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퍼즐] 어린이 ‘1인 방송’의 아동 학대 콘텐츠 논란
입력 2019. 08.13. 17:17:29
[더셀럽 윤상길 칼럼]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미디어의 콘텐츠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TV를 비롯해 컴퓨터 모바일 등의 동영상을 통해 전파되는 콘텐츠가 차고 넘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볼 것’이 많아 정보 취득이 용이해졌지만 풍성한 정보가 모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그 역기능에 대한 우려도 크다. 무엇보다 어린이가 생성하는 콘텐츠의 문제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지적이다.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로 시작되는, 지금은 잊힌 옛 동요(?)가 있다. 어른들 앞에서 깜찍한 모습으로 이 동요를 부르던 그 많은 어린이는 다 어디로 갔을까? 어린이의 시선이 텔레비전에서 유튜브 등 동영상 사이트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이제는 어린이의 시청 취향이 “유튜브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로 바뀐 세상이다.

어린이는 어른에 비해 ‘또래문화’에 대한 결속력이 끈끈하다. 어른들보다 또래가 만든 동영상에 더한 관심을 갖는다. 휴대전화가 어린이에게도 필수 휴대품이 되면서 많은 어린이가 모바일을 통해 또래가 만든 콘텐츠를 만나면서 TV의 영향력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동영상 플랫폼의 ‘키즈 콘텐츠’가 어린이 시청자를 만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인 못지않은 스타급 ‘키즈 유튜버’도 여럿 등장했다.

식당에서, 공원에서, 극장 로비에서 예닐곱 난 어린이가 셀카봉을 들고 독백하는 모습을 쉽게 만날 수 있는 요즘이다. ‘키즈 유튜버’들이다. 그들은 어딘가에 있을 시청자를 상대로 방송 중이다. 그들 주변에는 어김없이 보호자로 보이는 어른들 모습이 보인다. 어린이 진행자는 날씨나 음식 이야기에 주변의 또래나 어른들과 대화도 나눈다.

이렇게 만들어진 동영상은 대개는 어른들의 후반 작업을 통해 동영상 사이트에 공개된다. 동영상을 살펴보면 개중에는 어른들 도움 없이 어린이 스스로의 능력으로만 만들어진 콘텐츠도 등장한다. ‘키즈 유튜버’ 세계에도 프로와 아마추어가 공존하는 셈이다. 취미로 동영상을 올리는 바람직한 유튜버도 있지만, 어른들의 돈벌이 욕심에 이용되는 어린이도 적지 않다.

전문 ‘키즈 유튜버’는 ‘구독’과 ‘좋아요’를 당부하며 영상을 지속적으로 올린다. 자막도 삽입하고, 어른들 콘텐츠 못지않게 편집도 안정적이다. 많은 문화센터에는 어린이를 위한 동영상 교실이 개설되어 있고, 전문 ‘키즈 유튜버’를 양성하는 학원도 성업 중이다. 콘텐츠의 유형도 어린이 화장법에 예쁘게 옷 입기 등 어른들의 것을 모방하거나 변형시켰다.

몇몇 ‘키즈 유튜버’의 영상은 또래 어린이들은 물론 학부모 사이에서도 인기다. 어린이 제작 동영상에 유명 디자이너와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출연해 어린이 외모 단장 콘텐츠에 힘을 보탠다. 이들 동영상 가운데는 구독자 1000만명을 넘긴 대박 콘텐츠도 등장했다. 이쯤 되면 광고 수입은 상상 이상이다. ‘키즈 유튜버’가 패션 뷰티 동영상의 셀럽으로 환영받는 현실이다.

최근에는 6세 어린이가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대표적인 인기 콘텐츠가 월 소득 30억원을 넘기며 출연 아동의 부모가 서울 강남에 있는 100억원 상당 빌딩을 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었다. 어른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변질된 ‘키즈 유튜버’의 모습이다 여기에 한 아이스크림 업체는 광고 출연 아역 모델을 두고 아동 성 상품화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어린이도 영상 매체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지상파TV에서는 여전히 어린이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고, 어린이 전용 케이블방송 채널도 여럿이다. 여기에 1인 방송 같은 개인 미디어가 가세하면서 ‘키즈 콘텐츠’ 개발 경쟁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TV든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를 통한 개인 미디어든 어린이들은 이제 영상매체를 장식하는 주체이다.

어린이가 대중적인 이미지 소비의 중심으로 자리 잡은 시대는 분명하다. 화면 속 주인공이 어린이이면 그 콘텐츠 또한 순수하게 어린이를 위한 내용이어야 한다. 문제는 그렇지 않다는 데 있다. 어른들이 어린이를 소비대상으로 남용한다는 지적이다. ‘키즈 유튜브’ 등 동영상 사이트가 어린이를 어른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내모는 현장이 되고 있다.

이제 어린이도 ‘1인 방송’의 주역임은 엄연한 현실이다. 미디어 콘텐츠의 생산자이다. 크리에이터이고 인플루언서이다. 여기에는 어른들의 도움이 절실하다. ‘1인 방송’ 진행자로 갖추어야할 조건에 부합되어야 한다. 제작 기법은 물론 진행자로서의 언변에 그럴싸하게 보여야 하는 메이크업과 코디네이션, 그리고 시청자의 주목을 끄는 개인기까지 한 둘이 아니다.

서울 강남 일원의 연기학원과 일부 연예기획사는 이들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예비 ‘키즈 유튜버’를 발굴 육성하고 있다. 연기의 기본부터 발성에 댄스 교습까지 다양한 단계를 마련하고 있다. 지원자가 넘친다는 소식이다. 연기나 춤, 노래까지 잘해서 소질이 보이는 어린이 1인 방송 진행자를 두고 벌어지는 기획사의 스카우트 경쟁도 치열하다.

개성의 시대를 사는 젊은 부모들은 아이들을 특별하게 키우고 싶어 한다. 어떻게든 유명해져서 인기를 끌면 돈과 명예를 빠르게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자녀가 이 분야에서 성공하길 바란다. 하지만 교육 단계를 거쳐 기획사의 스카우트 대상에 오르기까지 부모가 부담해야 할 시간과 노력, 비용도 만만치 않게 된다.

특히 유튜브 같은 동영상 사이트의 경우 ‘키즈 유튜버’로 이름을 알리기 위해서는 상시 방송은 필수이다. 따라서 보통의 아이들이 거쳐야 하는 정상 교육은 상대적으로 소홀할 수밖에 없다. 유명해지기 위해 학교 교육을 뒷전에 미루고 외모 가꾸기에, 또 연예인 흉내 내기에 연연한다면, 아이의 정서적 편향성이 짙어지고 또래문화에서 소외되는 부작용이 크다.

‘1인 방송’ 진행자를 엔터테인먼트 세계의 일원으로 받아들인다면 이들 키즈테이너들을 위한 사회적 합의는 필요하다. 점차 저연령화로 치닫는 연예계, 유아용 화장품과 의상, 장신구를 요란하게 선전해대는 광고업계 등의 의식 전화도 필요한 시점이다. ‘시대의 흐름’이란 이유로 내 아이를 돈벌이를 위한 도구나 대상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번쯤 되돌아 볼 때이다. 어른들의 욕심의 잣대로 만들어지는 ‘1인 방송’은 ‘아동 학대 콘텐츠’이다.

[더셀럽 윤상길 칼럼 news@fashionmk.co.kr/ 사진=유튜브 로고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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