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예퍼즐] 스타의 관문 오디션, 그 오해와 진실
- 입력 2019. 07.24. 14:02:43
- [더셀럽 윤상길 칼럼] 연예인의 삶이 고단하다는 것을 대중은 알고 있을까? 연예인으로 산다는 것은 그리 화려하지 않으며, 오히려 실망과 거절과 고된 노력으로 점철되기 일쑤다. 연예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이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탓에 대중도 으레 자신들의 어려운 사정을 알 것이라고 오해하곤 한다. 하지만 대중은 그 속사정을 알지 못한다. 그런데도 많은 이들이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는다.
지금도 방송국, 영화사, 드라마제작사, 연예기획사 등 어딘가에서 스타지망생들은 기회를 잡기 위해 희망과 절망 사이에서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탈락의 이유도 잘 모른 채, 그저 순위에서 밀렸다는 또는 배역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줄곧 거절당하는 일이 허다하다. 연예인의 삶이란 결코 부러워할 만한 것이 못 된다. 그들의 삶을 채우고 있는 것은 대개가 낙방과 거절이다.
스타지망생의 삶은 견뎌내기 쉽지 않다. 지망생들이 어떻게 그런 삶을 지속할 수 있는지 대중은 이해하기 어렵다. TV에서는 끊임없이 오디션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고, 수많은 연예업계 사이트에도 하루 수십 건의 오디션 정보가 게재된다. 지망생들은 공들여 만든 자신의 프로필을 접수시키고, 오디션을 치러야 한다. 왜 오디션인가? 지망생에게 있어 오디션은 스타 세계의 관문이기 때문이다.
가수의 경우, 방송사 주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오디션이 가장 믿을만한 데뷔 1순위로 꼽힌다. 이 오디션을 통해 스타덤에 오른 몇몇의 가수를 대중이 확인하고 기억하기 때문이다. 물론 적잖게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최근에 문제 오디션으로 설화에 오른 ‘프로듀스X101’ (Met)이 좋은 예이다. 믿고 싶지 않지만, 순위 조작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만약 정말로 투표를 조작했다면, 이는 대국민 사기극이다.
방송사 오디션 프로그램마다 투표 조작 논란은 으레 반복됐었다. 방송사들은 논란 때마다 ‘음모론’을 내세워 사태를 유야무야 시키려 드는데, ‘공익’을 앞세워야 하는 미디어로서 책임 있는 자세는 아니다. 이와 함께 제기되는 ‘악마의 편집’ 논란도 불식되어야 한다. 시청자는 편집으로 만들어진 영상을 보고 누구를 지지할 지 결정하는데, 그 편집이 불공정하다는 게 문제다.
특정인에게 스토리를 만들어주는 식으로 밀어준다든가, 단독 샷을 많이 배치하는 식으로 밀어주는, 소위 ‘악마의 편집’이 종종 지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방송사 오디션 프로그램이 아예 한사람의 인생을 편집하고 제작진 재량으로 누군가를 밀어주기도 하고 벼랑에 세우기도 한다.”란 비난을 받아왔다. 시청자가 뽑는다고 했지만 사실은 제작진이 뽑는 것이란 문제제기이다.
이번 기회에 방송사 오디션 프로그램의 ‘갑질’도 다시 한 번 짚고 넘어가야 한다. 지난해 1월에 종영된 오디션 프로그램 ‘믹스나인’ (JTBC)을 되돌아보면 제작진의 ‘갑질’이 ‘횡포’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요즘 해외 성매매 알선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YG 엔터테인먼트 양현석이 주관한 프로그램이다. 지망생에게는 꿈의 서바이벌 오디션이었는데, 천신만고 끝에 데뷔가 확정된 보이그룹은 YG의 일방적 계약 파기에 의하여 데뷔가 무산, 청소년 가수 지망생의 꿈을 무참히 짓밟아 버렸다.
