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하인드] '엑시트' 이상근 감독이 밝힌 #BJ #구름정원 #이승환
- 입력 2019. 08.05. 15:23:02
- [더셀럽 김지영 기자] 영화 ‘엑시트’를 통해 장편영화 데뷔한 이상근 감독이 작품에 숨겨진 의미를 밝혔다. (이 기사에는 영화 ‘엑시트’와 관련된 스포일러가 포함 돼 있습니다.)
이상근 감독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더셀럽과 만나 영화 ‘엑시트’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지난달 31일 개봉한 ‘엑시트’는 유독가스로 뒤덮인 도심을 탈출하는 청년 백수 용남(조정석)과 대학 산악부 동아리 후배 의주(암윤아)의 좌충우돌을 그린 재난 탈출 액션 영화. 7월 문화의 날에 맞춰 개봉한 이 작품은 첫 날부터 박스오피스 1위를 석권하며 개봉 6일 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누군가의 음모로 시작된 유독가스 재난을 처음 맞은 시민들은 공포감에 피하는 것보다 ‘인증샷’을 남기는 모습이 주로 눈길을 끈다. 이는 SNS가 활성화되면서 사진 찍는 것을 우선시 하는 젊은 세대들의 모습이 반영 돼 있다. 더군다나 극 중반부를 넘어서 주인공들의 대피 상황을 드론으로 보도한다는 것 또한 최근의 흐름과 맞아 떨어져 자연스럽게 몰입케 한다.
이상근 감독은 ‘셀카’를 찍는 설정에 “일정부분 시나리오 초기 부분에서 설정이 돼 있었다”며 “‘셀카’를 찍는 사람들은 처음 보는 것에 대한 경각심, 위험성이 없지 않나. 장르의 특성상 사건이 발생되고 처음에 희생당하는 자는 단순한 이유에서 피해를 입고 커져간다. 여기에 ‘셀카족’을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드론에 대해서는 “완전히 처음에 기획하던 시절에는 없었다. 드론 자체가 신문물이다. 7년 전의 트렌드와 지금은 다르기 때문에 활용할 수 있는 것은 넣고 뺄 수 있는 것은 빼면서 수정했다”고 말했다.
드론이 용남과 의주를 비추고 이의 영상을 보면서 중계를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인터넷방송 BJ들이다. 실제 BJ인 대도서관, 윰댕, 슈기 등이 깜짝 출연해 재미를 더했다. 이상근 감독은 “많은 분들이 아시는 분들이 나와야 효과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크리에이터 중에 대표적인 분들이라고 생각을 했다. 특히 슈기 씨는 학생부터 젊은 세대까지 다 아는 분이다. 세 크리에이터로 공략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으면 어떨까싶어서 설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군다나 이 세 사람은 그간 많은 BJ들이 학교폭력, 동물학대, 성희롱 등 무분별한 논란을 양산하고 있는 와중에도 큰 문제없이 장기간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모범적인 BJ들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서도 “작은 이슈에도 큰 프로젝트가 휩쓸리기도 하니까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팬덤이나 큰 무리 없이 호감을 얻고 있어서 캐스팅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했다.
용남의 집에서 한 시간이 넘는 거리에 위치해 있는 연회장인 구름정원은 의주의 직장이다. 이들이 오랜만에 재회한 장소이자 재난을 탈출하는 시작점인 이곳에서 여러 차례 ‘구름정원’ 간판이 눈에 띈다. 이상근 감독은 “사람이 단어를 들을 때 잔상의 효과가 남아서 여러 번 컷 안에 ‘구름정원’이 있었던 것”이라며 “‘구름정원’이 주는 의미는 구름이라는 푸근한 의미의 느낌처럼 안개에 둘러싸여있는 구름 같기도 하다. 이 밖에도 무의식 속에서 예리한 분들은 다양하게 의미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창작자들은 연결성을 만들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라고 의미를 전했다.
더 나아가 용남이 의주의 방독면을 가지러 가는 곳은 ‘암길역’.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역이자 유독가스가 퍼져있는 상황처럼 어두운 느낌을 주는 역의 이름은 이상근 감독의 머릿속에서 탄생했다. 그는 “실제 지역의 이름을 따오면 주민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어서 가상의 역 이름을 만들어 냈다. 제가 거주하고 있는 지역의 암사동의 ‘암’, 길동의 ‘길’을 따와서 ‘암길역’으로 만든 것”이라고 했다. 이상근 감독은 “다크로드로도 해석할 수 있는 여지는 있을 것 같다”며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구조요청 방법을 파악하고 있는 의주는 사람들을 통솔하고 무사히 구조될 수 있도록 돕는다. 영화를 관람하고 극장을 떠나는 관객의 입에도 맴도는 ‘따따따’ 구조 신호는 이상근 감독이 만들어 낸 것이다. 그는 “SOS 구조신호를 모스부호로 표현한 것에 리듬을 넣은 것이다. 실제로는 입으로 외치지 않는다. 그걸 알고 있었던 의주가 박자를 맞추기 위해서 박자구조를 넣은 설정”이라며 “옥상에 있었던 가족들은 구호의 소리인 마냥 단결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어 방독면을 쓰는 방법, 응급상황 시 구조 방법 등을 작품을 위해 따로 배우진 않았다며 “한국 남성들 중에 대부분이 민방위 훈련에서 방독면, 인공호흡법, 신호들을 많이 교육받는다. 그런 곳에서 모범적으로 듣진 않지만 정보를 캐치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극의 말미 엔딩 크레딧이 오르면 영화관을 가득 매우는 것은 가수 이승환의 목소리다. 마치 용남의 속마음을 대변한 듯 한 가사와 OST로는 자주 만날 수 없었던 이승환의 파워풀한 보이스가 영화의 여운을 짙게 남기는 데 한 몫 한다. 이승환의 ‘슈퍼 히어로’는 2007년 발매 곡. 이상근 감독은 이 곡에 “가사 자체가 영화를 위해서 만들어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며 “예전부터 좋아하던 아티스트였고 영화와 너무 잘 어울렸다.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엔딩에 적어놨었다”고 팬심을 드러냈다. 이어 “저희 제작사의 감독님과 친분이 있으셨고 흔쾌히 수락을 해주셔서 ‘엑시트’ 버전을 새로 만들어서 신경을 쓴 것”이라고 비하인드를 공개했다.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 CJ E&M, 영화 '엑시트'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