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열의 음악앨범' 정해인 "제 모습 녹아있는 현우, 진지한 것도 닮아” [인터뷰]
- 입력 2019. 09.02. 16:27:36
- [더셀럽 김지영 기자] 연하남의 매력으로 대한민국 여성들의 마음을 동요케 했던 배우 정해인이 이번엔 1990년대 잊혀진 감성을 되살렸다. 당시 청춘들의 로맨스에 애환을 함께 녹여낸 정해인이 그시절의, 현재 자신의 청춘을 고백했다.
지난 28일 개봉한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감독 정지우)은 동명의 라디오프로그램이 처음 청취자들과 만난 날, 우연히 마주한 미수(김고은)와 현우(정해인)가 엇갈린 주파수를 맞춰나가듯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애틋한 멜로를 그린다.
극 중 현우는 소년원에서 나와 미수와 기적처럼 만난다. 자신의 과거가 미수와의 관계에서 발목을 잡고 주변의 상황들로 하여금 좀처럼 나아가질 못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수만 바라보고 생각하는 순정파다.
정해인에게 멜로 작품은 앞서 JTBC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MBC ‘봄밤’ 이후 세 번째다. 장르 특성상 매번 비슷한 성향을 보일 우려가 있음에도 정해인은 매 작품마다 조금씩 다른 자신만의 멜로 캐릭터를 구축해갔다. 이번 ‘유열의 음악앨범’ 또한 마찬가지다. 앞선 작품들에서 연하남, 싱글대디를 그렸던 그는 현우를 통해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중반까지 시간적 경과를 나타내며 그 시절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아날로그 감성의 연애를 완성했다. 멜로 캐릭터라는 틀에 갇혀있지 않고 약간의 변주로 차별화를 보이고 있는 그는 작품 속 인물에 자기 자신을 녹이는 것으로 차이를 두는 특징을 뒀다.
“제가 했던 작품 속에 모든 제 모습이 조금씩 녹아있다. 현우는 뭔가 계속 주어진 상황과 환경에 이겨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저와 비슷하다. 현우도 저도 유머러스한 남자가 아닌 것도 그렇고. 현우가 진지한 청년인데 저도 그런 편이다.”
캐릭터에 자신을 투영하지만 경험을 연관시키지 않는 다는 것이 그의 연기 철칙이었다. 정해인의 전작에 빗대어 본다면 ‘봄밤’에서 맡은 유지호는 싱글대디였으며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는 게임회사 아트 디렉터인 서준희였다. 싱글대디, 회사생활을 겪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경험을 연관시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연기를 할 때 제가 가지고 있는 내면의 에너지를 끌어오는 경우가 있지만 경험을 가지고 오지는 않는다. 살아온 인생이 한정적이고 캐릭터에 비해서 다양한 경험을 하지 못했다. 유지호, 서준희 같은 캐릭터는 경험에서 가지고 오지 못하기 때문에 상상을 해야 한다. 경험에서 가져오기 한정적이다. 하지만 캐릭터 내면의 에너지는 제가 조금씩 녹아들어 있다.”
그가 말한 ‘캐릭터 내면의 에너지’에 집중이 더해져 명확한 차이를 드러내는 멜로 캐릭터가 탄생했다. 매 작품마다 살아있는 캐릭터들의 에너지가 다르기 때문에 굳이 차이를 두려고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같은 연하남이라고 해도 극이 주는 에너지가 다르기 때문에 순간의 캐릭터에 집중한다. 굳이 ‘전작에서 이렇게 했으니까 다른 건 안 해야지’하면서 차이를 두고 있지는 않는다. 이번 작품에서 비슷한 캐릭터면 차이를 두려고 하겠지만 장르가 멜로라고 해서 서사와 환경이 똑같지는 않다. 캐릭터에만 집중하는 편이다.”
연이은 멜로 장르이지만 무엇보다 정해인의 마음을 이끈 것은 울림이었다. 1990년대 후반을 살았던 청춘을 표현하고 싶다는 욕심과 서정적인 느낌이 그를 동요케 했다. 이는 곧 ‘작업하면 행복하겠다’는 바람으로 이어졌고 결국 현실이 됐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부터 전체적인 이야기가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울림이 있었다. 그래서 너무 하고 싶었다. 대본을 보자마자 음악이 떠오를 정도였으니까. 감독님을 처음 만난 미팅 자리에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처음 만났을 때 감독님이랑 현장에 있으면 행복하겠다는 확신이 들었는데 그 확신이 맞았다. 저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OO님’이라고 부르고 존중해주시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번 촬영에는 집에 가는 시간을 체크하거나 기다리지 않았다. 촬영 끝나고 집에 갈 땐 ‘촬영 재밌었다’고 문자도 보냈다. 너무너무 좋았다.”
