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 김하경, 초심을 기억할 배우 [인터뷰]
- 입력 2019. 09.30. 10:00:00
- [더셀럽 전예슬 기자] 호흡이 긴 주말드라마를 무사히 마무리했다. 준비 기간부터 촬영까지 더하면 8개월에 걸친 대장정의 항해를 끝마친 것. “시간이 지나도 생각나는 작품이었으면 좋겠다”라고 소망한 주인공은 배우 김하경이다.
기자는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KBS2 주말드라마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극본 조정선, 연출 김종창) 종영 후 김하경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전쟁 같은 하루 속에 애증의 관계가 돼버린 네 모녀의 이야기를 통해 이 시대를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모든 엄마와 딸들에게 위로를 전한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 극중 김하경은 막내딸 강미혜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이 작품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처음으로 이름을 알린 그는 시원섭섭한 종영 소감을 전했다.
“아쉬운 부분도 많고 후련한 부분도 있어요. 끝난 게 얼마 안됐고 포상휴가도 남아있어서 ‘아 끝났다’라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아직 미혜가 저에게 남아있어서 실감도 안나요. 긴 시간 동안 호흡을 같이 해서 당장 내일 되면 여의도에 가야할 것 같고, 그 모임 안에 있는 것 같아요.”
세종대학교 영화예술학과를 졸업, 연극, 영화, 웹드라마에 출연하며 차근차근 연기력을 쌓은 김하경.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린 건 이 작품이 처음일 터. 첫 주연작이기 때문에 그만큼 애정과 아쉬움이 공존할 듯 하다.
“체력을 많이 길러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어느 순간 힘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운동도 열심히 하고 체력도 길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아쉬움도 많았어요. 잡아둔 캐릭터가 중간부터 흔들려서 아쉬웠죠. 연기 경험이 많이 없고 처음이다 보니까 저만의 소신이나 중심이 제대로 세워져있지 않았어요. 다른 배우들은 자신만의 색깔을 역할에 덧입히는데 저는 저만의 색이 뭔지, 어떻게 입혀나갈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어요. 처음에 잡았던 캐릭터를 조금씩 잃어갈 때마다 주변에서 ‘흔들리지 마라’라고 조언해주셨어요. 다시 잡아가면서 연기를 하는데 그 중간에 흔들린 제가 바보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 중심을 믿고 갔어야했는데 그런 게 부족했던 것 같아요. 이 드라마는 저 자신이 뛰어나게 실력적으로 발전한 게 아닌, 인격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작품이에요. 아쉬우면서도 한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죠. 저의 문제점을 하나씩 알게 됐다는 점에서요.”
김하경이 맡은 강미혜는 한 때 전도유망한 신인 소설가였지만 강씨 집안의 애물단지로 전락한지 오래인 인물. 엄마의 국밥집 소일거리를 돕는 알바생 인생을 살다, 다시 자신의 꿈을 찾아갔다. 철부지 막내딸를 표현하기 위해 그는 어떤 노력을 했을까.
“처음에 밝고 통통 튀는 캐릭터로 잡았어요. 현실에서 보기 힘든 인물이잖아요. 나이가 있는데 꿈에 젖어 자격지심 속에 사는. 작가님도 처음에 애니메이션 같은 느낌이었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그런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부담과 긴장감에 힘을 줬어요. 고치려고 하는데 너무 밋밋한 느낌으로 모든 것을 고치게 되더라고요. 캐릭터 자체를 잃어간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재밌게 할 수 있는 부분도 무난하게 지나가려 한 거죠.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지? 그냥 할 걸. 그냥 더 해볼 걸’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35.9%(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자체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유종의 미를 거둔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 시청률은 물론, 높은 화제성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았기에 주변 반응도 달라졌을 것이다. 혹평과 호평 속 김하경은 그저 감사하다고.
“댓글 같은 건 생각날 때마다 봤어요. 초반엔 모든 말들을 다 받아들였었죠. 그래서 주변 반응에 흔들린 것도 있어요. 선배님들은 계속 하라고 하셨는데 저는 처음이고 잘 하고 싶은 마음에 모든 걸 고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나중에는 조언과 넘어가도 될 말들이 걸러지더라고요. 상처를 안 받는 건 아니지만 그것 또한 감사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것들로 힘들어하고 불만을 가지는 자체가 사치라는 생각이 들었죠.”
데뷔작을 성공적으로 끝마친 김하경.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은 그에게 뜻 깊은 작품으로 남을 터. 그는 “10년, 30년이 지나도 잊지 못할 것 같다”라고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말문을 이어갔다.
“첫 데뷔작이라 처음을 기억하고 싶어요. 후에 힘들고 불평을 가질 때, 흔들릴 때 이 작품을 생각하게 될 것 같아요. 이때의 마음, 상황이 어땠는지 생각하면서요. 감사함을 늘 가지며 배워나가고 싶어요. 시청자들에게도 이 작품이 문득문득 생각나셨으면 좋겠어요. 많은 드라마가 방송되고 있지만 ‘이런 드라마가 있었지’ 기억해주셨으면 하죠.”
첫 술에 배부르랴. 이제 막 배우로서 첫 발을 내딛은 김하경. 그는 다양한 장르와 역할로 대중들을 만날 것을 약속했다. “초심을 잃지 않는 배우가 되겠다”라고 다짐한 말과 함께.
“도전하고 싶은 캐릭터요? 밝고 씩씩한 캐릭터를 한 번 더 해보고 싶어요. 공감을 형성할 수 있는 건강한 역할이요. 정반대로 말수가 적고 차분한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 지금과 상반된 느낌의 역할이요. 많은 것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초심을 잃지 않으면서요. 시간이 지나면 생각과 사상이 변할 수 있잖아요. 나중에도 지금을 생각하면서 감사할 줄 알고, 배워나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김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