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 안성기, 62년의 연기 생활 그가 말하는 배우란 [인터뷰]
입력 2019. 07.29. 16:10:15
[더셀럽 전예슬 기자] “라틴어에 모든 것을 쏟아 부었어요.”

‘국민배우’라는 타이틀이 왜 그에게 주어졌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 순간이었다. 62년을 연기에 모든 것을 쏟아 부은 안성기. 그의 발걸음이 쌓여 지금의 길이 만들어진 것이다.

영화 ‘사자’(감독 김주환)로 돌아온 안성기는 극중 악을 쫓는 구마 사제 안신부 역을 맡았다. 예고편에서도 볼 수 있듯 라틴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모습은 각고한 노력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라틴어는 안신부로서 넘어서야할 일이었어요. 차별화를 어떻게 할까 생각했죠. 다른 오컬트 장르의 영화는 못 봤어요. 무서운 장면의 잔상이 오래가서 잘 못 보거든요. 어떻게 했을까 궁금하긴 했지만 볼 기회가 없었어요. 누구에게도 물어볼 수도 없고, 정답이 없었죠. 악령과 싸우는 것처럼 하자고 해 감정을 넣었어요. 조금 다른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안성기는 자연스러운 라틴어를 위해 촬영에 들어가기 두 달 전부터 공부했다고 한다. 구마를 전문적으로 하는 신부기 때문에 목욕탕에 갈 때도 라틴어를 되새긴 그다.

“정말 무지무지 외웠어요. 라틴어를 하는 장면에서는 NG가 없었죠. 쏟아 부었어요. 김주환 감독이 원하는 게 이런 거구나, 마음에 안 들었으면 더 했을 텐데 전부 오케이 했죠. 라틴어에 대해선 아쉬움이 없어요. 아직도 습관적으로 나올 정도에요. 촬영이 끝난 지 1년2개월 쯤 됐는데 아직도 라틴어를 하고 있어요. 반사적으로 나오죠. 하하. 마치 라틴어는 저에게 목욕탕 사우나의 모래시계 같은 요소가 됐어요.”



‘사자’는 격투기 챔피언 용후(박서준 분)가 구마 사제 안신부를 만나 세상을 혼란에 빠뜨린 강력한 악(惡)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지난 2017년 개봉, 565만 3444명의 관객을 모은 ‘청년경찰’ 김주환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이다.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주고 첫 만남을 가졌어요. 큰 영화를 하고 싶었어요. 그동안 작은 영화를 해서 큰 영화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죠. 안신부는 아예 저를 생각해서 시나리오를 썼다고 해서 고마움이 있었어요. 어울리는 게 있더라고요. 진지하지만 부드럽고 다정한 모습도 있는 캐릭터였죠. 너무 좋아서 바로 하게 됐어요.”

함께 악에 맞서는 안성기와 박서준의 연기 합은 기대 이상이다. 액션은 물론, 웃음과 감동까지 드라마적인 요소까지 놓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안성기는 ‘사자’ 제작보고회에서 박서준과의 호흡을 묻는 질문에 “매력덩어리”라고 답하기도.

“제가 다가가니까 확 다가오더라고요. 하하. 박서준이 가만히 있으면 옆에선 찬바람이 분다고 하지만, 웃으면 완전 아이 같았어요. 현장에서 아이 같은 모습을 보여줬죠. 그런 모습뿐만 아니라 남자다운 서늘한 모습도 있는 매력적인 배우예요.”



1957년 영화 ‘황혼열차’로 데뷔한 안성기는 62년 동안 연기 발자취를 남기고 있다. 작품을 제작하거나 연출을 하는 등 활동 폭을 넓힐 수 있음에도 불구, 오로지 ‘연기’에만 힘을 쏟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제가 아역생활부터 했는데 그 당시에도 연기자들이 연출을 많이 했어요. 뛰어난 작품이 나오지 않았죠. 죽어라고 해도 될까 말까한 일이잖아요. ‘한 번 해볼까?’라는 생각으로 하면 안 되겠더라고요. 죽기 살기로 해야 될 일이죠. 연출가의 그릇은 따로 있다고 생각해요. 애초에 생각하는 시발점이 달라요. 저는 배우로서 잘해가고 있으니 그걸로 좋다고 생각하는 거죠.”

박서준을 비롯, 많은 후배 배우들이 하나 같이 입을 모아 “안성기 선배님처럼 되고 싶다”라고 한다. 역할 모델로서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묻자 안성기는 배우로서 가져야할 올바른 자세와 조언을 아낌없이 건넸다.

“정답보다는 개인의 문제에요. ‘배우는 이래야한다’라는 건 없어요. 하지만 인간적이고, 겸손함은 본인을 위해 필요한 것 같아요. 겸손하면 손해보다 득을 많이 본다고 생각해요. 상황이나 주변이 바뀌더라도 한결같은 모습이 중요하죠. 주변에 휩쓸리면 안돼요. 인기라는 것도 허망한 것이고, 거기에 따라가면 안 된다고 예전부터 한 이야기예요. 일을 따라 가야지 돈과 인기를 따라가면 다 도망가잖아요. 제일 중요한 건 현장에서 일하는 그 순간이에요. 그 순간을 위해 준비하고 노력해야 따라오는 게 있어요. 자기가 해야 하는 일에 신경을 덜 쓰면 모든 것이 도망가지 않을까요.”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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