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대 신세경의 첫 작품 '신입사관 구해령'의 의미[인터뷰]
- 입력 2019. 10.01. 17:04:36
- [더셀럽 박수정 기자] 조선 최초의 여사(女史)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MBC 드라마 '신입사관 구해령'은 '고정관념'을 깨는 판타지 퓨전 사극이다. 그 중심에는 타이틀롤인 구해령 역을 맡은 배우 신세경이 있었다.
극 중 신세경이 연기한 구해령은 유교사상과 성리학이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조선에서 혼례를 거부하고 자신이 꿈꾸는 대로 운명을 개척해가는 진취적인 여성이다. 신세경은 기존의 공식을 깬 조선 최초의 여사 구해령 역을 맡아 빈틈없는 내공 연기로 40부작이라는 긴 호흡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갔다.
타이틀롤을 맡은 신세경은 "처음에는 부담되는 부분이 있었다. 원래 준비하는 기간에 가장 부담감을 많이 느끼는 편이다.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이번 작품 역시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촬영이 시작된 후부터는 심적인 부담감보다는 그런 고민들이 기분 좋게 작용했다"고 털어놨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존중받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타이틀톨을 맡았기 때문에) 감독님과 더 많은 부분을 의논할 수 있었고, 감독님 역시 제 이야기를 좀 더 들어주시려고 노력하셨다. 아무래도 구해령 역이 끌고 가는 부분이 컸고, 다른 캐릭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부분이 컸기 때문에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눠야만 했다"
'베테랑 연출가' 강일수 감독 덕분에 작품을 끝까지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강일수 감독님은 훌륭한 어른이시다. 배워야할 점이 많은 분이다. 첫 미팅부터 그렇게 생각했다. 일상에서 발생하는 사소한 일에 대해 즉각 사과를 하신다. 스태프 한명 한명에게 신경을 곤두세우고 챙기려고 노력하셨다. 감독님이 촬영을 마치시고 '20대 스태프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고 많이 배웠다'라고 소감을 이야기하셨다.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덕분에 좋은 촬영 현장에서 연기할 수 있었다"며 감사함을 드러냈다.
'신입사관 구해령'은 SBS '뿌리 깊은 나무', '육룡이 나르샤'를 이어 신세경이 선택한 사극 드라마. 신세경은 "이전에 해 온 사극과는 결이 다르다. 이런 사극은 처음이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다.이전의 작품들은 무겁고 진중한 이야기들이 주를 이뤘다. 이번에는 비교적 가볍고 산뜻한 느낌이 강했다. 색다른 지점이 있었고, 그런 점들을 살리고자 노력했다"고 전했다.
조선시대 배경의 사극에서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표현해야한다는 점에서도 쉽지는 않았다. 신세경은 "구해령 존재는 조선시대에 있을수 없는 판타지 아니냐. 현실과 동떨어진 설정이었다. 상상을 첨가한 사극이라 그 부분이 가장 고민이 됐다. 시청자분들도 거부감 없이 바라봐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컸다. 작가님, 연출진, 배우들 모두 한 마음 한 뜻으로 그런 지점들이 잘 스며들 수 있도록, 어색하지 않도록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신세경은 "그동안 해왔던 작품들 중에서 구해령 역은 실제 모습과 많이 닮아있는 캐릭터다. 그래서 더 애착이 많이 간다. 닮은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 표현하는 데 있어서 수월했던 부분도 있었다"며 캐릭터를 향한 각별함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작품이 담고 있는 묵직한 메시지에 카타르시스를 느꼈다고 고백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알고 있지만 그 시대를 살아가는 인물들을 모르는 문제에 대해 구해령이 지적하는 장면이 있다. 시대 착오적인 오류다. 다양한 대사와 에피소드들이 그 시대 여성에게 들이대는 잣대나 살아가는 방식을 말한다. 그런 다양한 지점에서 묘한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더라. 그런 부분에 대해 말하고 행동하는 구해령의 대사가 마음에 들었다. 비단 성별의 문제를 떠나서 그 시절에 있던 신분에 대해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무의식적으로 저지르고 있는 차별에 대한 일츰을 놓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이 굉장히 좋았다"
'신입사관 구해령'은 결말도 기존 사극과는 달랐다. '혼례'라는 조선시대 배경의 사극의 '해피엔딩' 정석 대신 '자유연애'를 즐기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에 대해 신세경은 "구해령은 혼례를 원하지 않는다. 결말을 어떻게 맺어야하는 지가 숙제 중 하나였다. 잘못 표현이 되면 이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주제가 무너질수도 있다. 구해령이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여정을 첫회부터 잘 보여줬다. 섬세하게 잘 그려냈기 때문에 시청자들도 이해해주실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어느덧 신세경은 데뷔 22년 차 그리고 30대 배우가 됐다. 30대 첫 작품으로 '신입사관 구해령'을 만난 신세경은 "서른을 맞이한 후 첫 작품이었다. 그동안 현장에서 막내로 지냈던 시간이 길었다. 나이를 확인할 필요도 없이 무조건 제가 막내였다. 요즘 촬영 현장에 가면 '언니'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그런 말을 듣는 게 좋다. 뭔가 어깨가 솟는 기분이 든다.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지난해부터 촬영현장에 동생들이 많아졌다. 그들의 긍정적인 면을 통해 많이 배운다"라며 달라진 촬영장 분위기에 대해서 전했다.
신세경의 대표 출세작인 MBC '지붕뚫고 하이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올해는 '지붕뚫고 하이킥'이 방영 된지 1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회자되고 있는 작품이다. 신세경은 "'하이킥'을 다시 봤다. 다시봐도 재밌더라. 현재와 달라진 부분을 꼽자면 목소리다. 목소리가 어리더라. 목소리가 지금과 달라서 충격을 받았다. 그때와 똑같은 목소리를 내려고 해도 안되더라"라며 아쉬움을 드러내 웃음을 자아냈다.
1998년 서태지 'Take 5' 포스터모델로 데뷔한 뒤 신세경은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며 자신만의 필모그라피를 차곡차곡 쌓았다. 그는 "데뷔 초와 비교하면 지금 정말 안정적이다. 무엇보다 마음이 편안하다. 균형도 잘 잡혔다. 훨씬 더 잘 쉬면서 활동하고 있다"며 힘주어 말했다.
"'하이킥' 출연 이후 인터뷰 내용을 다시 살펴봤다. '지쳤다'라는 말 밖에 안하더라. 당시 '지쳐서 쉬고 싶다'는 말을 많이 했더라. 돌이켜생각해보면 그때 뭘 알았겠냐. 아무것도 몰랐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해야하는 일정을 소화했었다. 일정들에 끌려다녔다. 능동적으로 무언가를 할 수 없었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의욕도 없었다. '하루살이'처럼 살았다. 하지만 그 시절에 대해 후회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분명 많은 걸 배웠다. 지금의 안정이 어떤 의미인지도 알게 됐다. 지금은 마음의 평화를 찾았다"
"배우로 살 수 있어 큰 축복"이라며 만족감을 표하기도 했다. 신세경은 "찰나의 순간이지만 배우라는 직업으로 인해서 삶에서 누려야할 부분들을 박탈당한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금방 사라졌다. 또래 직장을 다니는 친구들과 만나서 대화를 해보면 어떤 직업군이든 제약이 있고 힘든 점이 있기 마련이더라. 단순히 배우라서 겪는 불편함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 잘 살고 있다. (또래 친구들처럼) 똑같이 살고 있다. 축복이다"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 나무엑터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