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시트’로 새로 쓴 배우 임윤아의 참모습 [인터뷰]
- 입력 2019. 07.31. 18:39:38
- [더셀럽 김지영 기자] 78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공조’ 속 철부지 처제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던 배우 임윤아가 어엿한 주연배우로 성장했다. 흠잡을 데 없는 연기력으로 극의 전개를 이끌고 관객의 눈물과 웃음을 자극한다. ‘아이돌 출신 배우’라는 딱지를 완벽히 지워버렸다.
임윤아는 그룹 소녀시대 데뷔와 맞물려 들어간 드라마 ‘9회말 2아웃’을 시작으로 ‘너는 내 운명’ ‘신데렐라맨’ ‘사랑비’ ‘총리와 나’ ‘THE K2' '왕은 사랑한다’ 등에 출연했다. ‘9회말 2아웃’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작품에서 주연을 꿰찼던 그였으나 좀처럼 스크린에서 임윤아를 만날 수는 없었다.
데뷔 후 10년 만에 스크린에서 본 임윤아의 모습은 예상 밖이었다. ‘공조’ 속 그는 북한 군인 임철령(현빈)에게 첫눈에 반해 결혼까지 생각하고 박소연(장영남)에게 등짝을 맞는 철딱서니 없는 모습으로 웃음을 선사했다. 다음을 기대케 한 임윤아는 ‘엑시트’로 한 발짝 더 성장했음을 증명했다.
31일 개봉한 ‘엑시트’에서 임윤아는 주체적이고 자발적으로 행동하는 의주로 완벽 변신했다. 쉼 없이 달리고 뛰어내리는 것은 물론 용남(조정석)에게 대안을 제시하고 사람들을 이끈다. 영웅적으로 그려지는 것도 잠시, 구조에 밀려나는 순간엔 속내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표정으로 눈물짓고 보는 이들은 완벽히 망가진 그의 얼굴에 웃음을 터트린다. 의주의 단면적인 모습만 조명되는 것이 아닌 다채로운 면에 임윤아도 이끌려 출연하게 됐다.
“제가 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재난이라는 장르이기도 했고, 몸을 쓰는 연기를 보여드린 적도 없었다. 의주라는 캐릭터가 능동적이고 책임감도 강하고 빠른 판단력으로 현명하게 대처해가는 부분, 배려심, 지치지 않는 체력까지 여러 매력에 끌렸다.”
의주의 이러한 면모는 임윤아와 퍽 닮아 보인다. 소녀시대 활동 중 출연했던 리얼리티 혹은 예능, JTBC 예능프로그램 ‘효리네 민박2’에서 보여준 싹싹하고 책임감 넘치는 모습으로 하여금 의주와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한다. 그러나 임윤아는 “제 입으로 말하긴 쑥스럽다”며 주변의 반응들을 먼저 전했다.
“주변에서는 책임감적인 부분이나 좀 더 시원시원한 성격 등을 꼽아주는 것 같기는 하다. 제가 인정한다고 하는 것보다는 그래도 제가 어느 정도 비슷한 부분이 있으니까 의주한테 끌린 것이 아닐까.(웃음) 확실한 건 의주가 저보다 용감하고 체력도 강한 것 같다.”
용남(조정석)의 일상으로 시작되는 영화에서 의주의 전사는 그려지지 않는다. 용남의 모친 피로연 장소에서 갑작스럽게 재회한 이들은 일촉즉발의 재난에 직면하고 극의 마지막까지 함께 힘을 모아 재난 상황을 탈출한다. 앞뒤 가리지 않고 비상구에 돌진하는 모습과도 같다.
“전사가 나오지 않아서 아쉬운 건 없다. 용남이 어떤 전공으로 대학을 다녔는지 안 나오는 건 의주와 똑같지 않나. 감독님이 저에게 말씀해주신 것은 의주가 국어국문학을 전공해서 임용고시를 준비하던 학생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용남에게 고백을 받았고 의주도 용남이 싫지는 않았지만 상황 때문에 고백을 거절한 것이다. 의주도 본인의 전공을 살리지 못하고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니 팍팍한 현실을 살아가는 회사원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것이다.”
과거엔 결실을 맺지 못했던 관계였으나 현재엔 재난을 탈출하는 콤비라는 설정도 신선하게 다가온다. 예상치 못한 재난 상황에서 만나게 된 남녀 구성원, 혹은 남성 혼자 탈출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엑시트’ 속 의주는 남자 주인공에게 민폐를 끼치지도 않으며 오히려 현안을 제시한다.
