 여성이 사회적 갑을 관계에 종속되지 않는 대등한 지위를 확보했다는 사실만큼은 흔들리지 않는다.

‘남자친구’는 전혀 다른 부류의 배경을 전제해 남성과 여성의 단순 미러링에서 벗어나지 못한 반면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는 비슷한 부류의 배경을 전제해 감정의 약자일 수는 있어도 사랑이 계층 사다리 역할을 하는 설정에서는 완전히 탈피했다.

'검색어를 입럭하세요 WWW'가 여성들에게 통쾌하게 다가가는 이유 중 하나가 박모건을 비롯한 남성들의 서사가 축소 혹은 삭제됐다는 점이다. 한 20대 여성은 “남성이 여성 주인공의 주변인물로 밀리면서 박모건이 배타미와 함께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그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전혀 모른다. 박모건에 대한 불필요한 설명이 없는 것이 좋다”라며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가 여성들에게 통쾌하게 느껴지는 지점을 정확하게 언급했다.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는 가진 자가 없는 자를 간택하는 방식이 아닌 철저하게 ‘사랑’이라는 감정에 집중한다. 무엇보다 사랑이 이 드라마의 갈등의 축이 아닌 일과 사랑을 완전히 분리함으로써 사랑 때문에 왕좌도 버린 윈저공 신드롬에서 빠져나왔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tvN ‘남자친구’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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