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는 봤나, 어느 잔혹한 이발사 ‘스위니토드’ [무대 REVIEW]
입력 2019. 10.12. 18:00:00
[더셀럽 이원선 기자] 귀를 찢을 듯한 굉음으로 시작하지만 거북하지 않다. 잔혹한 이발사의 이야기와 불협화음이 만나 괴기스러우면서도 웅장한 전율을 선사한다. 커튼콜이 끝난 뒤 관객들은 이 가사를 떠올릴 것이다. “들어는 봤나, 스위니토드”

뮤지컬 ‘스위니토드’는 19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한다. 1868년 런던은 산업혁명으로 인해 급격한 경제적, 문화적 성장에 심각한 혼돈을 겪고 있을 시기였다. 사람들은 기계의 발달로 편리함도 누렸지만 그만큼 기계의 발달을 위협적으로 느끼기도 했다. 그래서 ‘스위니토드’에서는 그 시대의 부패, 광기, 살인, 복수 등의 주제를 담아 사람들의 사회에 대한 불안감과 공포감을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이야기는 누명을 쓴 채 추방 당했던 벤자민바커가 15년 만에 다시 돌아오며 시작된다. 이발사 벤자민바커는 아내 루시, 어린 딸 조안나와 행복하게 살고 있었지만 그의 아내를 탐한 터핀 판사에 의해 누명을 쓰고 추방 당하게 된다. 다시 돌아온 그는 파이 가게를 운영하는 러빗 부인과 함께 복수를 꿈꾸고, 은빛 칼을 다시 들며 핏빛 복수를 시작하는 스위니토드가 된다.

특히 터핀 판사를 향한 복수가 실패로 끝나자 스위니토드의 광기 어린 복수심은 점점 인간 전체를 향해 번져갔고, 그가 운영하던 이발소에 발을 들인자는 살아돌아오지 못 하게 된다.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가는 인간에 대한 광기 어린 스위니토드의 복수는 결국 아무도 남지 않는 추운 런던의 거리를 회상케 했다.

‘스위니토드’의 음악은 브로드웨이 사상 가장 혁신적인 작곡가로 꼽히는 스티븐 손드하임의 손에서 태어났다. 손드하임이 만든 음악은 서곡부터 강렬했고 공연 시작 2초만에 관객들을 무대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찢어질듯한 악기 소리와 함께 “들어는 봤나 스위니토드, 이발사 탈을 쓴 악마”라는 앙상블의 외침은 스위니토드의 이야기 시작을 알렸다.

또한 스위니토드를 이야기할 때 손드하임의 불협화음이 돋보이는 음악도 그의 광기어린 민낯을 보여주는데 한 몫 했다. ‘스위니토드’의 넘버들은 대체로 멜로디와 리듬, 대사의 불협화음을 띈다. 이는 캐릭터와 극의 성격을 더욱 극대화 시켜 몰입도를 높였고 인간성을 잃어버렸던 19세기 런던을 완벽히 풍자했다. 스위니토드와 그가 내놓은 시체로 인육파이를 만들어 파는 러빗부인의 이야기는 잔혹했지만 한편으로는 그 시대 런던의 민낯이라는 점에서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쉴틈 없는 전개부터 강렬한 넘버를 소화할 배우들의 라인업 또한 ‘스위니토드’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이미 2016년 스위티토드가 돼 봤던 조승우와 2007년 국내 초연에서 토비아스를 연기했던 홍광호, 섬세한 연기와 노래로 다양한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하는 박은태가 스위니토드 역할을 맡았다. 또 러빗 부인 역에는 조승우와 함께 2016년 뮤지컬 ‘스위니토드’에 출연하며 화제성과 흥행을 모두 잡았던 뮤지컬 여제 옥주현, 뮤지컬을 비롯해 브라운관을 통해서도 관객과 만나고 있는 김지현, 린아가 이름을 올렸다.

조승우의 토드는 3년 전보다 성장했다. 극 초반 딸 조안나를 향해서는 부성애를 보이면서도 터핀 판사에게는 날 선 복수를 꿈꿨다. 특히 조승우는 극이 후반부로 흘러갈수록 더욱 미치광이로 변해가는 스위니토드의 모습을 완벽히 그려내며 온몸에 전율을 일게했다.

옥주현의 연기 또한 완벽했다. 러빗부인은 스위니토드에게 연정을 품고 그의 복수를 돕는 인물이다. 옥주현은 푼수끼와 능청스러운 모습을 극대화해 캐릭터를 표현했으며 자칫하면 무거울수도 있는 스위니토드의 복수에 웃음을 더하며 토드 조승우와 완벽한 호흡을 자랑했다.

악랄하면서도 우스꽝스러웠던 터핏 판사 역할의 서영주, 맑은 목소리가 귀를 간지럽혔던 조안나 역의 최서연, 순수함과 광기 그 사이의 감정선을 표현하며 전율을 안긴 러빗부인의 조수 토비아스 신주협의 연기도 지나칠 수 없었다.

‘스위니토드’는 파격적이고 소름 돋는 입체적인 캐릭터, 또 수준 높은 음악이 어우러진 스릴러 뮤지컬이다.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닥터지바고’ 등 다수의 작품을 프로듀싱 해온 신춘수 프로듀서와 스티븐 손드하임 작품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갖춘 에릭 셰퍼, 뮤지컬 ‘타이타닉’때부터 오디컴퍼니와 호흡을 맞춘 폴 테이트 드푸가 뭉쳐 ‘스위니토드’의 색을 견고히 했다.

런던의 우울한 거리, 그 속에 있던 잔혹한 이발사 스위니토드의 이야기는 2020년 1월 27일까지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만나볼 수 있다. 러닝타임 165분.

[이원선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오디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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