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기’, 독립영화서만 느낄 수 있는 완벽한 짜임새 [씨네리뷰]
- 입력 2019. 09.24. 16:30:00
- [더셀럽 김지영 기자] 영화 ‘메기’는 한 가지의 단어로 정의내릴 수 없이 독특하다. 믿음과 의심을 여러 에피소드와 연관시켜 설명하고 이 속에 담긴 메시지는 관객의 마음 깊은 곳을 찌른다.
시작부터 강렬한 이미지가 이어진다. 남녀가 엑스레이실에서 성관계를 하려고 하는 순간 검사기가 작동되고 다음날 병원 내부에 엑스레이 사진이 걸린다. 이를 바라보는 모든 병원 사람들은 누가 찍었는지는 관심이 없고 누가 찍혔는지에만 이목이 집중된다.
이를 계기로 각각의 에피소드들이 줄지어 이어진다. 영화는 물 흐르듯 이어지나 옴니버스 형식을 추구한 것 같은 분위기도 느껴진다. 그러나 믿음과 의심이라는 키워드는 전체의 에피소드를 관통하고 모든 인물들이 믿음과 의심으로 고민하고 갈등하며 관계를 정립해간다.
이러한 과정들이 새롭다 못해 신비롭다. 전혀 관련 없을 것 같은 엑스레이 사진 노출, 땅의 흔들림을 느낀 어항 속 메기의 반응, 싱크홀, 성원(구교환)의 전 여자 친구 등장, 직장 내에서 벌어진 도난사건 등 모두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결국엔 의심이 바탕에 깔려 있었고 믿음이 부족했다는 메시지로 직결된다. 극의 말미에는 관객에게 영화의 메시지를 던지고 여운이 오랫동안 지속되도록 했다.
또한 이 모든 에피소드들 속에 청년실업, 구직난, 데이트폭력, 재개발 시위 등 주변에서 만연하게 일어나는 사회 문제들도 담겨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열네 번째 작품으로 제작된 ‘메기’는 청년을 통해 사회를 바라보고 삶의 애환을 그린다.
인물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독특하다. 병원에서 키우는 메기의 내레이션에 영화 곳곳에 깔려있는데, 캐릭터들의 기저에 깔린 마음을 알아차린 듯 모든 것을 통달한 대사가 이어진다. 한 공간에서 모션을 취하는 인물의 감정을 관객이 느낄 수 있도록 CCTV 화면 같은 구도도 인상적이다. 미쟝센도 놓치지 않아 눈을 즐겁게 만든다.
그럼에도 ‘메기’는 웃음을 잃지 않는다. 지질함으로 예상치 못한 웃음을 선사하는 성원은 구교환이 맛깔나게 표현해 더욱 매력적이다. 병원의 부원장 역을 맡은 문소리 역시 직책이 가진 중후함보다는 인간적인 면모로 재미를 더한다. 이주영은 담백하게, 처음부터 윤영이었던 듯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극에 녹아있다.
이러한 모든 것들이 독립영화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함이기에 ‘메기’가 더욱 신선하고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메기가 세상을 구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이옥섭 감독의 거침없는 상상력으로 시작된 이 영화는 상업영화에서는 느껴볼 수 없는 독특함, 독창성, 이보다 더 강렬하게 다가오는 영화의 메시지 등 모든 것들이 완벽한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영화의 초반과 말미엔 류시화 시인의 말 ‘우리가 구덩이에 빠졌을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더 구덩이를 파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얼른 빠져나오는 일’을 강조한다. 이옥섭 감독은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의심’이라는 구덩이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면 어서 ‘믿음’으로 구덩이를 빠져나오라고 응원하고 있는 듯 하다.
참신함과 독창성으로 똘똘 뭉친 신선한 영화 ‘메기’는 오는 26일 개봉한다.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 영화 '메기' 포스터,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