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읽기] ‘60일, 지정생존자’ ‘보좌관’ 정치물의 리얼리티, 숨 막히는 스릴러
입력 2019. 07.02. 15:58:33
[더셀럽 한숙인 기자] 정치는 그 자체로 스릴러다. 최근에는 극악한 범죄를 추적하는 스릴러 보다 타임 슬립 형식을 도입한 ‘시그널’, 가족 드라마의 외양으로 잔혹함의 수위를 더한 ‘SKY캐슬’이 ‘정형성’ 논란에서 완전히 벗어나 스릴러의 지평을 확장해 주목받았다.

여기에 최근 정치가 스릴러의 소재로 다뤄지면서 기존 드라마들과는 다른 현실감으로 전혀 새로운 긴장감을 형성하고 있다. 정치가 코미디 판이라는 비난은 역으로 대중과 거리감을 좁히는데 기여했지만 정치판을 감싸고 있는 생태계를 움직이는 ‘그 무엇인가’는 여전히 ‘그들만의 리그’ 안에 남아있다.

드라마 명가 tvN, 신선한 소재를 앞세운 新드라마 제국 JTBC는 각각 ‘60일, 지정생존자’ ‘보좌관’으로 정치가 처음부터 끝인 ‘정치물’을 방영하고 있다.

정치물은 MBC ‘제1공화국’(1981년)부터 80년대 군사정권 ‘제5공화국’(2005년)까지 ‘영웅물’ 뉘앙스가 다분한 ‘공화국’ 시리즈가 전부였다. 이후 정치판은 정재계 음모의 배경으로만 등장했을 뿐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금기시되기조차 했다.

그러나 ‘보좌관’과 ‘60일, 지정생존자’ 두 드라마는 정권 수립의 정당성을 설파하는 것이 아닌 정치판의 생태계를 날 것 그대로 전달한다.

‘보좌관’은 소위 ‘킹메이커’라 불리는 정치인 보좌관의 숨 막히는 24시간을, ‘60일, 지정생존자’는 진정한 대통령으로 거듭나는 대통령 권한대행의 성장기를 그린다.

언뜻 밋밋하기 그지없는 드라마로 보일지 모르지만 이보다 더 깊은 갈등과 메시지가 깔려있다.

‘보좌관’은 국회를 하나의 거대한 체스판처럼 묘사한다. 그러나 체스판을 움직이는 플레이어로서 보좌관이 아닌 체스판 안으로 뛰어든 플레이어로서 보좌관을 그림으로써 게임과는 다른 현실감이 부각된다.

‘60일, 지정생존자’는 정치인의 성장기는 외피일 뿐 국회의사당 폭파 사건에 접근해가는 과정 속에 드러나는 정치판의 치졸한 이면을 그린다. 이 드라마는 첫 회에서 대통령은 한 명의 인물이지만 대체 가능한 존재라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로 서두를 열었다.

두 드라마는 같은 듯 확연히 다르다. ‘보좌관’은 숨 가쁘게 돌아가지만 극적 장치가 최소화 된 리얼리티 드라마를 보는 듯 생생하다. 반면 ‘60일, 지정생존자’는 국회의사당 폭발과 대통령 권한대행 추대로 장중하게 시작해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하지만 실사 게임처럼 오히려 비현실적인 색채가 강하게 풍긴다.

스릴러 관점에서 본다면 ‘60일, 지정생존자’는 명확한 정치 스릴러다. 그러나 보좌관은 스릴러 요건을 갖추지는 않았지만 정치판 자체가 스릴러라는 전제가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같은 팀조차 믿을 수 없는 스토리 전개가 스릴러의 긴박감 요건을 충족하고도 남는다.

‘60일, 지정생존자’는 영화 ‘공작’의 배경인 1993년을 2019년으로 옮겨온 듯 남북 이데올로기가 정치판에서 어떻게 악용되는지가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정치 스릴러에 전 국민의 보편타당한 정서를 파고들 수 있는 대통령 권한대행 박무진(지진희)의 성장기까지 더해져 앞으로 전개에 관심이 쏠린다.

‘보좌관’은 ‘킹’을 꿈꾸는 킹메이커 장태준(이정재)의 거침없는 투사 기질이 드라마 전반을 차지한다. 장태준은 잘난 외양을 가진 능력자이지만 실은 선이 욕망으로 인해 일그러지면서 악과의 경계가 모호해진 인물이다.

정치판에 극적 요소를 부각하지 않았음에도 긴박감이 넘쳐 정치가 드라마 소재로 얼마나 매력적인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강선영(신민아)과 연인 관계라는 설정이 공과 사를 어지럽게 오가면서 신선할 수 있었던 정치물의 긴장을 떨어뜨리는 우를 범했다.

그럼에도 회를 거듭하면서 정치 전면에 나서기 위한 장태준의 욕망이 구체화 돼 긴장을 높인다. 이 연장선상에서 시즌1이 어떤 방식으로 새로운 시작을 알리며 시즌2의 판을 만들어줄지 궁금증을 자극한다.

정치물이 기업 비리를 다룬 드라마와 다른 점은 장중함이다. 최 상위 권력층을 다루는 만큼 깍듯한 예의가 배어나는 무게감은 정치물이라는 정체성을 명확하게 함과 동시에 어두운 이면의 예측할 수 없는 깊이를 상징하는 효과를 낸다.

‘60일, 지정생존자’는 남북 평화의 당위성을 알리는 계몽 드라마로, ‘보좌관’은 정치판에서 벌어지는 로맨스로 비화될 수 있다.

이러한 함정에도 이들 드라마는 그간 배경에 머물러 온 정치판을 중심을 끌어냈다는 점과 그 어떤 스릴러보다 긴박감 넘치게 갈등을 전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양의 시대에서 질의 논리로 전환되고 있는 드라마 시장의 성장에 중요한 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JTBC ‘보좌관’, tvN ‘60일, 지정생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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