‘유열의 음악앨범’은 미수와 현우의 연애를 그리면서 1990년대 후반부터 겪게 되는 청년들의 갈등, 고민, 불안함을 함께 녹여냈다. 글 쓰는 것을 좋아하지만 안정적인 일자리를 선호하는 미수,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지만 과오 때문에 좀처럼 빛이 보이지 않는 현우의 심정이 그러하다.
“현우가 청춘이지 않나. 청춘하면 떠오르는 가장 대표적인 게 젊음, 건강함, 아름다움, 열정 등이겠지만 한편으로 우울, 불안함, 흔들림 그런 것들이 공존하기도 한다. 그런 것들이 녹아들어있는 게 현우와 미수다. 열정 넘치고 아름답기도 하고 눈부시지만 그런 청춘을 붙잡으려고 노력하는 것들을 표현하려고 했다.”
현우의 과오는 전개의 핵심이 되기도 한다. 극 초반 벌어진 일은 현우의 과거, 현재, 미래 모든 시점에 제동을 건다. 더불어 동일한 일을 저질렀음에도 친구의 시선에선 더 열심히 노력하는 현우는 보이지 않고 외모로 덕을 본다고 생각하는 아니꼬움만 남아있다.
“태성(최준영)의 ‘다 같이 잘못했는데 잘생긴 너만 용서받는다’는 대사도 그렇고 여러 번 현우의 외모를 나타내는 대사가 있다. 저는 그 얘기가 복선 같기도 했다. 특히 태성의 대사는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 같았다. 외모지상주의까지는 아니지만 사람을 판단할 때 너무 섣부르게 판단하지 말았으면 하는 메시지가 아닐까. 사실 너무나도 제 주관적인 생각이라 감독님께 여쭤보려고 한다.(웃음)”
현우와는 다른 상황이지만 정해인 또한 훈훈한 외모로 대중들의 관심을 모았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과 ‘도깨비’에서는 짧은 출연이었지만 강한 인상을 남겼고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맡은 캐릭터 또한 잘생긴 외모를 지녔지만 중대원을 폭행해 감옥형을 받게 된 유대위로 분했다. 비교적 늦게 데뷔해 천천히 스타덤에 오른 그는 ‘외모 때문에 덕을 봤냐’는 물음에 솔직한 대답을 이어나갔다.
“제가 지금 이 영화를 찍은 것도 그렇고 제가 주는 이미지, 캐릭터를 표현함에 있어서 연기할 때 도움을 많이 받은 것 같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맡은 인물도 그렇지 않나. 소년원에 있을 때의 편안한 모습, 날카로움, 그늘진 얼굴들을 잘생긴 덕은 아니지만 그냥 제 외모가 주는 이미지가 연기에 도움을 주는 것 같다.”
아날로그 시대의 청춘을 나타낸 정해인은 현재 청춘의 어느 시점에 있을까. 할머니, 할아버지 손에서 자라 어릴 적부터 ‘애늙은이’ 소리를 들으며 자랐다는 그는 “아직 젊으니까요”라는 말을 수시로 했다.
“청춘을 통과했고 통과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저도 청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웃음) 그래서 더 이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물론 예전에는 생각과 고민의 깊이가 컸다. 소속사를 들어가기 전, 군대, 20살 초반엔 많은 고민과 걱정이 있지 않나. 그 시기가 지금 연기할 때 많이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비교적 늦게 배우를 시작해 쉬지 않고 열심히 달려온 그는 이번 인터뷰에서 번아웃이 왔었고 현재 극복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그에게 배우라는 직업과 삶은 “계속 행복하지만은 않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또 바뀌는 환경에 휩쓸리지 않으려고 스스로 채찍질을 하며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계속해서 달리고 있는 정해인은 과부하가 걸리지 않게 노력하고 있었다.
“행복했다가 불행했다가 왔다 갔다 하는 것 같다. 저도 보통 사람이고 연기하는 사람일 뿐이다. 그래서 집에서 자존감을 회복한다는 것도 가족들은 저를 배우로 대하지 않고 아들로 대해주시니까. 물론 많은 대중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만큼 여러 가지 상황에 놓이는 것도 비일비재할 것 같다. 받아들이는 것도 일의 연속이라고 본다. 저는 지금 제가 스타라고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과거와 저는 똑같다. 연기적으로 한발자국 성장을 했겠지만 저는 똑같이 있다. 환경이 바뀐 거라고 생각한다. 그 환경에 휩쓸리지 않고 저한테 채찍질을 한다. 그렇게 하면 연기를 못할 테니까.”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 CGV아트하우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