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읽기] ‘퀸덤’ AOA ‘너나 해’, 걸그룹의 반격 미러링 ‘자아 찾기 페미니즘’
입력 2019. 09.19. 13:03:39
[더셀럽 한숙인 기자] ‘퀸덤’ 2차 경연 무대에 AOA의 ‘너나 해’가 지난 12일 방송이 나간 후 일주일이 지난 현재까지 갑론을박이 이어지며 페미니즘을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아이돌 보이그룹과 걸그룹은 남녀칠세부동석이라는 유교사상의 남녀유별 가르침이 시작되는 7살 시점에 놓인 듯 남과 여의 관습화 된 성적 정체성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준다. 아이돌의 정체성에 근간을 이루는 남녀유별은 연차를 더할수록 심화돼 보이그룹은 근육질 몸을, 걸그룹은 볼륨 있는 보디라인을 노출하고 여기에 자극적 퍼포먼스까지 더해 각각의 성 고정관념에 근거한 ‘선정성’으로 상품 가치를 극대화 한다.

자신보다 아이돌로서 정체성이 우선시 되는 이들은 ‘성 고정관념’과 ‘노출’의 희생양이라고 할 정도로 때로는 안쓰럽기까지 하다. 특히 걸그룹은 단선적인 관습화 된 성적 정체성을 넘어서 성적 자극을 강하게 주는 옷차림과 퍼포먼스가 필요충분조건처럼 돼있다.

이런 자신들을 향한 시선에 맞서듯 AOA는 베스트까지 갖춘 쓰리피스 팬츠 슈트에 화이트 셔츠와 블랙 타이를 맨 머스큘린 포멀룩 차림으로 Mnet ‘퀸덤’의 2차 경연 무대에 올라 ‘너나 해’를 마마무와 전혀 다른 색의 퍼포먼스로 연출했다.

AOA는 아이돌로서는 모험이라 할 수 있는 페미니즘의 흐름을 적극 수용했다. 남자 무용수들에게 자신들의 날렵한 팬츠 슈트 차림과 대조되는 홀터넥, 백리스, 시스루 등 노출 수위가 높은 마이크로미니 드랙퀸 복장을 하게 함으로써 관습적 남녀 성 역할을 전도했다.

AOA의 ‘너나 해’의 미러링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AOA가 보이그룹 식 군무를 시도한 반면 남자 무용수들은 걸그룹에게 관행처럼 돼있는 마이크로미니 스커트 입고 다리 벌리는 ‘쩍벌 댄스’ 퍼포먼스를 펼쳤다.

좀 더 세밀하게 분석하면 AOA의 성 역할 전도는 문화적 페미니즘의 상업화 단계쯤으로 래디컬 페미니즘의 시각에서는 비난의 대상이다.

지민은 베스트 안에 이너웨어를 덧입지 않아 걸그룹 식 노출의 잔재를 이어갔고 설현은 베스트에 벨트를 꽉 묶어 잘록한 허리선을 강조했다. 이뿐 아니라 멤버들은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이 극도로 혐오하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불편함을 체화하게 한 하이힐과 긴 머리로 남성성으로서 블랙 팬츠 슈트를 여성성으로 다시 한 번 전도했다.

그럼에도 이들 중 설현의 헤어는 남성성과 여성성의 중간지점을 모두 수용해 AOA가 ‘너나 해’를 통해 말하고자 했던 메시지로서 이미지의 실체를 짐작케 했다.

설현은 긴 머리를 묶지도 않은 채 늘어뜨렸지만 가르마를 탄 후 남자들의 포마드 헤어를 연상하게 하듯 ‘올백’으로 깔끔하게 정리했다. 또 여타 멤버들이 머리를 앞으로 쏠리게 한 것과 달리 머리를 등으로 깔끔하게 넘겨 블랙 팬츠 슈트의 각을 유지하는데 집중했다.

쟈끄데상쥬 마케팅팀 변소영 팀장은 “요즘 걸그룹들의 콘셉트가 섹시 코드에서 벗어나 걸크러시로 선회되고 있다. 이에 얼굴을 드러낸 올백 스타일이나 다크한 색감의 헤어스타일, 혹은 높은 포니테일 등 자신감을 대변하는 스타일이 대세가 되고 있다”라며 설현의 올백으로 연출한 긴 머리가 일시적 퍼포먼스가 아닌 걸그룹의 변화를 대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무대에서 설현은 블랙 컬러에 컬이 거의 없는 스트레이트로 걸그룹의 정석처럼 돼 있는 극적인 컬의 로맨틱 헤어스타일과 거리를 뒀다.

걸그룹은 대량소비사회의 미덕인 규격화 된 상품처럼 만들어지고 소비되고 있다. 대중이 원하는 규격에서 벗어나는 순간 불량품처럼 폐기돼 버리는 위기를 맞는다.

걸그룹은 소녀의 미성숙함으로 과도한 선정성에 정당성을 부여하거나 혹은 선정성을 극대화 하면서 대중의 로망을 충족해왔다. 이뿐 아니라 인형처럼 정해진 표정과 웃음으로 ‘공산품적인 예쁨’에 충실해왔다.

물론 모든 걸그룹은 아니지만 다수의 걸그룹이 이 같은 공산품으로서 강압을 강제당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AOA의 ‘너나 해’ 무대는 노래 제목만큼이나 의미심장했다. 무엇보다 ‘공산품적인 예쁨’을 강제당해 온 이들이 자발적이든 아니든 이 같은 퍼포먼스를 시도했다는 것만으로 다양성과 개성의 시대로 접어든 아이돌 걸그룹 흐름의 촉매제가 되기에 충분해 보인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Mnet ‘퀸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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