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읽기]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이다희 임수정 ‘킬힐’의 역공
입력 2019. 07.11. 15:40:18

tvN ‘검색어를 입력학세요 WWW’

[더셀럽 한숙인 기자]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는 드라마에서 규정해온 남성 중심의 사회적 정서를 뒤집어 이다희 임수정 전혜진, 3인의 아슬아슬한 워맨스를 그리고 있다.

전혜진의 완화된 머스큘린룩과 임수정의 절제된 페미닌룩은 각기 다른 스타일임에도 직장인들의 정형화된 매너의 범주를 고수하는 엄격함으로 공통분모를 이룬다. 반면 이다희의 화려한 패션은 마치 제 3의 인물처럼 이들과 한 발 떨어진 거리에서 이들 각자와 다른 코드의 교집합을 이루며 팽팽한 긴장감을 형성한다.

지난 11일 방영된 tvN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11회에서 차현(이다희)은 적대감을 드러내는 송가경(전혜진)의 공격에 순간 무력해진 배타미(임수정)의 손목을 잡고 가경에게서 그를 구해낸다. 서서히 멀어져가는 차현과 타미의 뒷모습을 클로즈업한 카메라의 시선과 소리는 이 둘의 킬힐에 맞춰지면서 관습적으로 규정된 ‘여성성’의 틀에 의문을 제기하는 저릿한 통쾌함을 선사한다.

송가경(전혜진)은 퇴사자 인트라넷 메일 열람을 위한 승인 사인을 받아야 함에도 배타미(임수정)에게 부탁이 아닌 상처가 되는 말을 쏟아내고 차현(이다희)은 그런 가경의 가장 아픈 곳을 건드린다.

가경은 “네가 대체 뭘 아는데. 나에 대해서 내가 변했다고 지적하고 싶니? 내가 예전을 돌아가길 바라? 우리가 뭐였다고 넌 이렇게 나한테 매달리니 매번”이라며 타미의 행동을 빗나간 애정으로 평가절하 한다.

이에 차현은 “선배가 변한 건 맞아요? 난 선배가 원래부터 이런 사람 이었을까봐 무서워요”라며 자신을 향한 감정의 깊이을 아는 가경에게 비수를 꽂는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타미의 손목을 잡고 돌아서 나옴으로써 가경과의 관계는 빛이 바래고 타미와 새로운 유대로 전이 됐음을 알린다.

이들의 뒷모습은 팬츠와 스커트가 나란히 배열된 구조로 인해 남성성과 여성성의 이분화 된 구조를 띠는 듯하지만 여성성의 상징으로서 킬힐이 남성도 여성도 아닌 ‘인간’으로 이들을 통합해 끈끈한 유대의 메시지를 던진다.

한 치의 오차 없이 슬림피트로 곧게 뻗은 팬츠 슈트를 입은 차현의 팬츠, 뒷판에 슬릿이 있는 타미의 타이트 스커트는 패션의 ‘성’적 차이를 부각한다. 그러나 차현의 강렬한 핫핑크와 타미의 골드 글리터링은 아이템의 성적 편협을 무력화 함으로써 이들을 부치와 팸처럼 남성성과 여성성으로 구분할 수 없음을 넌지시 드러낸다. 이어 카메라 시선이 고정되는 킬힐은 남성성과 여성성을 초월한 성으로서 여성을 재정의 하는 듯한 효과를 낸다.

보호자와 피보호자로 차현과 타미를 규정하는 듯한 설정은 그들이 입은 팬츠와 스커트로 인해 결국 남자에게 보호받는 여자라는 기존 성 권력을 답습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페미니즘에서 규탄하는 ‘킬러 슈즈’로서 아찔한 킬힐이 이 장면에서만큼은 같은 목적을 가진 동료의 유대라는 전혀 다른 의미로 표출된다. 킬힐은 의상이 함의한 남성과 여성의 구분 짓기 마저 결국 편협일 수 있다는 역공을 가하는 동시에 드라마에서 초지일관 유지하는 권력층으로서 여성들의 입지를 한 번 더 강조하는 역할을 한다.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는 ‘남탕’을 전도한 ‘여탕’에 불과하다는 비난을 받고 있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이마저도 그간 권력화 된 남성 중심 드라마에 익숙해진 데 따른 낯설음이 투영된 시각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이처럼 전혀 다른 시각의 대립에도 소위 프로페셔널리스트로 불리는 다수의 여성들은 여성 ‘중심’이라는 첫 시도와 시종일관 그러한 맥락을 놓치지 않는 흐름에 공감과 응원을 보내고 있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tvN ‘검색어를 입력학세요 WW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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