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뼈저리게 와 닿는 재난 ‘엑시트’, 웃음은 포인트 눈물은 덤 [씨네리뷰]
- 입력 2019. 07.30. 18:33:15
- [더셀럽 김지영 기자] 대상이 한국이 될지, 해외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간 일어날 일일 듯하다. 전 세계 곳곳에서 크고 작은 테러가 발생하는 요즘, 그럴싸한 재난영화 ‘엑시트’가 경각심을 일깨우고 웃음과 울음을 동시에 선사한다.
오는 31일 개봉하는 영화 ‘엑시트’(감독 이상근)는 누군가 악의를 갖고 유독가스를 살포해 도시 전역에 퍼지게 되는 것으로 시작한다. 바닥에 깔린 가스는 짙은 안개를 연상케 하고 공기의 흐름에 따라 서서히 퍼지는 가스가 신기한 시민들은 그 앞에서 인증사진을 남긴다. 놀라워하는 것도 잠시, 가스를 마시고 피부에 닿은 시민들은 고통을 호소하고 가스와 멀어지려다 도시 전체가 혼비백산된다.
그 시각, 엄마의 칠순잔치가 친척들의 눈치로 불편한 자리가 돼 버린 취업준비생 용남(조정석)은 연회장에서 예상치 못하게 과거에 짝사랑한 의주(임윤아)를 만난다. 자신의 고백을 거절했던 의주는 “아르바이트와 다를 것 없다”며 직급만 부점장인 미숙한 사회초년생이다. 의주와 용남의 가족들은 빌딩 밖의 상황을 알게 되고 가스를 대피하기 위해 더 높은 곳으로 오른다.
취업에 도움 되지 않는 산악부 동아리를 했다는 이유로 큰 누나에게 잔소리를 듣고 거듭되는 구직 실패는 용남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대입과 취직을 염려해 취미까지도 취업과 관련된 것을 하는 젊은 세대들의 모습은 좋아하는 것에도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고 무시당하는 용남과 닮아있다. “재난이 다른 게 아니다. 우리의 상황이 재난”이라는 용남 친구의 말처럼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미래가 젊은 세대들에겐 더욱 위기로 다가온다.
취업이 됐음에도 미숙한 사회초년생도 다를 바 없다. 당장 앞날의 계획을 세우지 못하는 이들에게 미래는 자욱한 안개와 같다. 이 때문에 영화 속 유독가스는 더욱 더 막막하고 무섭게 다가오며 용남과 의주의 번듯하지 못한 상황은 남 일로만 느껴지지 않는다.
해야 하는 일보다 좋아하는 일이었던 산악부 경험을 떠올려 용남은 가족들을 구조하는 데 성공한다. 의주는 용남을 적극적으로 돕고 용남에게 방향을 제시한다. 구조될 듯 하면서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의주와 용남은 웃음과 울음을 함께 유발해 관객에게 복합적인 감정을 선물한다.
더욱이 용남과 의주에게 처한 상황이 영화 속 소재로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현실에 일어날 법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용남 혹은 의주, 한 사람이 영웅적으로만 그려지지 않고 평범한 소시민에 재난을 극복하는 과정마저 지극히 현실적이기에 더욱 사실적이고 와 닿는다. 또한 실황 콘텐츠를 따내기 위해 달려드는 여러 매체, 라이브 방송보다 더 생동감을 전하는 인터넷방송 BJ들의 실시간 대응 역시 그간 크고 작은 사건에서 봐왔던 모습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영화의 재난 상황은 영화의 재미와 함께 관객에게 경각심을 일깨우는 역할을 한다. 평소 등한시했던 응급구조 방법, SOS 구조요청 사항, 방독면 착용 방법, 완강기 사용법 등을 알고 있어야할 것만 같다. 지하철에서 익숙하게 봐왔던 화재용 마스크 등을 넣어 놓은 구호 장비함에 한 번 더 눈길이 간다.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건물과 건물 사이를 넘나들고 더욱 더 높이 올라가는 이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게 된다.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엔 손에 땀을 쥐게 하고 다소 반복되는 전개에도 지루함 혹은 익숙함에 기대가 저버리는 것보다는 이들의 안전한 결말만 기다리게 된다.
다만 아쉬움이 남는 것은 ‘기승전 러브라인’이라는 한국 드라마, 영화 장르에서 고질병으로 남아버린 주인공들의 관계다. 과거 짝사랑하는 상대였으나 현재는 함께 재난을 탈출하는 이들의 관계가 동등하다는 점에서 영화의 신선한 요소 중 하나였으나 결국엔 비슷한 맥락으로 마무리를 짓는다는 것에서 허탈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젠 연기를 논하기에 입 아픈 조정석은 많은 이들의 주목을 끈 영화 ‘건축학개론’ 속 납득이를 연상케 한다. 마치 재수생이었던 납득이가 취업준비생 용남으로 성장한 듯 물 흐르듯 흘러간다. 그와 호흡을 맞춘 임윤아는 흠잡을 데 없다. 영화 ‘공조’에서 신스틸러를 담당했던 그는 어엿한 주연배우로 발돋움해 차기작을 기대케 한다. 더욱이 임윤아는 이번 여름 대작 중 유일한 여자 주연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영화 ‘엑시트’는 리얼한 소재, 간과하지 않은 안전 경각심, 조정석과 임윤아의 열연으로 국내 박스오피스를 독식하던 월트 디즈니사의 작품들과 당당하게 경쟁을 할 것으로 보인다. 천만 영화 ‘극한직업’ ‘베테랑’의 사전 예매량을 뛰어 넘은 ‘엑시트’가 침체된 국내 영화 시장에 불을 붙일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인다.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 및 심사위원 특별상을 3회 석권하며 실력을 인정받은 이상근 감독의 장편 연출 데뷔작 ‘엑시트’는 오는 31일 전국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 영화 '엑시트' 포스터,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