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닥터탐정 종영] 부조리한 韓 산업현장에 던진 메시지, 큰 울림으로 마침표
- 입력 2019. 09.06. 10:53:30
- [더셀럽 이원선 기자] 누군가는 부조리한 사회를 고발할 수 있어야 그 사회가 조금은 나아진다. 첫화부터 묵직한 메시지를 담고 시작했던 ‘닥터탐정’이 마지막까지 한국 사회에 경종을 울리며 마무리 했다.
5일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닥터탐정’(연출 박준우, 극본 송윤희)에서는 그동안 TL의 산업재해를 은폐해 온 모성국(최광일)의 최후가 그려졌다.
모성국은 도중은(박진희) 딸을 인질로 잡고 최민(류현경)에게 자신과 거래를 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최민은 도중은에게 문자를 보내며 모성국과 협상을 결렬했다. 이렇게 가까스로 딸을 살려낸 도중은은 김양희 담당 의사로 증인석에 올라 “피고인 모성국은 기업의 이익과 국민의 안전을 맞바꿨다”며 “열 아홉 청년이 지하철에서 처참한 사고를 당했을 때도, 하청업체 노동자가 메탄올 때문에 두 눈을 실명했을 때도, 모성국은 모든 책임을 회피하고 사건을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많은 사람들이 죽었으나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일터에서 고통 받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지루하고 유치하다고 여겨지는 한, 앞으로 우리 사회에 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판 이후 법정을 나선 도중은은 일사병으로 쓰러진 환자 또한 산업 현장 피해자임을 입증하기도 했다. 회사 측은 주 52시간 노동시간을 지켰고, 피해자가 자기관리를 못한 탓이라고 몰아갔으나 실상은 주 52시간 노동을 지키지도 않았으며 야근을 시키기 일쑤였기 때문. 그 과정에서 허민기(봉태규)는 자신의 아픔을 탓하는 환자에게 “너가 아픈건 네 탓이 아니야. 널 이렇게 아프게 만든 회사 때문이다”라고 공감을 부르는 위로의 말을 던져 시청자들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앞에 나서서 악행을 행하진 않았지만 뒤에서 사실을 은폐하고 누군가를 조종했던 최태영(이기우)은 출소 후 “그동안 TL이 저지른 것들을 속죄하며 살겠다”며 반성, 최민에게 새로운 TL을 제안했다. 하지만 최민은 “신경 꺼”라며 최태영의 제안을 거절했고, 이는 여전히 사회에 악은 존재한다는 의미를 담아냈다.
이날 방송에서는 첫화에서 그려졌던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건을 모티브로 한 에피소드에 대한 마침표도 찍었다. 도중은은 광화문 광장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사건의 피해자 정하랑(곽동연)의 어머니(황정민)를 찾았다. 어머니는 사고로 사망한 아들을 위해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고, 더 이상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관련 법을 개정해달라는 투쟁을 이어가고 있었다. 도중은은 그런 어머니 옆에 가 “죽음의 외주화를 멈춰라”라는 피켓을 들고 어머니의 손을 잡았다. 이렇게 ‘닥터탐정’의 막이 내렸다.
‘닥터탐정’은 산업현장의 사회 부조리를 통쾌하게 해결하는 닥터탐정들의 활약을 담은 신종 메디컬 수사물로, 산업현장의 사회 부조리를 통쾌하게 해결하는 직업환경전문의들의 활약을 그렸다. 지하철 스크린도어 사건부터 메탄올 중독 사건, 가습기 살균제 사건 등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만들었던 실제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한 에피소드들은 현재 한국 산업현장 속 부조리에 대해 다시금 깨우칠 수 있는 묵직한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매회 방송 말미 그려졌던 에필로그들도 신선했다. ‘닥터탐정’은 매주 에필로그를 통해 스토리의 모티브가 된 실제 사건과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풀어내며 호평 받았다.
하지만 ‘닥터탐정’은 시사프로그램의 드라마화라는 점에서 진지하고 어려운 내용이 되풀이 됐고 이는 가볍게 볼 수 없는 드라마라는 단점을 남기며 시청 피로도를 높였다. 이 때문에 ‘닥터탐정’은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 기준 평균 3~4%대로 마무리, 수목극 최하위로 퇴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를 사랑했던 애청자들은 ‘닥터탐정’이 전한 메시지에 깊은 울림을 받았다고 말했다.
각기 다른 현장 속 발생했던 사건들이었지만 이 에피소드들은 ‘한국 산업현장의 실태’이라는 교집합에 묶여 ‘앞으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사회는 어떤것인가’에 대한 물음표를 남겼다. 이는 누군가는 꼭 일깨워줬어야 할 이야기였다. ‘닥터탐정’은 그 ‘누군가’가 돼 현 산업현장의 부조리를 꼬집으며 울림있는 메시지를 전했다.
‘닥터탐정’ 후속작은 김선아, 장미희 주연 ‘시크릿 부티크’로, 오는 18일 첫 방송된다.
[이원선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S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