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필 무렵’ 공효진의 완급조절, 이래서 ‘로로퀸’인가 봅니다 [인터뷰]
입력 2019. 11.27. 07:00:00
[더셀럽 전예슬 기자] 동백이는 공효진 그 자체였고 공효진도 동백이 그 자체였다. 공효진이 아니었다면 동백이 역할을 누가 해냈을까. 위대한 영웅이 등장하진 않지만 누군가에게는 위로를, 또 누군가에게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 ‘동백꽃 필 무렵’. 그 중심에 배우 공효진이 서있었다.

기자는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KBS2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극본 임상춘, 연출 차영훈) 촬영을 모두 마치고 종영 인터뷰를 진행한 공효진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첫 방송 시청률 6.3%(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출발한 이 드라마는 매회 상승 곡선을 그리다 마지막회 23.8%라는 최고 시청률을 달성했다. 시청률은 물론 4주 연속 드라마 부문 화제성 1위를 놓치지 않으며 시청자들에게 사랑 받은 ‘동백꽃 필 무렵’은 종영 후에도 여전히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촬영한다고 (반응을) 피부로 확 느끼진 못했어요. 현장에서 많은 분들이 구경을 오는 건 알고 있었죠. 시청률이라는 숫자나 주위에서 ‘네가 까불이냐’라고 유행어식으로 이야기를 많이 하신다는 것도 들었어요. 드라마 촬영 중에는 바깥활동을 못하고 있다가 끝나고 나서 이제야 왔다 갔다를 조금 하는데 ‘진작 돌아다녔으면 좋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웃음) 환호나 응원 같은 걸 더 느끼고 싶어요. 그래서 인터뷰도 하고 싶더라고요.”



‘동백꽃 필 무렵’은 편견에 갇힌 맹수 동백을 깨우는 촌므파탈 황용식이의 폭격형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다. 공효진은 극중 술집 까멜리아를 운영하는 동백 역을 맡았다. 순해 보이는 동백은 알고 보면 하마다. 괜히 유순할 것 같은 하마지만 알고 보면 맹수다.

“작가 선생님이 정글에서 진짜 무서운 게 하마라고 하셨어요. ‘어떻게 표현하지?’ 생각이 들었죠. 하마가 막 다른 맹수들처럼 동물을 잡아먹고 호랑이, 사자처럼 활개를 치고 돌아다니지 않잖아요. 대본에서도 향미가 동백이는 하마라고 해요. 어흥도 안하고 한 번 들이받으면 끝이야라고 하죠. 마지막회를 보면서 ‘진짜 동백이는 하마네’ 싶더라고요. 맥주잔으로 까불이를 때려잡을 줄이야 싶었어요.”

동백은 들이 받아야 할 때를 아는 한방이 있는 인물이다. 센 척하지 않지만 조곤조곤 자신을 지킨다. 강단도 있고 원칙도 있다. 우물쭈물하고 소심해보이지만 각성을 한 동백이는 ‘걸크러시’를 마구 발산한다. 공효진은 동백이를 어떤 색깔을 덧입혀 완성해냈을까.

“그동안 맡았던 캐릭터 중 동백이가 제일 사회성이 떨어져요. 사람들에게 애정도 별로 없고 껍데기만 남아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죠. 아들을 키워야하지만 아무것도 채운 것 없고 채워짐도 탈탈 털린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옹산 언니들이 뭐라고 해도 동백이는 ‘네’라고 하고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인물이에요. 동백이에게는 다른 사람들과 감정을 쌓는 것조차 불필요한 거였죠. 외톨이들은 그렇더라고요. 동백이도 모든 일에 ‘그러려니’하는 인물이었어요. 외톨이라는 설정을 하기 위해 앞머리도 길렀어요. 용식이가 말을 걸어도 눈을 잘 못 본다는 특징도 설정했죠. 가난해도 속이 텅텅 빈 사람을 해본 적이 없었어요. 이번 역할은 그랬고, 전 역할과 다르다고 생각해 그렇게 표현했죠.”



