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의 과정 담은 '봉오동 전투', 시의적절한 웰메이드 [씨네리뷰]
입력 2019. 08.07. 09:30:45
[더셀럽 김지영 기자] 잘 만들어진 영화가 적절한 시기를 만났다. 어느 때보다 반일감정이 대한민국을 뒤덮은 지금, 영화 ‘봉오동 전투’가 국민들의 마음에 불을 지핀다.

7일 개봉한 영화 ‘봉오동 전투’는 어제까지 농사짓던 평범한 인물들이 일본군을 상대로 거둔 최초의 승리 과정을 그렸다. 역사책에서 짧게 다뤄지고 역사자료로도 제대로 기록되지 않은 봉오동 전투를 소재로 했기에 더욱 강한 울림이 전해진다.

평범한 인물들의 승리의 역사를 다룬 작품이다 보니 영화 속 각각의 독립군들의 인생을 서사로 설정하지 않았다. 다만 전국각지에서 모인 독립군들을 이끄는 해철(유해진)과 분대장 장하(류준열)가 어떤 계기로 독립군에 몸을 담게 됐는지, 이들을 자극했던 요소는 무엇이었는지가 전사로 배치됐다.

각 인물에 집중하지 않은 대신 봉오동 전투가 어떻게 최초의 승리가 될 수 있었는지를 중점으로 다룬다. 일본군에 비해 인원수도, 무기도 부족했던 독립군들이 봉오동 지형을 이용해 세우는 작전, 일본군을 따돌리듯 쫓는 전략 등을 통해 승리까지 이어지게 된다는 과정을 세밀하고 사실적으로 담아냈다.



특히 ‘봉오동 전투’는 일반적인 항일영화에서 악의 축으로 등장하는 친일파가 등장하지 않는다. 일본군이 절대적인 악으로 등장하며 독립군들은 분란하나 없이 일본과 맞서 싸우는 것에 몰두해 극에 더욱 빠져들게 만든다. 영화 초반과 곳곳에 배치된 일본군들의 만행은 자극적으로 느껴질 만큼 사실적으로 그려진 것도 특징이다.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에서 봤을 법한 참고 사진들, 가령 머리를 들고 웃고 있다거나 사지가 절단된 시체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일본군의 만행을 역사 자료와 똑같이 구현해 분노를 자아내게 만들고 잠시나마 반일 감정이 무뎌졌던 이들에게는 경각심을 일깨운다.

두 부류로 나눠지는 일본군을 통해 서로 다른 이미지를 보여주고자 한 것도 영화의 흥미로운 부분이다. 월강추격대 대장 야스카와 지로(키타무라 카즈키)는 무자비하게 학살을 강행하고 인간미 없는 모습을 통해 일본 군국주의 자체를 표현했다. 이와 반대로 일본군 엘리트 소년병 유키오(다이고 코타로)를 통해선 일본의 남아있는 양심, 이들과 다른 길을 선택하겠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다수의 작품에서 우스꽝스러운 면모와 애드리브, 해학을 주로 표현해왔던 유해진은 이번 작품에서 유쾌함은 벗어던졌다. 항일대도를 거침없이 휘두르고 카리스마를 발산하는 그의 모습에서 독립군다운 리더십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짧은 대사로 수많은 독립군들이 힘을 뭉치게 된 과정을 간략하게 설명하거나 장하의 심경을 툭툭 내뱉는 듯 한 말로 대신 표현하는 장면들은 유해진만이 할 수 있는 특기이자 강점으로 보인다.

류준열은 평범한 농민에서 독립군이 된 이들과 달리 군인으로 정규 교육을 받았다는 설정을 뒷받침하는 눈빛과 절도 있는 사격포즈로 많은 독립군들 가운데서도 이목을 끈다. 많지 않은 대사에도 감정이 과하거나 부족하지 않아 극에 적절히 녹아들고 영화의 말미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기도 한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마다하지 않을 소재, 1920년대의 상황을 그대로 재현해낸 촬영장, 캐릭터에 완전히 빠져든 배우들의 열연, 적정한 애국심 고취 등을 미루어 봤을 때 ‘봉오동 전투’는 잘 만들어진 영화다. 여기에 현재 국내에선 과거사 청산 문제를 빌미로 삼아 무역 보복을 하고 있는 일본에 대한 반발심이 한껏 높아진 상황. 언제 봐도 손색이 없을 만한 영화를 적정한 시기에 만나게 된 것이다. 더 없이 좋은 조건에서 만나게 된 ‘봉오동 전투’는 2019년 여름 흥행작으로 남을 수 있을까.

‘봉오동 전투’는 전국 극장가에서 확인할 수 있다.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135분.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 영화 '봉오동 전투' 포스터,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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