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고은 “10년 연애 담은 ‘유열의 음악앨범’, 시간의 흐름 가장 경계” [인터뷰]
- 입력 2019. 09.05. 07:00:00
- [더셀럽 김지영 기자] 정지우 감독은 배우 김고은에게 ‘유열의 음악앨범’ 시나리오를 주면서 “지금 너의 이런 시기에 기운을 담아보고 싶다”고 설득했다. 정지우 감독의 자신감처럼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에선 1990년대를 살아가고 있는 미수가 김고은의 표정과 몸짓, 손끝으로 탄생해 생명을 불어넣었다.
지난 28일 개봉해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유열의 음악앨범’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노래처럼 우연히 만난 두 사람 미수(김고은)와 현우(정해인)가 오랜 시간 엇갈리고 마주하길 반복하며 서로의 주파수를 맞춰 나가는 과정을 그린 레트로 감성 멜로디를 그린다.
김고은은 영화 ‘은교’로 데뷔와 동시에 20대 대표 배우로 등극했다. 자신에게 대표작이자 데뷔작을 선물해준 정지우 감독과 오랜 세월동안 친분을 유지하고 있었던 그는 7년 만에 다시 손을 잡게 됐다.
“원래도 감독님이랑 서로 시나리오 모니터링을 부탁하는 사이었다. 그런 개념인 줄 알고 이번 시나리오도 받았다. 책이 정말 좋았다. 이후에 감독님이 직접 연출을 해보고 싶다고 ‘고은이가 이 역할을 맡으면 어떨 것 같냐’고 하시면서 저한테 ‘이 역할을 잘 그려낼 자신이 있다’고 하셨다. 그래서 ‘하겠다’고 했다. ‘은교’ 이후 6년이 넘는 시간동안 일을 주신 적이 없었는데 주셔서 감사했다.”
정지우 감독의 머릿속에서 탄생한 미수는 ‘은교’ 당시의 김고은과 확연히 달랐다. 20살과 20대 중반, 30대 초반의 미수를 헤어스타일, 의상의 도움을 받아 외적으로 표현해내는 것은 물론, 내면의 성숙함도 함께 나타냈다. 정지우 감독의 섬세한 연출에 보다 깊어진 김고은의 연기 내공이 더해져 완성된 것이었다.
“시간의 흐름을 가장 경계했다. 10년의 시간이라고 하면 마치 엄청난 변화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일상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엄청난 변화가 있지는 않다고 본다. 의상이나 헤어, 외적인 부분도 너무나 다이내믹한 변화를 해마다 주는 것은 비현실적인 것 같다. 미수의 성격상 그럴 것 같고. 작품이 일상에 가까운 인물들을 다루고 이야기 자체도 일상을 다루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주변의 조언을 따라 기운의 변화를 주려고 했다.”
김고은이 의도한 기운의 변화는 겉으로 단번에 느껴지는 감정선, 단순하게 표현해내는 감정이 아니었다. 자신의 친구들에게 들었던 ‘기운의 변화’를 떠올렸고 이를 참조해 시간에 따라 깊어지는 현우를 향한 감정 혹은 내면의 깊이를 표현했다.
“미수의 2000년대를 보면 자존감이 떨어져있다. 미수가 웃고 있다고 해서 그게 진짜 웃지 않는 것처럼 상황과 상태ㅔ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있다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외적으로 엄청난 변화를 주는 것보다 내면에 집중해서 그것을 표현하려고 했다.”