‘동백꽃 필 무렵’은 종합선물세트 같은 드라마다. 멜로는 물론, 휴머니즘, 스릴러까지 적절히 섞여있다. 공감과 감동도 놓치지 않았다. 앞서 드라마 제작발표회 당시부터 대본이 가진 힘 때문에 드라마 출연을 결심했다는 배우들. 좋은 드라마는 분명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가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 촬영을 준비하고 있을 때였어요. 대본을 봤더니 ‘이런 첨예한 인간을 봤나’라는 대사 등 처음 들어보는 대사들이 많았어요. 요즘 사람들이 쓰는 말과 지금 쓰지도 않는 대사들이 섞여있어서 놀라웠죠. ‘이게 무슨 뜻인가’ 싶어서 사전을 많이 찾아봤어요. 3월에 드라마 편성이 결정되어 있더라고요. 영화 촬영을 준비하고 있어서 미룰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고사를 했어요. 대신 작가님 번호를 알려달라고 해서 ‘작가님, 아쉽지만 저는 출연이 불가한데 대본이 너무 재밌어서 5부를 보여주시면 안 될까요’라고 보냈어요. 그렇게 문자를 보낸 적은 처음이었거든요. 작가님이 그 말에 드러누우신 것 같았어요. 이 상황을 포기 못하겠다고 하셔서 5월로 편성을 미뤘어요. 그런데 5월이라도 출연이 불가능했어요. 그러다 강하늘 씨의 제대까지 해서 9월까지 미뤄지게 돼 출연할 수 있었어요.”

‘백희가 돌아왔다’ ‘쌈 마이웨이’에 이어 ‘동백꽃 필 무렵’까지 히트시킨 임상춘 작가. 하지만 그는 필명에 나이, 성별도 비밀에 감춰져있다. 이날 인터뷰에서는 자연스럽게 임 작가를 향한 궁금증이 쏠렸고 공효진은 “동백이 같은 사람이다”라고 말을 이어갔다.

“어떤 사람이냐고 많이들 물어보시는데 동백이 같으신 분이에요. 작가님이 ‘나에게 디스패치가 붙을까봐 걱정이야’라고 하시더라고요. 하하. 실제로 특이한 타입은 아니에요. 이야기를 잘 들어주시고 동백이 같은 선함을 모두 가지고 계신 스타일이죠. 변주가 빠르신 분. 그렇다고 계속 수정하고 글을 만지시는 건 아니에요. 드라마가 끝나서 마음이 텅 비었다고 슬퍼하시더라고요. 잠만 자신대요. ‘진짜 힘들어하시는구나’란 생각이 들었죠. 사람이 진짜 따뜻하세요. 칭찬밖에 못하시는 분이죠. 동백이 같은 사람이 있다면 이 사람이 동백인가보다 싶을 정도로 선의에 가득 차있는 사람이에요.”



이미 ‘로코퀸’으로 자리잡은 공효진은 과거 드라마 ‘고맙습니다’에서 미혼모 역을 열연한 바 있다. 이번 드라마 역시 ‘로코’와 ‘미혼모’ 소재로 공효진에게는 전작들과의 차별화가 관건이었다. 전작들과 차별화를 묻는 질문에 “달라진 건 없었다. 결혼도 안했고 아이도 낳지 않아서 상상할 수 있는 건 거기서 거기였다”라고 답한 공효진. 하지만 분명 다른 건 같은 눈물이라도 그 의미는 다르게 다가왔다는 점이다.

“눈물바다였던 장면이 꽤 있었어요. ‘괜찮아 사랑이야’ 땐 막판에 많이 울었지만 이번에는 오열, 통곡이 많았죠. 마지막 촬영을 앞둔 1, 2주 전에는 눈알이 아파서 힘들 정도였어요. 우는 신을 찍을 때 부담스럽긴 한데 시간을 오래 공들여서 마음을 준비하진 않아요. 빨리하고 끝내는 편이죠. 한 두 번 만에 오케이에요.”

눈물신을 자칫 잘못 표현하면 궁상맞거나 오버스러운 느낌을 줄 수 있다. 하지만 공효진은 그 사이, 줄타기를 잘한다. 그만의 비결은 무엇일까.

“그 간극을 대다수가 이해하기 쉽게 세밀하게 고민하긴 해요. 여기서 조금만 더 넘어가면 징징대는 것이니 그런 미세한 선들을 제가 조금 잘 파악하고 있는 것 같아요. 쉽게 갔다가 원상복귀 시키는 것들에 있어 완급조절을 잘하지 않을까요. 분위기를 확 변주시키는 게 있어요. 눈물을 팡 터트리는 울먹임이 뭔지 저는 아는 거죠. 너무 궁상맞지 않게 다른 쪽의 감정으로 몰아버리는 노하우가 생긴 것 같아요.”

‘로코퀸’ 타이틀은 물론, ‘믿고 보는’의 대표적인 배우를 증명한 공효진. 많은 이들의 마음 한편에 자리 잡은 동백이까지. ‘동백꽃 필 무렵’을 통해 공효진의 진가는 다시 한 번 확인됐다.

[더셀럽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매니지먼트숲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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