방송사 오디션이라고 모두 공정한 것은 아니다. 순위 조작에 악마의 편집, 여기에 약속 파기 등 온갖 의혹과 불공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국회의원까지 나서 이를 비난하고 있을까. 24일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프로듀스X101’의 투표 조작을 주장하며 “검찰이 수사해서라도 진상을 밝혀야 한다.”라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은 이 같은 불공정은 “일종의 채용비리이자 취업사기이며, 청소년들에게 민주주의에 대한 왜곡된 가치관을 심어준다.”라고 비난했다.
배우의 경우, 오디션은 지망생에게 일상화된 연기 활동이다. 거의 모든 영상물 제작사들이 공개적으로 오디션을 치루고 있다. 예전에는 주연 조연 등 비중 큰 배역에 한정해 치러지던 것이 최근 들어서는 한 장면, 대사 한 마디의 단역까지도 오디션을 통해 선발하고 있는 추세다. 제작진이 인물 하나하나의 캐릭터 완성에 집중하고 있다는 의미를 지니는 변화이다.
오디션은 제작사의 홈페이지나 필름메이커스, OTR 같은 오디션 전문 사이트에서 쉽게 만날 수 있게 공지된다. 사전에 작품 내용과 지정연기 자유연기 같은 오디션 내용을 안내한다. 오디션 장소는 제작사 사무실이나 제작사와 연계된 스튜디오 또는 연기학원, 기획사에서 실시되고 제작자, 감독, 평론가, 연예기자 등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고, 그 명단은 현장에서 공개된다.
배우 오디션 대부분은 공정하게 심사되고, 개인뿐 아니라 배우 소속사에서 단체로 응모하기도 한다. 화제에 오른 작품이나 유명 감독의 작품의 경우 1만여 명이 지원하고, 보통의 작품에도 최소 1천여 명의 지원자가 몰린다. 상업영화는 물론이며 독립영화, 단편영화, 대학이나 관련교육기관의 실습작품, 영화동아리의 실험작품도 오디션 과정을 거친다. 요즘 많이 제작되는 웹드라마 오디션도 이 과정을 거친다.
아주 드물게 불공정이 의심되는 오디션도 존재한다. 미등록 제작사나 연기자 교육생을 편법으로 모집, 수강료를 챙기려는 무허가 학원, 오디션 등록에 참가비를 요구하는 황당한 제작사, 업계에서 제작이 불가능하다고 평가한 요주의 제작사, 확인이 어려운 외국과의 합작품 또는 외국 작품 등은 오디션 응모 전에 검증의 단계를 거칠 필요가 있다. 몇몇 신뢰하기 어려운 오디션도 있지만 관계자들은 “오디션을 통해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는다.”라고 말한다.
영화 ‘불꽃’을 준비 중인 문신구 영화감독은 “주요 배역 전부를 공개 오디션을 통해 결정했다.”라고 말한다. 그는 이어서 “1천여명에 이르는 지원자 모두가 연기 경력을 쌓은 기성 연기자이어서 선발에 어려움을 겪었다.”라며, “제작진 전체가 불합격자에게 감사의 인사와 함께 하지 못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고 사과의 메일을 보내는데 정성을 쏟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스타 지망생은 누구나 절실한 마음으로 오디션에 참여한다. 몇 년 동안 연습생 생활을 거치고, 각급학교에서 전공하고, 이런저런 학습과 훈련을 통해 크고 작은 현장에 서 본 경험이 있는 지원자들도 원하는 스타의 관문을 뚫는 데는 뾰족한 비책은 없다. 어쩌면 포기할 데 까지 오디션에 계속 참여해야 한다. 그나마 오디션이 가장 정확하고 믿을만한 탈출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예인의 삶은 오디션의 연속이다.
이제 연극연출가 기국서 선생의 응원의 말이 필요한 때이다. “절실함이 만들어낸 선명한 목표를 가지면 당신의 성공은 반드시 다가옵니다. 어떤 것도 절실함을 가진 사람을 이기는 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더셀럽 윤상길 칼럼/ 사진=JTBC ‘믹스나인’, Mnet ‘프로듀스X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