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아 부탁해’ 이채영 “배우는 광대, 악녀 역할에 거부감 없어요” [인터뷰]
입력 2019. 10.30. 15:42:08
[더셀럽 전예슬 기자] 어느덧 데뷔 12년차다. 그럼에도 배우 이채영은 그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성장하고 있다. 한 시선으로 보면 같은 악녀지만 역할에 녹여낸 연기는 결이 다르다. ‘여름아 부탁해’를 통해 또 한 번 성장한 이채영이다.

기자는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더셀럽 사옥에서 KBS1 일일드라마 ‘여름아 부탁해’(극본 구지원, 연출 성준해) 속 주상미로 열연한 이채영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드라마 마지막 촬영 후 매체 인터뷰까지 숨 가쁜 일정을 소화했음에도 이채영은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었다. 지난 2014년 방송된 KBS2 ‘뻐꾸기 둥지’ 이후 오랜만에 일일드라마 ‘여름아 부탁해’로 돌아온 그는 “KBS라 고향에 온 느낌이었다”라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뻐꾸기 둥지’ 때 같이 일했던 스태프들이 추천해주셔서 ‘여름아 부탁해’를 선택하게 됐어요. 감회가 새로웠죠. 힐링 되는 느낌이었어요. 오랜만에 KBS 작품을 해서 카메라감독님, 현장감독님들도 여전히 따스하게 맞이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들지 않았어요. 종영에 대한 실감도 못하고 있고요. 다음 주부터 현장에 안 나간다고 생각하니 시원섭섭해요.”

‘여름아 부탁해’는 미워도 미워할 수만은 없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유쾌하고 따뜻하게 그린 가족극이다. 이채영은 극중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제멋대로 자란 천방지축 주상미 역을 맡았다. 그는 자신에게 설렘으로 다가오는 남자를 차지하기 위해 임신이라는 거짓말을 하며 악녀 행보를 이어가기도. 앞서 드라마 ‘아내가 돌아왔다’ ‘가족의 탄생’ ‘뻐꾸기 둥지’ 등을 통해 악녀 캐릭터를 맡았던 그가 ‘여름아 부탁해’의 주상미와는 어떤 차별점을 뒀을까.



“제가 악녀 역할을 많이 안 했어요. 비율로 보면 7대 3정도. 악녀를 3번 했으면 정의로운 역할을 7번 한 거죠. 그런데 악녀를 했을 때 반응과 피드백이 많더라고요. 배우는 관객을 위해서 존재하는 거예요. 어떻게 보면 시작점부터가 달랐죠. ‘뻐꾸기 둥지’ 속 이화영은 사회적인 차별과 아픔, 슬픔이 많은 인물이었어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바닥까지 간 사람이 대리모도 하고 아이까지 빼앗겨 복수를 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끝까지 갔고 무너져 내린 캐릭터죠. 주상미는 우울함보다 타인의 아픔을 이해할 수 없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에요. 높은 곳에서 내려온 사람이죠. 알고 나쁜 짓을 한 게 아닌, 몰라서 나쁜 짓을 한 인물이에요. 남들이 받을 피해에 대해 생각을 안 한, 미성숙 된 인물이죠.”

배우들은 드라마, 영화 등 작품 속 인물로 대중을 만난다. 그래서 특정 작품 또는 역할로 그 사람의 이미지가 되기도 한다. 이채영은 다양한 면을 가지고 있지만 앞서 맡았던 악녀 이미지가 잔상에 강하게 남아 있어 이미지 고착화에 대한 고충은 없었을까.

“그런 걱정은 배우답지 못하다고 생각해요. 배우는 주어진 인물, 텍스트를 맛있게 요리하면 되는 광대죠. 연기를 좋게만 봐주시면 역할은 중요하지 않아요. 어떻게 보이는 연기는 저만을 위한 연기잖아요. 아무도 저를 봐주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요. 시청자가 원하는 모습도 있고, 제가 잘하는 것도 있어요. 저에게 악녀 연기만 들어오는 것도 아니에요. 역할에 두려움이 없어 악녀 캐릭터에 거부감이 없었죠. 어떤 역할이 들어와도 ‘잘 해내야지’라는 생각뿐이에요.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넣어서 충실히 하는 게 중요하고요.”

이채영은 자신이 예쁘게 돋보이는 것보다 어떤 역할이든 잘, 맛있게 소화하고 싶은 배우이고 싶다고 한다. 이 같은 이유에서 다시 한 번 악녀 역할이 주어져도 망설임 없이 해낼 수 있었다고. 이채영은 “신경 쓰면서 했다면 배우 일을 하는 동안 우울했을 것 같다”라고 말문을 이어갔다.

“저는 우울하기보다 즐거웠어요. 이 일이 성격에 잘 맞는 것 같아요. 뜨거운 감자라고 하잖아요. 이야기에 소재거리가 있을 때 사람들이 이야기를 하면 살아있음을 느껴요. 제가 이야기의 주제가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어요. 사건사고를 제외하고 한 번이라도 제가 이야기의 대상이 된다는 자체가 영광스럽죠. ‘주상미 나빠, 미워’ 등 댓글을 보면 속상하기보다 기분이 좋았어요. 오히려 연기에 대해 지적받거나 이상하다고 하시면 더 속상했을 것 같아요. ‘악녀가 왜 저래, 감정이입이 안 된다, 이상하다’라고 하면 더 속상하더라고요. 처음부터 이런 마음이 있었어요. 역할에 대한 반응보다 연기에 대한 평가가 저를 속상하게 했죠.”



2007년 ‘마녀유희’로 데뷔한 이채영은 다양한 드라마, 영화, 예능을 통해 얼굴을 알렸다. 데뷔 12년차 ‘베테랑 배우’임에도 그는 스스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에 노력을 가하고 있다. 조그마한 성장이라도 그 변화를 알아봐주는 대중들이 있어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다.

“다른 분이 연기한 기사에서 ‘차라리 이채영처럼 악역을 맡아 연기파로 가던가’라는 댓글을 봤어요. 너무 소름 돋더라고요. ‘연기’에서 이채영은 거론의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외모나 트렌드 이슈, 운동법 등에만 질문을 해주셨거든요. 연기력이 부족하다는 기사도 봤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이제는 어떤 한 파트를 떠나 연기하는 이채영으로 인정해주셔서 너무 신났어요. 성장했다는 의미잖아요. 10년 전과 반응이 똑같았다면 너무 슬펐을 텐데 피드백들에 변화가 있고 긍정적인 반응이라면 성장한 게 아닐까요. (웃음)”

‘여름아 부탁해’를 끝으로 이채영은 휴식 후 차기작 검토에 들어간다. 데뷔 이후 꾸준한 작품 활동으로 대중들을 만나온 이채영. 지치거나 힘들 법 한데 묵묵하게 길을 걸어가고 있는 그이기에 앞으로 보여줄 새로운 얼굴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데뷔 때 ‘잘 할 수 있을까,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주진 않을까’ 생각을 많이 했어요. 어느 순간 현장에서 사람들과 함께 일하며 ‘겁먹어 있는 시간조차 손해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탑배우의 계열에 든 적도 없지만 꾸준히 주조연을 왔다, 갔다하고 있어요. 지치거나 그런 것들이 없어 너무 감사한 일이죠. 캐릭터가 매력적이라면 주연이든 조연이든 상관없어요. 중요해지지 않은 때가 왔어요. 이 일을 하는 자체가 재밌죠.”

[더셀럽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권광일 기자]

더셀럽 주요뉴스

인기기사

더셀럽 패션

더셀럽 뷰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