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읽기] ‘멜로가 체질’ 윤지온 ‘게이 역할의 진보’, 로브가 유일한 단서인 일상성
입력 2019. 09.16. 18:12:58

JTBC ‘멜로가 체질’ 윤지온

[더셀럽 한숙인 기자] ‘멜로가 체질’은 익숙한 듯 새롭다. ‘섹스 앤 더 시티’의 계보를 잇고 있는 듯 보이지만 시대와 국가, 주인공들의 집안과 사회적 지위 등 드라마 배경에서 나오는 차이가 명확하다. 이런 같은 듯 다른 결이 3040세대들에게는 익숙해서 반갑고 새롭지만 생경하지 않는 맛깔 나는 재미를 선사한다.

미국 HBO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와 JTBC ‘멜로가 체질’은 여자 친구들의 수다와 그들 곁에 늘 있는 게이 캐릭터, 이 두 요소가 20여년의 시간과 드라마 국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유대를 형성한다.

‘섹스 앤 더 시티’는 세계 경제의 거품이 극에 달하던 90년대 후반 시작된 드라마로 세계 최대 소비 도시 뉴욕을 배경으로 한다. 무엇보다 캐리를 제외하면 집안과 직업이 상위 10% 안에 드는 뉴욕 사회의 주류이자 상류층이다.

여자 친구들이 주인공이고 이들의 수다가 중심이라는 점 외에 ‘멜로가 체질’과 ‘섹스 앤 더 시티’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없다. ‘멜로가 체질’ 속 주인공들은 청년 실업의 난국을 헤쳐 나왔지만 다큐멘터리 감독 이은정(전여빈)을 제외하면 힘들게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한국 사회 보통의 30세다.

전혀 다른 배경에도 이들의 수다는 각각의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을 알 수 있는 지극히 현실적인 대화가 이어진다는 점에서 ‘수다의 본질’을 벗어나지 않는다.

단 ‘멜로가 체질’ 이효봉(윤지온)은 섹스 앤 더 시티’ 스탠퍼드(윌리 가슨)와 게이라는 성 정체성은 공유하지만 말투와 행동에서 미디어가 묘사해온 정형성의 틀에서 탈피해 예상치 못한 신선함을 준다. 이처럼 20년의 시간은 게이가 우리와 다른 ‘이반’이 아닌 ‘일반’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이효봉은 스탠퍼드와는 달리 대화에서 나오는 단서가 아니라면 게이라는 사실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지극히 일상적인 보통의 20대다. 이뿐 아니라 작곡이자 프로듀서인 그는 늘 연인에게 상처만 받던 스탠퍼드와 달리 같은 길을 가며 늘 곁에서 조용히 이야기를 들어주는 연인이 있는, 누나들보다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다.

이처럼 일도 사랑도 평범한 20대 이효봉에게서 게이임을 추측케 하는 단서는 로브다. 다양한 컬러와 패턴으로 늘 바뀌는 로브는 게이가 남다른 감각의 소유자라고 믿는 이들의 ‘게이 로망’을 조금이나 충족해 준다.

임진주(천우희), 황한주(한지은), 이은정, 세 명의 친구가 모여 수다를 떠는 장소는 그들이 거주하는 이은정 집으로 이곳에는 또 다른 동거인인 이은정의 동생 이효봉이 있다.

집이라는 장소에 특성에 맞게 이들 넷은 잠옷이나 라운지 웨어로 가장 편안한 옷차림을 한다. 황한주와 이은정이 ‘라운지웨어파’라면 임진주와 이효봉은 ‘잠옷파’이다. 그러나 임진주가 상, 하의 세트로 된 예측 가능한 잠옷을 입는다면 이효봉은 파자마 팬츠에 티셔츠를 입고 로브를 걸친다.

그것도 전형적인 잠옷의 구성품으로써 로브가 아닌 밖에 입고 나가도 무방할 듯한 세련된 컬러와 패턴의 로브를 걸치고 파자마 팬츠와 티셔츠의 컬러까지 맞춰 누나들과는 다른 결의 예민한 감성을 보여준다.

이효봉은 패션에서 게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는 코드가 노골적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물론 레인보우 컬러 티셔츠를 입고 나온다든가 퍼플색 옷이 유독 눈에 많이 띈다든가 하지만 이 마저도 최근 트렌드와 부합되는 지점이어서 게이 코드로 해석하기에는 작위적이다.

이병헌 감독은 영화에서 보여준 지극히 현실적인 한 부분을 과장되게 묘사함으로써 그만의 코믹 장르를 만들었다. ‘멜로가 체질’은 영화에서와 같은 과장된 묘사를 자제하고 현실에서 튀어나오는 상황에서 유발되는 작위적이지 않은 웃음으로 이병헌 팬덤을 더욱 굳건하게 하고 있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JTBC ‘멜로가 체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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