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현 “전무했던 로맨틱 코미디, ‘두번할까요’ 무조건 하고 싶었다” [인터뷰]
- 입력 2019. 11.05. 16:11:32
- [더셀럽 김지영 기자] 데뷔 23주년 만에 드디어 로맨틱 코미디를 만났다. 영화 ‘꽃잎’ ‘명량’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등 다양한 작품에서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줬던 배우 이정현이 ‘두번할까요’를 통해 소원을 풀었다.
최근 개봉한 ‘두번할까요’는 생에 최초 이혼식 후 와이프 선영(이정현)에게서 겨우 해방된 현우(권상우) 앞에 옛 친구 상철(이종혁)까지 달고 다시 그녀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세 남녀의 싱글라이프를 다룬다.
대학시절 만난 현우와 결혼까지 하게 된 선영은 어느 날, 이혼을 요구하는 현우에게 회심의 일격을 날린다. 바로 결혼식을 하는 것처럼, 이혼식을 하면 이혼을 해주겠다고 한 것. 선영과 헤어지고 싶은 마음이 컸던 현우는 선영의 말을 따르기로 한다.
결국 선영과 현우는 기자회견 분위기를 풍기는 이혼식을 연다. 두 사람이 식장에 들어서지만 서로 손은 잡지 않고 복장도 따로 논다. 단상에 마련된 자리에 앉아 사람들에게 이혼식을 하게 된 이유를 밝히고 현우가 있는 앞에서 흉을 본다.
어디에선가 본 것 같은 발랄함과 당당함, 상철에게 한 소리를 들어도 굴하지 않는 모습 등 활발한 이미지가 다른 작품에서 본 것 같은 느낌을 주지만 이정현은 로맨틱 코미디가 처음이라고 밝혔다. 박용집 감독은 예상할 수 없는 선영의 행동에서 이정현의 전작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를 떠올렸고 출연을 제의했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수남의 4차원적인 이미지를 보고 캐스팅을 했다고 하셨다. 현실에 있지 않을 것 같지만 밝은 이미지. 그래서 되게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캐스팅을 했다고 하시더라.”
뛰어난 연기력을 요하는 작품, 슬픔, 연민, 수준 높은 분장 등을 필요로 하는 작품들이 주로 이정현을 찾았으나 그동안 이러한 작품들을 연속적으로 맡으며 심적으로 힘듦을 겪었던 그는 밝고 쾌활한 작품을 갈구했다. ‘두번할까요’의 시나리오를 읽기 전엔 기도를 했을 정도였다.
“로맨틱 코미디가 아예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서 ‘두번할까요’가 코믹 로맨스라고 해서 읽기 전에 기도를 했었다. ‘재밌어라’하면서.(웃음) 다행히 너무 재밌었다. 읽자마자 회사에 전화를 해서 ‘하겠다’고 하니까 소속사에서 ‘바로 하면 창피하니까 6시간 있다가 말을 하겠다’고 했다.(웃음) 무조건 하고 싶었다.”
신선한 소재와 새로운 도입부가 이정현의 마음을 이끌었다. 처음으로 들어온 로맨틱 코미디 시나리오에 반가움을 느꼈던 그였고 또 한편으로는 이혼식이 이정현의 발목을 붙잡았다. 그는 곧바로 박용집 감독을 만나 이혼식을 물었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로맨틱 코믹 로맨스라 너무 반가웠는데 이혼식이 걸렸다. 만나서 ‘이혼식이 뭐냐’고 물었다. ‘이게 가능한 것이냐’고도 묻고. 선영은 자존심이 센 여성인데 이혼을 하고 싶어 하는 현우의 말을 들어주기 싫어서 버티려고 이혼식을 요구한 것인데 현우가 그 말을 들어줘서 결국 이혼식을 하게 되는 것이었다. 이해가 가더라.”
현우에게 마음이 남아있는 선영은 계속해서 현우에게 연락을 한다. 해외여행 후 귀국한 선영은 차사고가 났을 때도 현우를 부르고 짐을 옮길 때, 심심할 때 등 시시때때로 현우를 찾는다.
“선영이 현우에게 의지를 많이 한다. 그게 다 미련이라고 봤다. 선영은 미련이 있어서 남편과 굳이 이혼식을 하고 남편 욕을 하는 것도 미련 때문이다. 미련 때문에 남편을 찾게 되다가 자신을 되돌아보고 좀 더 성숙해지는 선영의 성장도 마음에 들었다.”
문제는 미련과 자존심이었다. 자존심 때문에 ‘이혼하지 말자’는 말을 못하고 ‘미련’ 때문에 계속해서 갖은 핑계를 들어 현우에게 연락을 했던 것이었다. 결국 상철에게 눈을 돌린 것도 미련과 자존심의 일종이었다.
“모든 게 자존심 때문이다. 부부싸움의 원인은 자존심이라더라. 극 중에서 이혼의 계기가 안 나오는데 모든 이혼하는 이유 중 하나가 성격차이라고 하지 않나. 선영을 보면 청소도 안 하고 현우는 깔끔한데, 자존심 때문에 선영은 ‘이혼하기 싫어. 내가 잘할게’라는 말을 못한다. 결국 둘 다 자신을 돌아보고 만나게 되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을 했다.”
이혼을 시작으로 영화가 전개되다보니, 선영과 현우가 헤어지게 된 핵심적 이유가 그려지지 않는다. 더불어 현우와 선영이 어떻게 만났고, 어떠한 과정을 겪고 결혼까지 하게 되는지 다뤄지지 않는다. 영화의 전개에 크게 중요한 요소는 아니지만, 간략한 설명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초반에 이혼하게 된 계기를 다 설명하면 러닝타임이 부족할 것 같았다. 간혹 가다가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설정이 과하다거나 그러면 ‘이런 게 로맨틱 코미디의 매력 아니겠어’하면서 촬영을 했다. 우리는 관객을 웃기는 데 충실하려고 했고 즐겁게 촬영하면서 집중했다.”
‘두번할까요’를 만나고 이정현은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푹 빠졌다. 관객을 웃긴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몸소 겪었고 감사한 마음은 더욱 커졌다. 이를 비롯해 다양한 작품들을 만날 것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여러 가지 다양한 것을 해보고 싶은데 ‘두번할까요’의 선영은 해보지 않은 캐릭터가 들어와서 감사했다. 정말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어려운 작품을 하면 현장에서 마음을 다잡고 카메라 앞에서 리마인드를 해야 해서 감정조절이 어려웠다. 그러나 이번 작품은 행복한 감정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 지금도 많은 시나리오를 찾고 있는데 아직 못 만났다. 혈기왕성한 감독들과도 하고 싶고. 항상 기다리고 있다. 여러 가지를 다 해보고 싶다.”
[더셀럽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 리틀빅픽쳐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