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갤러리] 2019 예술·패션계의 화두 ‘자연’, 최현준 작가 시점 ‘질서의 미학’
입력 2019. 09.18. 17:53:15

작가 최현준 ; #0259 aqua, 2007 / 2019 낭트 전시작

[더셀럽 한숙인 기자] 현재 예술과 패션계 화두는 자연이다. ‘자연 친화적’이라는 단어가 이제는 다소 진부하게까지 느껴질 정도지만 마케팅 요소로서 다소 얄팍한 흥미로 시작된 자연에 관한 관심은 이제 환경오염의 문제적 관점에서 자연으로의 회귀까지 삶의 태도 변화를 이끌고 있다.

자연은 희극과 비극을 모두 담고 있어 인생에 비견됨과 동시에 인간을 무력하게 하는 신의 영역이기도 하다. 현실과 비현실이 공존하는 자연은 신비한 마력으로 인간을 끌어들인다.

사진작가 최현준은 이처럼 이중적 모습의 자연에 매료돼 오직 자연만을 고집스럽게 자신의 작품에 담아왔다. 국내외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자연에 탐닉해온 그가 오는 19일부터 10월 5일까지 프랑스 낭트 ‘갤러리 트레(Tres)’에서 ‘환경의 질서(Rules of Atmosphere)’를 주제로 개인전을 연다.

작가 최현준 ; 물, 숲

최현준 작가는 자연에 대한 애착과 집착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왔다. 그는 “자연의 경이로움은 인간들에게 무한의 아름다움과 고통을 주기도 한다”라면서 아름다움의 대상이자 고통의 근원으로서 자연의 이중성을 언급했다.

이런 이유로 자연에 빠져든 그는 “인간의 힘으로는 닿을 수 없는 자연의 힘과 흐름에 관심을 가졌다. 그중에서 몰개성적인 풍경이지만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면 굉장한 아름다움의 흐름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라며 단선적인 시선을 벗어난 순간 자연이 가지는 가변적인 매력을 발견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최현준 작가가 담아낸 작품으로서 자연은 그 자체가 살아있는 주인공처럼 움직이는 영상물을 보는 듯 관람자에게 경이로운 경험치를 제공한다.

지난 2016년 9월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에서 진행된 간송 전형필 추모展 ‘Old & New-法古創新(법고창신)’에서 발표한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현대의 사진이란 매체로 오마주 한 병풍 형식의 8점의 사진 연작 ‘신인왕진경팔폭’이 주목받으면서 파리 전시로 이어지게 됐다.

이처럼 이번 전시를 있게 한 최현준 작가만의 입체적 시선은 프랑스 현지 평론가에게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프랑스 시인이자 미술평론가인 장-피에르 아넬은 “그의 작품을 보면 사진을 통해 거대한 우주를 미세한 소우주가 만든 것으로 복원하려는 꿈을 꾸고 있다고 짐작할 수가 있다”라면서 “그렇게 만들어진 작품 시리즈는 모두 궁극의 세계 안으로 들어가는 동시에 더 많은 ‘새로운 아름다움’을 향해 올라가는 것을 볼 수 있다”라고 평했다.

프랑스 낭트 ‘갤러리 트레(Tres)’

최현준 작가는 다양한 풍경에서 발견한 비물질적 풍경을 독특하고 심도 있는 시선을 담아 ‘환경의 질서’를 입체적 시선으로 전개한다.

그는 총 20여 점의 작품을 소개하는 이번 전시에서 자신만의 시그너처인 사진 작업을 한국의 전통 한지 위에 프린트하고 네 칸 병풍의 형식을 띠는 독특한 전시 스타일을 펼친다. 특히 물로 대표되는 자연의 흐름을 그 물질적 요소가 드러나게 촬영한 뒤 병풍 스타일로 선보이는 '아쿠아 시리즈'를 최초로 공개한다.

최현준 작가의 작품은 무겁지 않지만 진중하고, 탐색적이지만 모던하다. 자연이라는 주제는 자칫 자연의 세부적 묘사에 침착해 현대적 미학과 거리를 둘 수 있지만 시대착오적이지 않고 세련된 시선이 작가로서 최현준과 작가 최현준의 작품이 가진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최현준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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