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원재가 해석한 '세젤예' 정진수 '미숙한 남자의 성장기' [인터뷰]
입력 2019. 09.25. 09:59:17
[더셀럽 김희서 기자] 드라마에서는 낯선 얼굴이었던 배우 이원재가 KBS2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을 통해 안방극장에 확실하게 존재감을 알렸다. 연극 무대가 이원재의 주 연기 장소였다면 이번에는 다소 생소했던 드라마 촬영장 세트장에서 친근한 생활 연기를 펼치며 시청자들에게 확실한 신스틸러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 더셀럽 사옥에서는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딸'(이하 '세젤예')에서 정진수 역을 맡은 배우 이원재의 종영 인터뷰가 진행됐다.

2019년 3월부터 9월까지 주말 드라마로 인기리에 방영됐던 '세젤예'에서 대한민국에 사는 누군가의 남편이자 사위, 아들의 모습을 두루갖춘 친근한 느낌에 이원재가 6개월 동안 정진수로 살았던 소감과 연기를 향한 이원재만의 소신을 들어봤다.

‘세젤예’는 전쟁 같은 하루 속에 애증의 관계가 돼버린 네 모녀의 이야기를 통해 이 시대를 힘겹게 살아내고 있는 모든 엄마와 딸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드라마다. 매 회마다 동시간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화제성 높았던 ‘세젤예’는 마지막 회에 자체 최고 시청률 35.9%를 경신했다.

극 중 이원재는 미선의 남편 정진수로 분했다. 아내 미선을 이해 못 하는 게 아니지만 온갖 핑계로 자신의 취미 생활을 우선 순위로 두며 육아와 집안 살림은 온전히 미선의 몫으로 돌리며 장모인 선자에게 밉상 사위였다. 그럼에도 진수를 미워할 수 없는, 밉지 않은 사랑스러운 인물로 그려내며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먼저 이원재는 진수를 가정 생활에 '미숙'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진수는 철이 없다기보다 가정생활과 같이 혼자가 아닌 여러 사람을 챙겨야하는 관계에 있어서 미숙한 인물이라 생각했다. 아내와 딸, 엄마, 장모를 진심으로 사랑하지만 그만큼의 표현이 서툴렀던 거다. 그래서 진수의 마음을 조금 더 솔직하게 대사로 표현할 수 있을 지에 대한 고민이 컸다"고 전했다.

항상 집에서는 바쁜 아빠이자 남편으로 현실적인 가장의 모습을 보인 진수가 실제 이원재의 모습같이 그려져 시청자들의 호응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이원재는 이에 관해 단호하게 해명했다. 이원재는 진수를 연기하면서 가장 하기 힘들었던 대사가 ‘밥 줘’였다고 밝혔다.
그는 ”실제로 결혼해서 한번도 아내에게 밥 차려달라 요구한 적이 없다. 차라리 직접 만들어 먹거나 안 먹는다”고 말하며 “집안 생활은 최대한 공유하려한다. 설거지는 잘한다”며 극 중 진수와 달리 이원재는 가정적인 남편의 면모를 자랑했다.

현재 5살 아들을 키우고 있는 아빠의 입장으로서도 진수라는 캐릭터를 통해 많은 걸 느끼게 됐다고 전했다. 이원재는 “드라마 상에서 다빈이와 함께하는 장면을 찍을 때마다 나를 다시 되돌아보게되더라. 생각보다 아이랑 놀아줄 시간이 없다고만 생각했는데 앞으로는 아이랑 같이 보내는 시간도 많이 만들어야겠다고 느꼈다”라며 어김없이 아이 아빠로서의 모습도 보였다.

그런 이원재의 마음가짐이 통했던 덕분인지 진수는 미선(유선)과 다빈(주예림) 또는 장모 선자(김해숙)와 함께 있을 때 특히 그 존재감이 빛을 발했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에 이원재는 ‘배우들 간의 친밀감’을 꼽았다.

