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사건 쉽게 풀어낸 ‘블랙머니’, 이젠 관객이 분노할 차례 [씨네리뷰]
입력 2019. 11.12. 15:58:55
[더셀럽 김지영 기자] 복잡한 론스타 사건을 쉽게 풀어냈다. 진행 중인 사건을 외면하기엔 영화 ‘블랙머니’가 너무나도 친절하고, 남녀노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재구성했다. 론스타와의 국가 분쟁 해결(ISDS) 판결이 올 하반기에 나올 예정인 가운데 영화가 개봉하는 이상, 관객들은 이를 외면하지 않고 사건을 직관해야할 필요성이 생겼다.

오는 13일 개봉하는 ‘블랙머니’(감독 정지영)는 1989년 외환은행이 민영화되면서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벌어진 실화를 다룬다. 영화는 양민혁(조진웅) 검사가 의도치 않게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것을 시작으로 포문을 연다.

정치와 금융이 밀접하게 관련된 사건을 영화로 풀어내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 모양새다. 정지영 감독은 ‘블랙머니’의 준비기간만 7년을 쏟아 부었다. 이는 극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관객에게 생소한 경제단어들은 자막으로 풀이가 되고 경제담당 검사가 아닌 양민혁이 관객과 함께 사건에 빠져든다.

빠르고 많은 경제 관련 대사가 ‘훅훅’ 지나감에도 머릿속을 파고든다. 예고치 않게 사건에 얽힌 양민혁은 자신에게 설명해주는 이들에게 “그게 뭔데” “그래서 무엇이라고?”라고 되묻고 이해하기 쉽게 다시 상황을 풀어준다. 상황설명이 장황하게 들어가는 일반 영화라면 지루하고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는 단점을 조진웅이 보완했다. 특유의 빠른 대사와 역동성 넘치는 화법, 액팅으로 긴장감을 유지시키고 느슨해지는 법이 없도록 만들었다.



최근 몇 년 간, 정치가 연루된 범죄 영화가 연이어 개봉해 ‘블랙머니’ 또한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가진 않을까하는 우려가 있을 터다. 그러나 ‘블랙머니’는 현 정치 상황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으며 입체적인 캐릭터로 극의 사실성을 높였다. 무조건적으로 영화의 재미를 추구하기 위해 불필요한 스토리는 포함시키지 않고 극의 말미까지 질주한다.

풀릴 듯 풀리지 않고 권선징악의 결말을 맞을 듯 하지만 묘하게 비껴간다. 익숙하게 많이 봐온 범죄 영화와 다른 노선을 취해 신선함을 자아내지만 사실에 근거한 결말이라 분노와 안타까움을 더한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전,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의 현 진행상황과 만일 소송에서 지게 된다면 발생하게 될 일을 자막으로 전달해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한다.

조진웅과 이하늬는 ‘블랙머니’가 극의 재미를 유지하면서 구체적으로, 관객들이 영화에 몰입할 수 있도록 상당부분 일조했다. 올해만 들어 세 편째 관객과 만나고 있는 조진웅은 ‘블랙머니’에서 숨겨둔 힘을 발산하며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분노를 표할 때와 비리를 알고 순탄하게 흘러가지 않는 상황에 직접 열변을 토하는 장면에선 그만의 아우라가 느껴진다.

국제 통상 전문 변호사 김나리로 분한 이하늬는 세련됨과 냉철한 이미지를 발산하며 카리스마를 구축했다. 슈퍼 엘리트 변호사라는 맞춤옷을 입은 듯 김나리 자체로 변신해 완벽한 영어 대사,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김나리 자체가 됐다. 최근 영화 ‘극한직업’ 드라마 ‘열혈사제’ 등으로 코믹한 이미지를 형성했던 그였기에 이번 ‘블랙머니’를 통한 이미지 변신이 더없이 반갑다. 이밖에도 이경영, 최덕문, 조한철, 허성태 등 연기력으론 흠잡을 데 없는 ‘연기신’들이 모여 ‘블랙머니’을 채웠다.

극 전체를 관통하며 양민혁이 거듭 언급하는 형사소송법 234조 2항 ‘공무원은 그 직무를 행함에 있어 범죄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고발하여야 한다’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관객의 마음을 쥐고 흔들고, 피를 뜨겁게 만든다. 이는 정지영 감독이 일부 공무원에게 던지는 직언이자 국민에게 관심을 호소하는 것으로 보인다.

‘블랙머니’는 오는 13일 전국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러닝타임 113분. 12세 관람가.

[더셀럽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 영화 '블랙머니' 포스터,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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