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 2019년을 살아가는 전 세대 지영을 위해 [씨네리뷰]
입력 2019. 10.23. 11:35:37
[더셀럽 김지영 기자] 1982년에 태어난 김지영의 인생을 조명한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일부 세대만 대변하는 것일까. 단호하게 ‘아니’라고 답할 수 있는 ‘82년생 김지영’이 모든 논란을 잠식시킬 준비를 마쳤다.

23일 개봉한 ‘82년생 김지영’은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1982년에 태어나 가장 보편적인 삶을 살아온 여성 김지영(정유미)의 인생을 통해 관객에게 공감과 위로를 전하고 경각심을 일깨운다. ‘이제는 이러지 말아야 해’ 혹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인생을 살아라’하는 메시지를 강조하기 보다는 당연한 줄로만 알아왔던 일들, 대한민국 여성으로서 감내해야 했던 것들을 꼬집는다.

극 중 김지영이 겪는 일들은 특별하지 않다. 남동생을 특별히 아끼는 가족 내 분위기, 남자 동급생 때문에 심리적 공포감을 느껴 주저앉아 울 때에도 “네가 늦게까지 다녀서 그래”라고 잘못을 피해자에게 떠넘기는 것들, 직장 내 높은 자리에 앉은 여자 상사에게 업무성과를 칭찬하면서도 ‘일 때문에 가정은 내팽개쳤다’고 당연하게 말하는 남자 상사들, 유리천장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퇴사하는 여자 상사, 화장실 내 설치된 몰래카메라,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에도 육아하는 여성을 ‘맘충’이라고 비하하고 혐오하는 사람들까지. ‘82년생 김지영’을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은 1982년 혹은 그 이전 세대에게만 공감을 이끌어내지 않고 2019년 현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모든 여성들에게 이야기한다.

김지영이 자라면서 겪는 모든 일들은 과거에만 한정된 것들이 아니다. 남아선호사상이 사라지고 있는 추세라고 하지만, 매번 사회면을 장식하는 유리천장 문제, 사회 모든 곳에서 성추행과 성희롱의 위험을 경계하고 불안에 떠는 여성들, 이제는 당연하게 혐오의 대상이 된 ‘맘충’이라는 단어 등은 1982년 이전 세대만 겪는 일들이 아닌 지금 현 시대를 살아오고 있는 대부분의 여성들이 겪고 있는 일들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82년생 김지영’이 특별하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영화의 메시지를 강조하지 않기 때문이다. 불만을 제대로 표출하지 못해 응어리가 쌓였던 지영이 겪고 있는 병을 통해 부조리한 삶을 살아온 여성들을 대변한다. 이를 통해 관객에게 영화의 주제 또는 의미를 받아들이도록 강조하는 거부감이 들지 않고 극의 말미 달라진 지영을 통해 영화의 긍정적 결말을 맺는 동시에 작품의 메시지도 넌지시 던진다.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 또한 포근하고 따스하다. 불편한 일들을 겪어온 지영의 삶을 조명했으나 거북하지 않고 관객의 마음에 스며들면서 감성을 자극한다. 답답한 일들의 연속에서 허망하게 하늘을 바라보는 지영의 모습, 지영을 바라보는 대현(공유)와 가족들의 진심어린 걱정과 불안 등을 통해 안타까운 마음이 먼저 든다.

영화는 상처받은 모든 ‘지영’이들에게 위로를 하는 듯 하다. 이번 영화를 통해 첫 장편 영화 연출을 맡은 김도영 감독은 영화의 전체적인 색감과 OST 등에서 자극적인 요소가 전혀 없는 것들로 구성해 관객이 극에 편안하게 녹아든다. 김지영 역을 맡은 정유미와 그의 남편 대현으로 분한 공유는 원래 부부였던 듯 호흡이 자연스럽고 이 때문에 지영의 상황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진다. 지영의 모친 미숙 역을 맡은 김미경 배우의 연기엔 극찬만이 흘러나온다. 영화의 클라이맥스인 서로를 위로하는 지영과 미숙의 장면으로 현 시대를 살고 있는 여성들이 서로를 다독이는 느낌을 자아낸다.

소설을 원작으로 했으나 형식을 그대로 따라가진 않는다. 김지영의 인생만 중점적으로 다뤘던 소설과 달리 영화는 김지영과 그 주변 인물들도 함께 주목할 수 있도록 반경을 넓혔다. 공감과 감동, 위로가 크게 몰려온다.

전국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18분.

[더셀럽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 영화 '82년생 김지영' 포스터,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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