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진희 "'60일, 지정생존자' 박무진, 데뷔 초 나의 모습 같아"[인터뷰]
- 입력 2019. 09.02. 15:31:14
- [더셀럽 박수정 기자]미국 인기 드라마 '지정생존자' 리메이크작 '60일, 지정생존자'가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건 배우 지진희의 힘이 컸다. 지진희가 보여준 작품에 대한 확신, 캐릭터에 대한 자신감, 그리고 리더십이 합쳐진 결과다.
'60일, 지정생존자'는 지난 8월 20일 정치 드라마의 한 획을 그었다는 호평과 함께 자체 최고 시청률 6.2%(유료플랫폼, 전국가구,닐슨코리아)를 기록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기분 좋게 '60일, 지정생존자'를 떠나 보낸 지진희는 "정치 드라마가 많지는 않았지만, '60일, 지정생존자'는 기존의 정치 드라마의 틀을 깼다. 특히 원작과 달리 우리나라에 맞춰서 잘 설정됐다. 분단 국가라는 특수한 설정과 그 주변의 중국, 미국 등 얽히고 설킨 관계들을 잘 녹여내면서 극이 풍성하게 됐다. 디테일한 부분을 봤을 때 우리 정서에 맞는 정치 드라마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지진희가 작품에 대한 확신이 들었던 건 대본 덕분이었다. "원작을 재밌게 봤다. 박무진 캐릭터는 욕심시 생길만큼 멋있는 캐릭터였다. (리메이크 됐을 때) 한가지 우려했던 부분은 '테러'라는 설정이다. '테러'라는 건 우리나라에게 익숙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공감이 될까 걱정이 됐다. 작가님도 리메이크작이라 대사를 하나 고치는 데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웠다고 하더라. 그런데 작가님의 대본을 보고 그런 걱정들이 다 사라졌다. 진짜 재밌더라. 4~6회까지 대본을 보고 이건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극 중 지진희는 국회의사당 테러로 갑작스럽게 권한 대행직을 맡게 된 박무진 역을 맡아, '지진희라 가능했다'라는 호평을 받으며 캐릭터를 200%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지진희는 권한 대행직의 무게에 힘들어하는 박무진의 중압감을 표현하기 위해 체중 감량을 하는가 하면, 소품 하나까지 디테일하게 신경썼다.
"안경을 벗었다가 다시 낀다던지, 넥타이를 푼다던지 구두를 불편해 하는 박무진의 행동들은 현장에서 추가되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구두는 상징적인 소품이다. 양진만(김갑수) 대통령이 박무진에게 '이 구두가 편해질 때면 정치인이 되어있을거다'라고 말한다. 그런데 사실 박무진은 끝까지 구두를 불편해했다. 끝까지 (양진만이 말했던) 정치인이 되지는 못했다. 속세에 물들지 않았다는 뜻일거다"
'아무도 지는 사람이 없는 승리'를 보여준 박무진의 착한 리더십처럼 실제 촬영 현장에서 지진희는 좋은 리더로서 현장을 이끌었다. 화기애애한 현장 분위기 덕분이었을까. '60일, 지정생존자' 는 방영 내내 출연 배우들의 단단한 팀워크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지진희는 "모두가 스스로 빛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후배 배우들에게 '하고 싶은 거 다 해라'고 이야기했다. 제가 선배가 됐을 때, 신인들에게도 기회가 주어지는 현장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해왔다. 허준호 선배님 등 다른 배우들도 마찬가지로 그런 장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주셨다. 그래서 이번 현장이 더 특별했다. 후배들도 그런 현장이었기 때문에 책임감을 더 느꼈던 것 같다. 촬영 내내 서로 준비를 더 열심히 해왔다. '60일, 지정생존자'에 나왔던 배우들 중에 스타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나올거라고 확신한다"라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박무진이 차영진(손석구), 정수정(최윤영), 김남욱(이무생), 박수교(박근록)과 다시 만나 대선에 대해 이야기하며 마무리 되는 열린 결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시즌2 제작에 대해서도 기대가 높은 상황.
지진희는 "저도 (시청자들과 마찬가지로) 결말에 대해 나름대로 상상도 해보고 예상도 해봤다. 멋있게 끝났으면 좋겠다는 욕심도 있었다. 박무진이 대통령이 된후 끝나면 얼마나 멋있을까 상상해봤다. 처음 떨리는 마음으로 했던 '여러분 안녕하세요 권한 대행 박무진입니다'라는 대사와 대조되게 끝에는 '여러분 안녕하세요. 대통령 박무진입니다'라고 끝나면 좋을 것 같았다. 나름 연습도 해봤다. 결국 상상대로 되지는 않았지만 이미 정치맛을 본 박무진의 마지막 미소는 이들과 같이 한다면 (대통령이) 될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을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지진희는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이했다. '60일, 지정생존자'를 통해 또 한번 '인생 캐릭터'를 만난 지진희는 현 시점에서 최근 몇년간의 작품을 되돌아봤다. 드라마 '따뜻한 말한마디', '애인있어요', '끝에서 두번째 사랑', '미스티'까지 주로 '어른 멜로물'로 시청자들과 만난 지진희는 "네 작품 모두 만족스러웠다. 4년간 작품운이 좋았던 것 같다. 그동안 멜로에 치우쳐 있었는데, 이번엔 장르가 다른 좋은 작품을 만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스로 노력하는 자에게 기회를 준다고 하지 않냐. 기회는 누구에게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저 역시 준비를 끊임없이 했고, 늘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멈추지 않을 거다. 지금도 진행형이라 생각한다. 저의 최신작이 가장 좋은 작품이었으면 좋겠고, 최신작에서 가장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싶다. 지금 작품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배우 생활 중) 마지막 작품에서 가장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싶다. 점점 더 발전하고 싶다"며 남다른 연기 열정을 드러냈다.
박무진을 연기하며 지진희는 자신의 데뷔 초를 떠올리기도 했다. 그는 "저 역시 배우로 처음 영화 촬영을 했을 때 박무진처럼 어딘가 퉁 던져진 느낌이었다. 전혀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연기를 해야만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박무진(의 상황)과 비슷했다"며 데뷔 시절을 회상했다.
"데뷔 당시 아무것도 몰랐다. 바닥이었기때문에 더 이상 내려갈 곳도 없었다. '10년 후에는 뭔가 나오겠지'라는 마음으로 한걸음 한걸음 나아갔다. 다만 한가지 목표는 있었다. '뒷걸음치지 말자'는 거다. 그리고 연기든 뭐든 한번에 높이 올라가는 걸 주의하자는 생각으로 살아왔다. 데뷔작을 찍고 나서 사실 2년 동안 일이 없기도 했다. 쉬는 그 기간은 저에게 정말 중요한 시기였다. 연기에 대해 연구를 많이 했다. 연기에 대해 분석을 하면서 어떤 연기도 정답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제가 있지 않나 싶다"
빛나는 40대 배우가 된 자신을 꿈꾸며 쉼 없이 달려왔다는 지진희. 그 꿈을 이룬 게 아니냐는 말에 그는 "지금은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 10년 후에도 빛이 날거다"라며 확신에 찬 미소를 지었다.
지진희는 휴식기를 가지며 차기작을 검토할 예정이다.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 이끌 엔터테인먼트, tvN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