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티고’ 천우희, 불평등·현기증 나는 현실 그대로 옮겨낸 열연 [종합]
- 입력 2019. 10.11. 18:02:52
- [더셀럽 전예슬 기자] 배우 천우희의 연기력이 다시 한 번 입증됐다. 여전히 불평등하고 현기증 나는 현실을 그대로 영화 속에 옮겨냈다. 114분의 러닝타임을 힘 있게 끌고 가며 고군분투한 그다.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강로동 CGV 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버티고’(감독 전계수) 언론배급시사회가 개최됐다. 이날 시사회에는 전계수 감독, 천우희, 유태오, 정재광 등이 참석했다.
연출을 맡은 전계수 감독은 자신의 직장 생활 이야기를 바탕으로 영화를 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직장생활을 3년 했는데 그때 감정을 바탕으로 썼다. 회사 배경도 그때와 굉장히 유사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주인공을 남성으로 하면 객관성을 잃을 것 같았다. 서영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섬세했으면 했다. 같은 나이를 지나는 직장인, 특히 여성의 마음이 어떨까 생각했고, 여성으로 가야 보편적이고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라며 “그래서 주인공을 여성으로 설정했다. 다른 캐릭터들은 제가 직장 생활할 때 상사나 동료들에서 모티브를 가지고 왔다”라고 설명했다.
천우희는 극중 일과 사랑, 현실이 위태로운 계약직 디자이너 서영 역을 맡았다. 그는 고충건물에 있는 사무실에 들어서면 이명과 현기증이 심해지는 인물이다. 최근 많은 관심 속 종영한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에 이어 30대 여성 역할로 돌아온 천우희는 “제 또래에서 제가 지금 세대에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더 가깝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라며 “판타지적이고 극적인 면이 있지만 제가 현실에서 느꼈던 감정들과 느낌들을 조금 더 공감할 수 있는 게 어떤 게 있을까 고민하고 생각했다. 극한 감정을 쌓아가야 했기에 현장에서 최대한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서영이가 처해있는 전후 상황들과 감정선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관계들이 줄을 하나씩 달고 있는 느낌이었다. 연인, 가족, 사회생활 등 줄이 이어져 있는데 그것들이 영화를 흘러가면서 하나씩 끊기면서 서영이라는 인물이 낙하하게 되는 느낌이었다”라면서 “그런데 아무런 관계없는 부인의 줄이 생기면서 살아가는 인물이다. 마치 천사가 구원해주는 느낌이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천우희는 “그동안 연기한 캐릭터는 에너지를 발산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면 이 캐릭터는 안쪽으로 더 응축해야했다. 캐릭터를 동물에 비유할 때가 많은데, 서영이는 아주 큰 수족관에 갇혀있는 돌고래 같은 느낌이었다. 혼자만 고립됐고 불안한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들을 어떻게 하면 영화적으로 또 감각적인 설정을 맞춰 구현할 수 있을지 준비하고 해석했던 것 같다”라고 캐릭터를 분석했다.
전계수 감독 역시 천우희의 말에 동감했다. 그는 “이 영화를 구상하면서 여성성과 남성성의 대립을 가져오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 현대 사회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현대인들의 지치고 좌절감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고층 건물을 유영하는 물고기들처럼 사회 모습이 주는 애잔함을 표현하고 싶었다”라고 했다.
또 전 감독은 고층 건물을 영화 배경으로 택한 이유로 “고층 건물은 수직적인 프레임이고 하늘 끝까지 닿으려고 한다. 회사 내 질서도 가부장적이다. 정직원도 아니고 계약직으로 살아가는 여성이 갖고 있는, 사방이 포위된 것 같은 느낌이 남성성과 대비를 이룰 때 조금 더 극적으로 드러나지 않을까 하는 무의식이 있었다”라며 “많은 대중문화 속에서 주체적 여성이 드러나지만, 저는 여전히 21세기 한국 사회에서는 여성이 불평등한 사회라 생각한다.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보고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도 중요하지만 냉정한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라고 덧붙였다.
‘버티고’는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된 바. 천우희는 극의 중심에서 현실이 위태로운 계약직 디자이너 서영으로 완벽하게 분해 흔들리는 청춘의 자화상을 표현한다. 여기에 칸이 먼저 알아본 글로벌 신 유태오, 독립영화계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정재광까지 출연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버티고’는 현기증 나는 일상, 고층빌딩 사무실에서 위태롭게 버티던 서영(천우희)이 창밖의 로프공과 마주하게 되는 아찔한 고공 감성 영화로 오는 17일 개봉 예정이다.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김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