“제가 만약 그런 상황에 직면한다면 정말 여러 가지 생각이 들 것 같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의주가 저보다 행동으로 실행하는 게 많고 빠른 것 같다. 저도 의주처럼 했을지라도 ‘빠른 판단력으로 카리스마 있게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는 하더라. 하지만 의주도 본능이 드러나지 않나. 구조되고 싶어 하고. 인간적인 면들이 드러나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비슷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건물과 건물 사이를 넘나들고 외줄에 의지해 다른 건물로 넘어가는 장면에선 와이어의 도움이 필요했다. 건물을 높게 지어놓은 세트장에서 영화 속 장면과 비슷하게 연기하기 위함이었다. 와이어 액션은 소녀시대 활동 중 콘서트에서 선보였던 게 도움이 컸다. 더불어 공연 중 겪은 사고는 ‘엑시트’의 재난과 맞물려 생각의 꼬리를 물었다.
“공연할 때 와이어를 타고 오르락내리락 하거나 날아가는 것들을 해봤었다. 그런 것 때문에 와이어 액션이 마냥 무섭지 않았던 것 같다. 공연할 때 와이어의 길이가 달라져서 기울어졌던 적이 있다. 안전하게 바로 내려오긴 했지만 살짝 느껴봤는데도 무섭더라. 그래서 이 영화를 찍으면서도 가스 재난이라는 것을 생각도 못해봤으니까 ‘이런 재난이 일어났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 게 좋은 방법일까’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하지만 짙은 가스 때문에 앞이 하나도 안 보이더라. 그래서 어떤 대처 방법도 사용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무서웠다.”
‘작품과 잘 어우러지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도전장을 내민 ‘엑시트’는 가히 성공적이었다. 매 작품마다 성장하고 얻을 수 있는 것에 기준을 두고 활동 방향을 잡아간다는 임윤아는 결과를 중시하지 않았다.
“결과에 상관없이 작품을 통해서 어떤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지, 스스로 성장되고 얻을 수 있는 지를 생각하는 편이다. 결과에 있어서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까. 잘되면 더 좋고 아쉽다고 하더라도 저한테는 그냥 그 작품을 함으로써 또 하나의 경험이 쌓이고 그런 부분들을 중점으로 둬서 고르는 편이다.”
이번 ‘엑시트’를 통해선 재난이라는 장르를 하나 얻었고 몸 쓰는 연기를 대중에게 보여줄 수 있게 됐다. 그간 표현하지 못했던 주체적인 캐릭터라는 점도 그에겐 다양한 경험 중 하나가 됐다. 하나씩 체화하고 능력을 추가하고 있는 임윤아는 자신과 같은 길 혹은 뒤를 이어 따라오는 후배, 새로운 도전을 하는 모든 이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제가 조언을 할 입장은 아니니 경험자로서 얘기를 하자면, 요즘에는 잘하는 사람이 많지 않나. 하지만 각자 다 자기하기 나름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휩쓸리지 않고 꾸준히 열심히 해나가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본인이 하고 싶은 대로 본인의 주관을 앞세워서 하다보면 나중에 좀 더 성취감이 들 수 있는 게 많지 않을까. 저도 제가 잘해야 하고.(웃음)”
데뷔 12년차가 된 임윤아가 꾸준하게 하나씩 해올 수 있었던 것은 조급해하지 않고 닥친 것에 집중하는 스타일이었기에 가능했다. 소녀시대 활동, 앨범, 콘서트, 드라마 등을 차근차근 해온 결과였다. 이젠 ‘엑시트’에 집중할 예정이다.
“큰 목표 없이 눈앞에 놓인 상황들을 하나씩 해나가는 것에 집중하는 편이다. 해놓고 나서 뒤돌아보니까 경험이나 성과가 좋았던 것들로 만족스러운 것도 있고 아닌 게 있는 것 같다. 앞으로도 계속 눈앞에 있는 것부터 해나가다 보면 그게 쌓여나가서 좋은 결과가 되지 않을까싶은 마음이다. 지금은 ‘엑시트’를 위해 홍보를 열심히 하는 게 눈앞에 놓인 저의 임무이자 목표다.”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 CJ E&M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