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멜로가 체질’ 한지은 ”황한주 만나 성장했어요“ [인터뷰]
- 입력 2019. 10.14. 07:10:00
- [더셀럽 김지영 기자] 데뷔 10년. 다수의 작품에서 조연과 단역을 번갈아 입지를 쌓아왔던 배우 한지은이 ‘멜로가 체질’에서 주연으로 발돋움했다. 첫 주연작에서 싱글맘, 사회초년생의 설움을 한 번에 보여준 한지은의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최근 종영한 종합편성채널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극본 이병헌, 김영영 연출 이병헌, 김혜영)에서 한지은은 여덟 살 아들 인국이를 혼자 키우는 이혼녀이자 워킹 맘 황한주를 맡았다. 대학 시절 자신에게 끊임없이 추파를 던지는 노승효(이학주)에게 마음을 뺏겨 아들을 낳는다. 그러나 “불행하다. 네 행복은 네가 알아서 해라”는 노승효의 말에 그를 붙잡지 못하고 황한주 혼자 인국이를 키운다.
30살이 되면 괜찮아지고, 성숙한 어른이 될 줄 알았던 것과 달리 한주의 인생은 순탄치 않다. 육아로 경력이 단절돼 새롭게 드라마 제작사에 들어가고 여기저기 치이는 것이 일쑤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연예인과 PD, 매니저 등에게 설움을 받기도 하지만 자신의 커리어를 착실히 쌓아나간다.
한지은은 자신의 행복을 찾아 떠난 남편, 남겨진 아이, 아직 다져지지 않은 직장 내 위치 등 무엇 하나 순조롭지 않은 한주에 끌렸다. 이병헌 감독도 “쉽지 않은 캐릭터”라고 말한 어려운 한주이지만 한지은은 도전 정신이 생겼다.
“오디션을 통해 들어가게 됐다. 청춘들의 이야기이고 나랑 비슷한 또래를 다룬다는 게 마음이 갔다. 이병헌 감독님의 드라마에 출연하고 싶어서 오디션을 열심히 봤었다. 물론 걱정도 컸다. 감독님이 말씀하셨던 게 한주라는 캐릭터가 지금껏 작품 하면서 만들어본 적 없는 인물이라고 하셨다. 한주는 복합적인 느낌이 있는 친구지만 그런 것들을 잘 얘기하면서 만들어보자고 하셨고 저도 나름대로 조사하고 연구도 하면서 준비를 했다.”
데뷔한 지 어느덧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으나 아직 대중 인지도는 낮아 첫 주연작에 싱글맘을 맡는 게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터. 그러나 한지은은 “전혀 걱정은 없었다”고 말하며 “너무 순수하고 사랑스러워서 잘해보고 싶은 생각이 컸다”고 애착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모성애라는 감정은 아직 느껴보지 못했기에 한주와 비슷한 상황의 어머니들을 직접 만나 캐릭터를 만들어나갔다.
“싱글맘이라는 이미지가 생기는 걱정은 하지 않았지만, 모성애라는 힘을 내가 가질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컸다. 대본만 보면서 한주를 느끼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주변의 지인분들을 통해서 인국이와 비슷한 자녀를 둔 어머니들을 만나 워킹맘으로 드는 감정 등을 물어보고 도움을 많이 받았다.”
동고동락하는 친구 임진주(천우희), 이은정(전여빈), 이효봉(윤지온) 중 가장 먼저 부모가 됐지만, 연애에 있어선 쑥스러움이 많고 모든 행동과 말투에 애교가 녹아있다. 여린 성격에 상사에게 혼이 나거나 촬영장에서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으면 눈썹이 팔(八)자로 그려져 시무룩해지지만 때때론 자신의 의견과 주장을 내세우는 강단도 있다.
“생각보다 단순하게 한지은에 접근했다. 생각을 하고 계산을 한 뒤에 한주의 행동으로 옮기는 것보다 상황에 따라서 달라지는 게 한주라고 생각했다. 인국이랑 있을 때는 순수하고 긍정적이고 밝은 에너지를 가지려고 하고 현장에서 일할 때는 책임감을, 직장 대표님을 대할 때는 존경하는 마음으로. 그게 한주의 모습인 것 같았다.”
한주는 회사에서 대표로부터 신뢰를 얻고 진급하게 되면서 생활에도 여유가 생긴다. 촬영장에서 함께 설움을 느끼던 추재훈(공명)과 공감하고 서로 위로하면서 정이 쌓이고 은근슬쩍 손을 통함 교감을 나누기도 한다. 그러나 추재훈은 오랫동안 사귀던 여자친구 하윤(미람)이 있었다. 한주는 재훈에게 마음을 여는 듯 하다가 미람의 등장으로 후퇴를 하지만 여기에 속상함을 드러내거나 슬프거나 하는 감정은 표현하지 않는다.