‘세젤예’ 엄마 역으로 출연한 배우들과 그의 케미가 한 몫을 했다.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 정들기도 하고 실제 모자 간의 격없는 관계와 장모와 사위의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주며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앞서 이원재는 연극 ‘장수상회’에서 모자 호흡을 맞췄던 박정수와 다시 한 번 ‘세젤예’를 통해 엄마와 아들로 만나 편했다고 전했다.

이원재는 “김해숙 선생님은 푸근한 시골 엄마 느낌이다. 그래서 실제 극 중 성향도 저희 어머니와 같았다. 때로는 거친 언변이나 때리기도 하는 그런 사소한 행동이 친숙했다”며 “박정수 선생님은 도시 엄마 느낌이다. 말씀이나 외적인 부분들이 세련되시고 실제로도 차분하게 말씀하시는 모습이 꼭 저희 장모님 같았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원재는 진수가 선자의 병문안에 방문해서 함께 시간을 보내던 장면이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으로 꼽았다. ‘세젤예’ 후반부에서 선자는 말기암 판정을 선고 받고 힘겹게 항암 치료를 했지만 하루하루 더해가는 고통에 괴로움을 호소해 슬픈 감정이 극에 달했다.

암 투병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함께 힘들어하는 아내 미선을 보고 그제야 정신차리고 일탈 생활을 청산한 진수는 선자가 입원한 병원을 찾았다. 진수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선자와 아무일 없다는 듯 웃으며 화투치고 과일을 깎아주며 소소하게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이원재는 “별 거 아니었지만 54회를 찍으면서 보고 눈물났던 장면이었다”며 “처음에는 티격태격 못난 사위였는데 그래도 인간적으로 서로 사랑하고 있었고 단지 서로의 감정표현이 달랐던 것을 잘 풀어낸 것 같아서 좋았다”라고 밝혔다.

이렇게 매 회마다 길지 않은 순간에도 깊은 내면 연기와 호소력 짙은 감정 표현을 선보인 이원재는 신선한 마스크 뒤에 탄탄한 연기 내공을 갖춘 연극 배우 출신이라는 사실에 그제서야 그의 연기력에 맞장구를 칠 수 있었다. 많은 원로 배우들이 출연하는 첫 주말 드라마에서 비중있는 역으로 성공적인 신고식을 치를 수 있었던 데에는 이미 연극에서 원로배우들과 거리낌없이 연기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국립극단에서 본격적인 연기 생활을 시작한 이원재는 현재 연기 활동을 이어가면서도 극단 운영과 연극 무대 연출, 시나리오 각색을 도맡고 있는 바쁜 배우이기도 하다.

이원재는 극단 ‘달팽이주파수’의 소속 배우이자 대표다. 그는 처음부터 극단을 만들 생각은 없었다고 고백했다. 이원재는 “제가 연기하고 싶은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작업실을 만들었다. 그런데 이곳에 동료나 후배, 제자들이 모이면서 자연스럽게 그럼 뭐라도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반전이게도 이원재는 자신이 운영하는 극단 무대에 배우로 선 적은 없다. 그는 “아직은 극단의 색깔을 내는 게 중요하다 생각한다. 그래서 연극 연출과 시나리오 각색일을 먼저 하고 있다”며 극단장이자 든든한 선배 배우로서의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원재도 배우를 하면서 연출가와 각색 작업을 하는 일에 회의감을 느끼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때로는 질타받기도 했다. 그래서 어느 순간 연출하다보니 배우 활동하면서도 연출의 시선으로 공연을 하게 되고 연출을 하다 배우의 시선으로 보게 되면서 그 경계를 스스로 침범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럼에도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잃지 않기 위해 그 경계를 의식하며 연기하고 있다는 이원재에게 연기에 대한 남다른 포스를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이원재는 배우로서의 소신을 밝혔다. 그는 “가리지않고 여러 역할을 다 하고 싶다. 딱 하고 싶은 캐릭터를 정한 건 아니지만 내가 하고자하는 건 선택되어지는 거라 생각해서 할 수 있는 건 다 하고 싶다”며 “배우라면 자신의 쓰임이 있다면 어디든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앞으로 배우로서의 포부를 다짐했다.

[김희서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권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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