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읽기] ‘60일, 지정생존자’ 지진희 ‘신사화’, 정치인이 된 박무진의 갈색 구두
입력 2019. 08.14. 15:25:08

tvN ‘60일, 지정생존자’

[더셀럽 한숙인 기자] ‘60일, 지정생존자’에서 지진희가 대통령 권한 대행으로서 선택 기준이 학자로서의 신념이 아닌 정치적 상황으로 변했음을 구두를 통해 시각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저릿한 통증을 줬다.

13일 방송된 tvN 월화 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 14회에서 박무진(지진희)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차별금지법 강행을 포기하고 영화감독 노주현을 찾아 차기 정권에서 해당 법안을 통과시킬 것을 약속해 자신이 지키고자 하는 ‘정의’를 입증하려 했다.

박무진은 차별금지법 통과를 공표하고자 했던 국무회의에서 오영석(이준혁)의 도발과 차영진(손석구)의 조언을 되새기다 해당 법안을 차기 정권을 넘기겠다며 당초 방침을 철회했다. 이후 영화 촬영장을 찾은 그는 노주현 감독에게 “선거에서 꼭 이길 생각입니다. 차기 행정부에서는 제일 먼저 차별금지법부터 제정하죠. 그 약속드리러 왔습니다”라며 자신의 의지가 꺾인 것이 아님을 확인시키려 했다.

이에 노주현 감독은 “그 땐 또 그 때 이유가 생길 텐데요. 우린 그 누구보다 사랑하지만 부부도 가족도 될 수가 없어요. 법이 인정하지 않으니까. 차별 금지법은 특혜를 주는 법이 아니에요. 우리 같은 소수자들은 그 법이 있어야 비로써 보통사람이 되는 거죠. 이렇게 찾아와서 선심 쓰듯 말하지 마세요. 대행님은 오늘 의무를 다하지 않았을 뿐이니까”라며 그의 의지의 표현이 상처가 될 수 있는 ‘선심성 발언’임을 각인했다.

노주현 감독이 무심하게 돌아서는 뒷모습을 바라보던 박무진은 과거 양진만 대통령이 “박 장관 자네는 정치는 몰라”라고 했던 말을 떠올리며 이제는 더는 불편하지 않고 익숙해진 구두로 시선을 옮겼다.

그가 신은 구두는 양진만 대통령이 건넸던 브로그 없는 블랙 옥스퍼드화가 아닌 갈색의 몽크 스트랩으로 그와 오랫동안 함께 한 듯 닳고 바랜 외관이 청와대에서 지낸 기간이 숫자로 가늠될 수 없음을 시사했다.

몽크 스트랩은 격식을 갖춰야 하는 자리에서 요구되는 옥스퍼드화는 달리 캐주얼한 상황에 적합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러나 여전히 단단한 갑피로 둘러싸인 신사화의 외관이 그가 있어야 할 곳이 이제 더는 연구실이 아닌 청와대임을 말해주는 듯한 분위기를 냈다.

시간의 흔적이 고결함으로 덧입혀지는 박무진의 갈색 옥스퍼드화 역시 테러 사건 조사 결과를 보고하기 위해 청와대 집무실을 찾은 한나경(강한나)의 블랙 캔버스화로 인해 상징성이 더욱 또렷이 드러났다.

한나경의 해지고 더러워진 블랙 캔버스화는 닳고 바랜 박무진의 갈색 옥스퍼드화처럼 짧은 시간 수많은 죽을 고비를 넘기고 어려운 선택의 고민에 빠져들었던 이들에게서만 나올 수 있는 상처라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러나 박무진은 아픔의 깊이마저 고결해야 하는 정치인의 매너인 이중성을 구두를 통해 드러낸 반면 한나경은 운동화라는 매개체를 통해 그의 상처의 깊이와 아픔을 가감 없이 전달했다.

박무진은 군사 구테타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인 이관묵(최재성)을 찾아 회유로 시작해 협박으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처럼 초 단위로 정치인 체질을 갖춰가는 그가 마지막 16회에서 어떤 신발을 선택할지 궁금하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tvN ‘60일, 지정생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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