“한주는 하윤이와 재훈이의 관계를 알지 못했을 때는 희망을 가졌을 것이다. 깊은 마음은 아니었겠지만, 한주도 항상 사랑이라는 것을 하고 싶고, 충분히 할 수 있는 나이고 자격이 있지만, 책임감이 있어서 참고 지냈을 것이다. 그런 부분에서 재훈이라는 존재가 힘이 많이 됐을 것 같다. 한주가 가진 결핍된 마음 때문에 재훈이 남자로 보이는 부분이 컸겠지만, 하윤이와의 관계를 알고 난 뒤엔 직장 동료로 생각해 감정을 티 내지 않고 접을 수 있는 마음이었을 것이라고 본다.”
드라마의 말미 한주는 친구들에게 “만나는 남자가 있다”고 말한다. 한주와 재훈의 관계가 정확하게 그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한주의 폭탄 고백은 재훈을 가리키는 것인지, 또 다른 제 3의 인물 혹은 그냥 해본 소리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그러나 마지막 회에 등장한 한주의 남자친구는 드라마 중반부 클럽에서 만난 클럽 남인 것으로 드러난다. 전혀 예상치 못한 결말에 시청자들은 놀라움을 표했고 한지은 또한 놀랐다고 했다.
“유난히 다른 캐릭터들과 비교해 한주의 결론이 빨리 나오지 않아 저도 많이 궁금했다. 만나는 사람이 있다고 하면서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기에 재훈이랑 만나는 줄 알고 놀랐다. 설레는 느낌이 들면서도 ‘이래도 되나’하는 마음이 들더라. 아니나 다를까 제3의 인물이었고 재훈과 한주가 각자의 길을 가면서 마무리가 되더라. 예쁜 결말이라고 생각한다. 순수한 한주가 클럽남을 만나는 게 의아했는데 곱씹어보니까 한주가 ‘장소에 대한 선입견’이라는 말을 했었다. 그런 한주라면 클럽남과도 관계가 발전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주는 대학 때도 철벽을 치다가 이상한 사람한테 끌려서 선택하게 되지 않나. 순수한 것과는 또 다른 부분이라고 본다.”
한지은은 가장 좋았던 대사로 마지막 회에 임진주, 이은정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다 한주가 한 “꼭 철들 필요가 있나. 나는 영원히 생각 없이 수다 떨래”하는 대사를 꼽았다. 한주의 묘한 위로가 한지은의 마음속에 스며들었다.
“저 또한 철들지 않는 사람 중 하나다. (웃음) 대부분 사람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책임감이라는 게 생기고 그런 것 때문에 자신을 힘들게 만드는 것 같다. 저 역시도 그런 부분이 있고. 생활, 환경에 따라 채워지고 성숙해지는 부분이 있겠지만 본질에서 한지은이라는 사람은 그대로 있는 것 같다. 이렇게 계속 철들기 싫어하는 게 모든 사람이 가져가고 싶은 마음이지 않을까.”
조금씩 조심스럽게 밟아온 배우 생활이 벌써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다른 배우와 비교해서 좋은 것, 좋지 않은 것이 있을 수 있지만, 최소한 한지은은 자신에게 있어서 부끄럽지는 않다고 자부했다.
“힘들었던 순간도 있지만 제가 걸어온 방향에 있어서 부끄럽지는 않은 것 같다. 후회도 안 된다. 제가 해왔던 여러 가지 선택들이나 걸어왔던 길이나 쌓아왔던 것들이 저한테 되게 힘이 많이 됐다. 힘든 순간에 되돌아보면 너무 감사하게도 제가 작년보다는 올해 반 계단, 조금씩 성장을 하고 있더라. 그러한 되새김들이 또 다른 동기부여가 되고 연기를 더 열심히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최소한 부끄럽지 않게끔 떳떳하게 잘 걸어왔다는 생각이다.”
‘멜로가 체질’은 한지은을 성숙하게 만들어줬고 일상에서도 가끔 꺼내보고 싶은 작품으로 남았다. 이번 작품으로 대중에게 한 발짝 가까이 다가간 그는 다음 작품에선 액션이 들어간 역동적인 캐릭터를 꿈꿨다. 더 나아가 다채로운 배우, 작품마다 새로운 연기 옷을 입을 수 있는 배우를 희망했다.
“배우는 자기만의 맞는 스타일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걸 찾는 건 배우의 몫 중 하나다. ‘멜로가 체질’을 하면서 느꼈던 것과 다짐을 한 것은 극 중에서 캐릭터를 내가 가진 옷처럼 입는 게 아니라 내가 입혀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작은 역할을 할 때부터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주신 분들이 ‘작품마다 느낌이 다르다’는 말을 해주셨다. 그게 한편으로는 나라는 사람을 몰라주는 것 같기도 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그만큼 나를 작품 안에서 캐릭터의 모습으로 봐주셨고 이게 장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앞으론 여러 가지 색깔이 잘 묻어지고 싶은 배우가 꿈이다."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HB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