특히나 영화에선 미수와 현우의 초반 감정선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갑작스럽게 헤어진 현우를 다시 만나자 조금은 어색하지만 반가워하고 자신의 자취방에 들이는 등의 행동들에서 미수의 속마음이 모호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저는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게 계기가 명확하게 있는 경우도 있겠지만 아닌 경우도 있다고 생각한다. 처음 만났던 시점은 어렸을 때였고 점차 마음을 열어가는 시점은 현우가 자기의 이야기를 덤덤하게 꺼냈던 때라고 본다. 빵집 일을 해 나가고 같이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부터 친근감이 생기고 호감이 생겼던 것 같고 같이 비 오는 날 창밖을 바라봤을 때 어색했지 않나. 이후에 갑작스럽게 떠난 사람의 기분 좋은 미소를 봤을 때, 나름의 애틋함이 생지기 않았을까. 그리고 현우의 잘생김이 영향을 안 끼치진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웃음)”
이후 수차례의 고비를 겪은 미수와 현우는 결국 현우의 과거 때문에 헤어지고 만다. 급기야 현우의 회사 세를 주고 있는 종우(박해준)은 사무실을 나가라고 하고 현우는 종우의 차를 타고 떠나는 미수를 붙잡기 위해 언덕과 내리막길을 열심히 내달린다. 지칠 줄 모르고 뛰어오는 현우를 말리기 위해 결국 미수가 차에서 내리고 현우에게 하는 말은 “뛰지 마. 다쳐”였다.
“그 장면에서 미수가 현우를 정말 많이 좋아한다는 것을 느꼈다. 헤어짐을 이야기하려고 마음을 먹고 차에서 내려서 현우에게 갔을 거라고 본다. 하지만 막상 마주치니까 말을 못하지 않나. 현우 앞에서 마지막까지 울지도 않고 차에 타서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오열하고. 그런 것들이 현우를 정말 많이 좋아한다고 느꼈다.”
매몰차지만 걱정하는 마음으로 현우를 돌아선 미수는 여전히 자신을 그리워하는 현우의 메시지에 응답한다. 벅찬 마음으로 현우에게 달려가고 재회하자 누구보다 기쁜 마음으로 현우를 응원한다.
“미수가 한 단계 성장하고 자기가 낸 용기에 대해서 결정을 짓고 현우에게 간 느낌이었다. 원래 미수는 굉장히 현실적이고 안정된 선택을 하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현우같이 불안정한사람을 선택하는 게 고통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친구랑 같이 피해자의 집을 찾아가는 게 조급할 수 있는 선택이지만 빨리 관계를 안정시키고 싶은 마음에서, 그리고 현우가 안정되길 바라는 마음에서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런 미수가 다시 찾아간다는 것은 자기가 원하는 것을 쟁취할 때나 선택할 때에 있어서 어느 한부분에 포기를 하는 것을 할 줄 알게 되는 느낌을 받았다.”
한 단계 성장해서 현우를 찾아간 미수처럼 김고은도 나날이 한 발짝씩 나아가며 성장 중이다. 케이블TV tvN 드라마 ‘도깨비’ 이후 자존감이 떨어졌었다고 밝힌 김고은은 힘들었던 순간들을 이겨내고 더 많은 작품을 만나고자 한다.
“저에 대해서 가혹하게 굴었던 시기도 있었고 스스로 ‘나는 정신이 흔들리지 않고 단순한 성격’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니까 괜찮아. 언젠가 알게 될 거야’했던 것도 횟수가 거듭해지니까 정말 막상 힘들었던 시기는 강했던 것 같고 한 번씩 찾아오는 그런 시기였던 것 같다. 작품의 성공여부와는 관련이 없었다. 제 목표는 다작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 작품의 성공과 실패에 의미를 두면 앞으로 해나가는 데 있어서 너무 생각이 많아지지 않을까.”
다작하는 배우를 꿈꾸는 김고은은 드라마 ‘더 킹: 영원의 군주’ 출연을 확정지었으며 뮤지컬 영화 ‘영웅’도 도전한다. “모두에게 좋은 배우라는 말을 듣고 싶다”는 그는 현재를 집중하며 더욱 성숙해지고 있다.
“누구에게나 힘들었던 순간들은 당연히 있을 것이다. 제가 세운 인생의 모토는 ‘후회하지 말자’다. 그래서 미래를 생각하는 것보다 오늘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했느냐가 큰 집중이고 관심사다. 돌이켜보면 아쉬운 것도 많고 그렇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물론 못했던 작품도 있고 못했던 순간들도 많지만 ‘그때 당시엔 그게 최선이었겠지’라고 생각해버리는 편이다. 그래서 미련을 남기지 않는다. 이렇게 현재에 집중해서 작품마다 성장을 하고 제가 했다고 하면 조금 믿고 봐줄 수 있는 관객이 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 CGV아트하우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