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션 읽기] ‘우아한 가’ 배종옥 ‘파워숄더 블랙 재킷’, 영웅 서사극으로 완결된 대미
- 입력 2019. 10.18. 11:37:07
- [더셀럽 한숙인 기자] ‘우아한 가’는 회를 거듭할수록 기존 드라마를 넘어서는 ‘막장’ 수위를 이어갔지만 ‘논란’이 아닌 ‘웰메이드 막장’이라는 예상외의 반응을 끌어냈다. 이 드라마는 출생의 비밀, 가족 간의 복잡한 애정관계 등 일반적 막장 수위를 넘어서는 설정에도 복수가 없고 ‘진실 규명’에만 초점이 맞춰졌다는 점에서 막장 드라마로 단정할 수 없게 했다.
MBN 수목 드라마 ‘우아한 가’는 엄마의 죽음과 엄마가 사실은 새언니였다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실 앞에서도 ‘가족’이라는 본질을 놓치지 않는 명석한 모석희 역할을 충실히 해낸 임수향과 사리사욕 없이 신념에만 충실 하는 영웅으로서 한제국을 그린 배종옥, 두 배우가 만들어낸 시너지가 흥행을 이끌었다.
모석희와 한제국, 여성이지만 드라마는 ‘남성이 아닌’이라는 전제에 얽매이지 않고 ‘제국’을 지키려는 방식이 다른 두 사람의 팽팽한 대립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배종옥은 이름에서도 올곧은 신념이 배어나는 ‘한제국’ 역할에 완벽하게 몰입해 선과 악을 구분하려는 드라마의 한계를 극복했다.
MC그룹의 후계자로 지목된 딸 모석희(임수향)를 본능적으로 경계하던 모철희(정원중)는 뒤늦게 석희가 딸이 아닌 동생이라는 사실을 알고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비난이 쏟아질법한 설정이었지만 카메라는 쓰러진 모철희가 아닌 이를 내려다보는 한제국(배종옥)의 무표정을 비춰 드라마의 관점을 명확히 했다.
한제국은 판사에서 MC그룹으로 자리를 옮긴 후 ‘MC 제국’ 수호자로 자본주의의 이념 실현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전부를 쏟아 부었다. 그는 사적 재산을 축적하지도 않고 집도 소유하지 않은 채 사옥의 최정상에서 MC그룹의 실질적 수장 역할을 했다.
한제국은 마지막까지 MC그룹 수장으로서 자신의 신념을 유지했다. 주태형(현우성)은 한제국이 사라진 사실을 알고 당황하지만 한제국은 자진출두해 주 검사 앞에 섰다. 배종옥은 갑옷을 연상하게 하는 솟은 어깨선의 파워숄더 재킷과 날렵한 선의 팬츠로 구성된 블랙 슈트에 블랙 셔츠와 낮지도 높지도 않은 블랙 스틸레토 힐을 연출해 자신의 제국이자 모두의 제국이기도 한 MC그룹을 위한 마지막 임무를 수행하는 한제국의 당당함을 표현했다.
한제국은 자신을 의아하게 바라보는 모석희와 허윤도(이장우)에게 “뭘 상상했길래 표정이 그렇지. 어떤 선택을 했느냐 그게 그 사람의 인생이야. 산다는 건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이야. 그게 틀렸든 혹은 옳았든 그리고 선택한 것은 책임을 져야 돼. 그걸 회피하는 건 내 방법이 아니야”라며 자진출두가 상황이 아닌 자신의 선택에 관한 책임임을 강조했다.
배종옥은 인터뷰에서 제복 같은 슈트를 고집하면서도 소재에서 피트까지 남성성과 여성성을 적절하게 조율해 한제국의 당당함을 표현하는데 신경 썼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배종옥의 전략은 검찰 출두에서 입은 파워숄더 재킷의 팬츠 슈트에서 정점을 찍었다.
한제국이 끝까지 주 검사 앞에서 자신에게 제기된 혐의에 MC 그룹에 공동 책임을 지우지 말 것을 요구했다. 한제국의 파워숄더 재킷은 벼랑 끝에서도 놓치지 않는 그릇된 욕망이 아닌 책임을 다하는 당당한 자존감으로 보이게 하는데 시각적 일조를 했다.
한제국은 끝까지 제국의 한 치의 오점이 남지 않게 하는데 자신의 전부를 걸었다. 배종옥은 이러한 한제국에게 불편한 미러링이라는 거부감, 어설픈 성 역할 전도라는 실망감, 그 어떤 비난도 쏟아지지 않게 끝까지 배우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페미니즘은 남자처럼 목소리를 내고 옷을 입는, 흉내 내기로는 공감을 끌어낼 수 없다. 페미니즘을 앞세운 어설픈 남자 복제 시대가 ‘우아한 가’로 인해 종지부를 찍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MBN ‘우아한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