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캘린더] ‘메기’-‘아워바디’, 극장서 부는 반가운 여풍(女風)
입력 2019. 09.26. 17:28:36
[더셀럽 김지영 기자] 남자배우가 가득하던 극장가에 반가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우리집’ ‘벌새’의 바통을 이어받을 여성 영화 두 편 ‘메기’와 ‘아워바디’가 관객들을 맞이한다.

이옥섭 감독이 연출을 맡은 ‘메기’는 마리아 사랑병원을 발칵 뒤집은 ‘19금’ 엑스레이 사진을 계기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간호사인 여윤영(이주영), 병원의 부원장 이경진(문소리), 여윤영의 남자친구 이성원(구교환)을 중심으로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진행되고 ‘믿음과 의심’이라는 키워드가 극 전체를 관통한다.

여기에 청년들의 삶과 고민, 구직난, 데이트폭력, 재개발 시위 등을 유쾌하게 풀어낸다.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영화 프로젝트’의 열네 번째 작품인 ‘메기’가 다소 무겁게만 느껴지기 않게 하기 위함인 것으로 해석된다. 더불어 관객의 재미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영화적 해석, 미쟝센 등이 전반에 깔려있고 극의 초반과 말미에 다르게 느껴지는 ‘구덩이에 빠졌을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구덩이를 더 파는 것이 아니라 구덩이에서 얼른 빠져나오는 일이다’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라는 대사는 영화의 여운을 짙게 남긴다.

다양한 에피소드를 한 데로 묶고 이를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만든 ‘메기’의 전개에 이옥섭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인다. 특히나 촬영장에서 벌어진 실수를 수습하지 않고 극의 전개로 녹아들게 하거나 어항에 어울리지 않는 물고기 메기를 전지적 시점으로 설정한 것 또한 독창성, 참신함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메기’는 지난해 열린 제 23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CGV아트하우스상, KBS독립영화상, 시민평론가상, 올해의 배우상 등 총 4관왕을 달성했다. 이와 함께 제 23회 판타지아영화제 베스트 데뷔상 특별언급, 제 44회 서울국제독립영화제 관객상, 오사카아시안필름페스티벌 대상 수상을 비롯해 제48회 로테르담국제영화제, 제37회 뮌헨국제영화제, 제18회 뉴욕아시아영화제, 제21회 타이베이영화제 등 유수의 해외 영화제까지 휩쓸었다.



‘메기’가 각종 사회 문제들을 제기발랄하게 풀어냈다면 ‘아워바디’는 행정고시 준비생이 운동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을 중점으로, 진중하게 그렸다. 자존감이 낮은 캐릭터의 성장과정은 영화에 익히 다뤄져왔던 소재이나 ‘아워바디’는 ‘러닝을 통해 건강해지는 나’를 외면과 내면 모두에 집중했다.

‘아워바디’는 이전에 소극적이었던 자영(최희서)이 몸의 변화를 느낀 뒤 자신감을 얻는 과정들로 하여금 자존감의 근원은 외모가 아니라 내면의 에너지에서 나온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더불어 자영이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이 선택하고 싶은 것을 행하는 일들을 통해 평가와 잣대 속에서 사는 이들에게 ‘나는 내 삶의 주인’이라는 의미를 각인시킨다.

러닝을 즐기는 자영과 현주(안지혜)의 장면들은 감탄을 자아낸다. 노을이 지거나 동이 트는 한강의 모습과 어우러지는 이들의 열정은 관객들에게 운동 욕구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이번 작품으로 장편 영화 데뷔하는 한가람 감독은 자연의 경이로움을 스크린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또한 운동으로 하여금 변화되는 여성의 바디라인을 성적 대상화로 보이지 않게 노력했으며 그저 건강한 성인의 몸 자체로 담아 근육 부위 하나하나, 솜털 하나까지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메기’와 ‘아워바디’의 개봉은 최근 독립영화에 부는 여성 감독, 여자 배우가 주가 되는 ‘여성영화’의 흐름에 합류해 더욱 의미가 남다르다. 좀처럼 여성영화를 만날 수 없던 상업영화에 반해, 독립영화의 ‘여풍(女風)’은 영화계의 크고 작은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여성영화가 많은 관객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받고 흥행으로 이어진다면 상업영화 또한 이러한 대열에 참여하지 않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감독과 배우가 여성이라고 우대를 받아야 한다는 것 보다는, 지금까지의 영화계 흐름상 남성이 다수였고 여성이 설 자리가 적었던 것이 현실이었다. 독립영화계에 부는 기분 좋은 바람을 계기로 여성의 설자리가 점차 확대돼 ‘여성영화’라는 말이 무색해질 날이 어서 다가오길 바라본다.

‘메기’와 ‘아워바디’는 전국 극장가에서 만날 수 있다. 두 작품 다 15세 관람가.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 영화 '메기' 아워바디' 포스터,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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