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말싸미’, 송강호X박해일X故전미선이 다시 쓴 훈민정음 창제 [종합]
입력 2019. 07.15. 17:33:38
[더셀럽 김지영 기자] "이 영화가 관객분들에게 슬픈 영화가 아니라 슬픔을 딛고 아름다운 얘기로 남을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하는 마음으로 다잡고 있습니다. (송강호)

세종대왕이 신미스님과 함께 훈민정음을 창제하게 되는 과정을 담은 영화 ‘나랏말싸미’가 베일을 벗었다. 지난달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故 전미선의 유작이 된 ‘나랏말싸미’는 한글의 위대함과 울림을 전한다.

15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코엑스점에서는 영화 ‘나랏말싸미’(감독 조철현)의 언론배급 시사회가 진행됐다. 이날 현장에는 조철현 감독, 송강호, 박해일 등이 참석했다.

'나랏말싸미'는 모든 것을 걸고 한글을 만든 세종과 불굴의 신념으로 함께한 사람들, 역사가 담지 못한 한글 창제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영화.

‘나랏말싸미’를 통해 감독으로 데뷔한 조철현 감독은 우리가 익숙히 알고 있는 훈민정음의 창제 과정이 아닌 세종대왕과 신미 스님이 글자를 만드는 것을 소재로 한 이유에 “이 영화를 만들기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확신할 수 없었다. 그 이후에 많은 책자, 논문, 동영상 등의 행적을 찾아서 탐방도 하고 여러 가지 과정을 거쳤다. 해인사 앞에 대장경 테마파크가 있다. 중국의 송나라 거란, 여진, 일본까지 전파되는 과정을 아시아 지도에다가 전부로 대장경 로드로 표시를 해놨더라. 그것을 보는 순간 충격에 빠졌다”고 말했다.

이어 “대장경 로드일뿐만 아니라 표음문자, 소리문자의 로드일 수도 있다는 영감이 떠올랐다. 결정적인 저작물은 ‘한글의 발견’이라는 책을 보게 됐다. 신미 스님이 했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어떻게 한글을 만드는 데 활용될 수 있을까하는, 아시아의 소리글자는 모두 스님들이 만들었다고 적혀있다. 그런 연구자들의 연구 결과와 해인사 대장경 테마파크에서 본 지도 등이 저에게 영감을 줘서 심도 깊은 다양한 서적이라든가 학계와 이야기를 나눠서 이 이야기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한 “억불정책과 창제는 영화의 기본 전제일 수도 있다. 그래서 세종께서는 비밀리 이 작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본다. 갈등 구조를 외부와의 갈등으로 잡지 않고 가장 내부에 있는 신미 스님과 세종, 한글을 만드는 과정에서 실제로는 경쟁자이기도 한 갈등구조를 그 사이에 넣었다. 세 사람과의 관계를 중심축으로 넣어서 방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한 영화를 제작할 땐 팩트와 허구의 비율이 관건이다. 이에 조철현 감독은 “33년 영화를 하는 과정에서 사극을 가장 많이 참여했다. 사극을 하다보니까 역사공부도 많이 하게 되고 그런 과정에서 배운 게 있다면 많은 자료를 섭렵하더라도 역사적 사실에 대한 탐방과 이게 정말 맞다고 주장할 수 있는 것 인가하는 가능성을 열어놓고 통찰을 배웠다. 그래서 시작할 때 ‘다양한 훈민정음 창제설 중 하나일 뿐’이라고 자막을 넣었다”고 말했다. 이어 “저로서는 넣고 싶지 않은 자막일 수도 있으나 그 누구도 역사에 대한 평가나 판단 앞에서는 겸허해야한다는 관점에서 그런 자막을 넣었다”고 했다.

조철현 감독은 故전미선 배우와의 추억 중 하나를 언급했다. 그는 “도저히 만들 수 없는 대사가 있었다. 전미선 배우님 본인이 직접 만든 대사가 있는데 세종에게 처음으로 영화 속에서 일침을 놓는 장면이 있다. 신미 스님과 두 분이 헤어졌을 때 ‘백성들은 더 이상 당신을 기다려주지 않는다’라는 대사가 직접 만든 대사다. 세상의 모든 리더에게 여성이 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하인드를 밝혔다.

궁중 사극의 여성들과 180도 다른 15세기 중반의 조선을 살았으나 그 누구보다도 현명하고 당당한 현대적인 여성 캐릭터로 생생하게 살아난 소헌왕후에 “평상시 여자들을 존중하고 생각한다. 가장 많이 상처받고 가장 많이 퍼주고 가장 많이 홍익인간의 정신을 일상 속에 구현해온 사람이 여성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조철현 감독은 “‘권력은 이미 경제나 재벌 쪽으로 넘어갔다’는 말이 있지만 저는 여성 쪽으로 넘어갔다고 본다. 영화에는 한 명의 대장부와 두 명의 졸장부가 있다. 여기서 한 명의 대장부는 소헌왕후”라고 애착을 드러냈다.

박해일은 ‘나랏말싸미’를 통해서 신미 스님을 처음 알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 결과물이 만들어지게 된다면 이 영화를 관람해주시는 관객분들이 낯설고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궁금함이 있었다”고 출연계기를 밝혔으며 “배우로서 스님답게 촬영 들어가기 전에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문자에 능통하셔서 그래서 세종대왕과 만났기 때문에 산스크리트어를 배워서 집중도 있게 찍었던 기억이 있다.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시대를 고려해서 신분이 가장 높은 세종대왕과 만나는 태도를 생각하면서 작업에 임했다”고 말했다.

송강호는 “‘사도’의 영조를 연기할 때도 똑같은 마음이었다. 영조도 그렇고 세종대왕도 만나보지 못했고 그 분들이 아주 오래된 조상님이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 만들어온 이미지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많은 드라마, 영화 등의 매체를 통해서 모습이 쌓여서 마음속에 어떠한 이미지가 있을 텐데 그런 것을 깨트리고 창작하는 것이 배우의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그것이 관객들한테는 물론 설득력이 있어야한다. 그런 것이 예술가들의 기본적인 것이 아닐까. 세종대왕이라는 성군의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며 임했다”고 배우로서의 자세를 표했다.

조철현 감독은 세종대왕을 상처가 깊은 사람으로 생각했다. 그는 “왕에 오르기까지 수많은 피비린내 나는 권력 투쟁이 있었고 형님 두 분을 제치고 왕이 됐지 않나. 또 아버지에 의해서 처가를 역적으로 몰아서 몰락시키는 과정 속에서 기본적으로 상처받은 인간이지 않을까”라고 생각을 말했다.

그는 “상처의 이면에는 인간적인 빚이 많다고 봤다. 그래서 군주로서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지점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과음, 류마티스, 당뇨, 지팡이에 의지하지 않으면 걸을 수 없는 등 열악한 조건에서 완수해냈기 때문에 우리가 그를 위대한 성군이라고 보는 것 같다”고 했다.

끝으로 박해일은 “들이 마시는 공기처럼 우리가 흔히 쓰는 우리말을 가지고 작품을 만들었다. 많은 관객분들께서 쉽고 담백하게 영화를 즐기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고 송강호는 “너무 안타깝고 슬픈 일을 겪었고 ‘나랏말싸미’라는 영화가 많은 분들에게 세종대왕의 고난의 역사, 외로움의 고통을 영화관에서 느끼고 생각할 수 있는 소중한 영화로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 권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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