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중심을 잡는 법, ‘아워바디’ [씨네리뷰]
입력 2019. 09.23. 17:22:00
[더셀럽 김지영 기자] 낮아진 자존감을 되찾는 방법은 늦은 나이에 회사를 다니는 것도, 누군가를 새롭게 만나는 것도 아니었다. 영화 ‘아워바디’ 속 자영은 러닝을 통해 살아있는 자신의 몸을 느끼고 정신적으로 성숙해져 간다. 결국 내 인생의 중심을 잡는 것은 건강해진 나 자신이라고 말한다.

자존감이 낮았던 주인공이 자존감과 자신감을 찾고 성장해서 결국 남자주인공과 사랑에 빠진다는 전개는 국내외 로맨틱코미디의 익숙하게 쓰이는 소재다. 영화 ‘아워바디’(감독 한가람)는 연애와 자존감을 연결 짓지 않았다. 어떻게 자존감을 높이는지, 또 이를 통해 달라진 삶을 이야기한다.

주인공인 자영(최희서)은 8년째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 시험 당일 포기한다. 해야 할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던 자영은 누군가의 그림자처럼 우중충한 삶을 보내다 운명처럼 러닝을 하는 현주(안지혜)를 만난다. 현주는 자신과 다르게 생기가 넘치고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져 있는 듯하다.

영화는 자존감이 낮았던 자영이 운동을 시작하면서 달라지는 모든 것들을 중점으로 한다. 처음엔 운동장을 뛰는 것도 벅차하던 자영은 점차 편안한 호흡으로 오랜 시간 러닝을 즐기고 달라지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상대를 대할 때도 마찬가지다. 엄마 앞에선 죄지은 것 마냥 주눅이 들었지만 점차 당당해지고, 업무 효율도 늘어간다.

단순히 ‘운동을 하면 건강해진다’라는 보편적인 설명을 넘어서 영화는 정신적, 주체적인 삶을 살게 된다고 설명한다. 달리기 하나만 하는 데도 소극적인 편에 속했던 자영은 점차 자신의 삶을 능동적으로 이끄는 진정한 주인공으로 변한다. 자영의 주변 인물들도 “뭔가 달라졌다”고 말하거나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가 좋다”고 칭찬하고 엄마나 친구의 권유가 아닌 자신의 뜻대로 인생을 결정하기 시작한다.



8년간의 공무원 시험 준비로 운동과 거리가 멀었던 자영이 운동을 통해 몸이 달라짐을 느낄 때 몸의 곳곳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이러한 부분에서 주인공이 남자가 아닌 여성이기에 성적으로 그려질까 고심한 한가람 감독의 고민이 느껴진다. 건강한 에너지를 발산하는 현주의 바디 라인, 자영을 맡은 최희서의 복근, 허벅지, 종아리, 팔뚝 등을 노골적인 시선으로 훑지 않아 거북하지 않다.

감독과 두 주연, 빈번하게 등장하는 조연 모두 여성으로 이뤄진 여성영화에 속하지만 ‘아워바디’는 대상을 여성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운동으로 삶이 달라지는 것은 여성에게만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최희서 또한 “여성이 주축이 돼서 만들기는 했지만 여성영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성이 주축이 된 것은 기쁘지만 영화 자체는 성별에 국한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생각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어떤 일 때문에 좌절하고 몸을 내팽개치고 자영처럼 살았을 때와 근육이 생기고 나서 자신의 몸을 바라보는 과정, 몸이 좋아졌다고 해서 인생이 변하지 않는 것 등의 주된 감정은 남성분들이어도 공감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중반부를 넘어서 자영이의 도발적인 시도와 행위가 영화의 평을 엇갈리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영화가 줄곧 현주를 선망하던 자영이 주체적으로 변함을 그리고 있는 만큼, 이 또한 자영의 선택이었고 하고 싶었던 것을 한다는 자체로 해석된다.

다수의 영화에 출연하고 ‘동주’와 ‘박열’로 입지를 공고히 한 최희서는 이번 작품에서 주연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비참함과 절망감, 패배감 등 비관적인 감정을 주로 느끼던 자영이 자긍심, 만족, 기대감과 같은 긍정적으로 바뀌어가는 과정들을 표정과 분위기로 표현한다. 현주 역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 안지혜 또한 극을 무리 없이 이끌어가고 다음 행보를 기대케 한다.

‘봄이 오는 동안’ ‘장례난민’ 등을 연출한 한가람 감독은 ‘아워바디’를 통해 장편 영화 데뷔에 나선다. 개봉 전부터 국내외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아워바디’는 오는 26일 전국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 영화 '아워바디' 포스터,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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