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필 무렵’ 오정세, 교집합 없던 노규태에 녹아들 수 있었던 이유 [인터뷰]
입력 2019. 11.27. 07:00:00
[더셀럽 전예슬 기자] ‘요정세(요정+오정세)’ ‘노큐티’ ‘국민 남동생’ 등.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운 별명을 가진 배우가 또 있을까. 배우 오정세의 이야기다.

기자는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프레인TPC 사옥에서 KBS2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극본 임상춘, 연출 차영훈)에서 노규태 역으로 열연을 펼쳤던 오정세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 시작 전, 대기 장소에 발을 들이니 기자는 눈앞 현수막에 적힌 글을 보고 말 그대로 ‘빵’ 터졌다. ‘옹산의 하찮큐티 노규태ZONE’ ‘기자님들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적혀있었던 것. 극중 동백이(공효진)에게 못 받은 땅콩 서비스의 한을 풀기라도 하듯 포장지에 땅콩을 담아 선물한 정성 또한 인상 깊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 본격적으로 시작된 인터뷰. ‘촬영 어땠나’라는 질문에 오정세는 “주변에서 ‘행복해요’ ‘위로 받아 고마웠어요’라고 하더라. 저희도 위안 받으면서 행복하게 촬영했다”라고 말했다.

‘동백꽃 필 무렵’은 편견에 갇힌 맹수 동백을 깨우는 촌므파탈 황용식이의 폭격형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다. 오정세는 극중 차기 군수를 꿈꾸는 노규태 역을 맡았다. 그는 변호사 부인 홍자영(염혜란)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인물. 집 밖에서나마 대장 노릇을 하며 대접받고 싶어 한다. 극 초반, 노규태는 인정과 존중에 목말라 고작 땅콩 때문에 삐뚤어지고 ‘존경한다’라는 한 마디에 한없이 경솔해지는 모습으로 ‘비호감’ 인물이었다. 하지만 이후 아내와 이혼에 처하며 홍자영에 대한 사랑을 깨달아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내 ‘노큐티’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설정자체가 비호감이었는데 ‘선은 넘지 말자’라고 한 줄 적혀있었어요. 선을 넘지 않으려고 했죠. 작가님께서도 ‘규태는 좋은 사람이에요’라고 하셨어요. 자칫하면 불편한 사람이 될 수 있는데 규태를 어떻게 그릴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스스로 찾은 답은 ‘외로움’이란 단어로 시작했어요. 이 친구가 외로워서 동백을 사랑하고 향미를 사랑하는 게 아닌, 외로운 사람이어서 ‘툭’ 건들면 누구한테 훅 가는 인물로 잡은 거죠. 사람, 물건 등에게 마음이 훅훅 가는 인물로 그렸어요. 외로워서 하는 행동이 정당화되는 게 아닌, ‘왜 얘는 이렇게 움직였을까’ 하면서 풀어냈죠. 또 하나는 2% 부족한 인물로 설정해 불편하지 않은 인물로 가려고 했어요.”



오정세는 노규태와 교집합이 하나도 없는 정반대의 사람이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정세는 노규태 자체였다. 이런 캐릭터를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은 대본의 힘도 있지만 디테일함을 살리려는 그의 노력도 깃들어 있었을 터.

“규태와 많은 부분이 반대이기도 하지만 교집합도 있어요. 2% 부족한 느낌? 완벽하거나 그렇진 않아요. 항상 부족한 사람 같죠. 규태를 대본에 적힌 대로 구현하는 게 일차 목표였어요. 디테일함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었고요. 예를 들면 규태는 시계를 차도 금시계가 아닌 국가에서 나온 시계를 찼을 것 같아서 그런 시계를 찾았어요. 허리띠도 다섯 칸이 있으면 하나는 안 채우는 허술함. 옷을 잘 입으려고 흰 바지를 입었지만 속옷은 주황색이나 빨간색을 입는, 그런 정서들을 찾으려고 했죠. 소품팀에게도 규태는 외로움이라는 책을 방에 두고 있을 거 같다고 준비해달라고 부탁했어요. 화면에 대놓고 보이진 않았지만 저에게는 많은 도움이 됐던 물밑작업들이었죠.”

‘동백꽃 필 무렵’에 등장하는 수많은 명장면과 명대사. 그중 꼽으라면 단연 ‘주차장 드리프트’가 아닐까. 최향미(손담비) 살해 용의자로 지목된 노규태는 형사들에게 끌려갈 뻔 했고 때마침 홍자영이 현란한 드리프트와 함께 차에서 내려 형사들을 가로막았다. 홍자영의 박력에 새삼 반한 노규태는 “왜 드리프트를 탔떠, 드리프트는 빼박이지”라며 그의 옷자락을 잡은 장면이다. 홍자영을 연기한 염혜란과의 오정세의 찰떡 같은 호흡은 드라마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로 자리잡기도.

“10년 전, 연극 ‘차력사와 아코디언’에서 염혜란 씨를 처음 봤어요. 거의 10년 만에 부부로 합을 맞추게 된 거죠. 서로 마음이 열려 있는 상태서 작업을 시작했어요. 현장에서 만들어진 신도 많았어요. 제가 하면 그 친구가 받고, 그 친구가 하면 제가 받아서 불편함 없이 마무리 할 수 있었죠. 염혜란 씨와 연기 덕분에 육성으로 터진 댓글이 있어요. ‘노규태, 국민 남동생으로 등극하나’였죠. 하하. 남동생이란 말이 어린 아이에게 쓰는 말이잖아요. 홍자영 때문에 얻게 된 거죠. 남동생을 만들어줘서 고마운 자영이에요.”



오정세를 향해 많은 이들이 ‘동백꽃 필 무렵’은 인생작이자 노규태는 인생캐릭터라고 한다. 시청자들로 하여금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비결로도 그는 “작품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그렇기에 ‘좋은 작품’을 쓴, 베일에 감춰진 임상춘 작가를 향한 질문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수면 아래 계신 분이세요. 글만 쓰고 싶어 하시는 정서를 지켜드리고 싶은 분이죠. 작가님을 뵀을 때 처음으로 물어본 질문이 ‘이 글을 왜 쓰셨어요’예요. 작가님께서 ‘소도시에 창문 하나 있는 술집 안에 한 여인이 보였다. 대화는 안 해봤지만 저 술집 안에 있는 여자는 인생이 우여곡절일거라 생각하지 않나. 저 여인을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에 글을 썼다’라고 하셨어요. 한 끗 차이지만 그 한 끗이 큰 차이를 만든다고 생각했죠.”

오정세에게는 ‘동백꽃 필 무렵’이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소망도 함께 전한 그다.

“좋은 작품 중 저 위에 있는 작품이에요. 순위를 매길 순 없지만 위에 있는 작품이죠. 시청자의 입장으로서 동백이를 응원하고 싶고 작가님을 응원하고 싶었어요. 저도 응원을 전하는데 오히려 위로를 받는 것들이 신기했던 작품이죠. 임 작가님이 차기작을 하신다면 엔딩 크레딧 마지막 인물이라도 하고 싶어요. 단역, 엑스트라라도 하고 싶죠. 은행 안 기다리는 남자1, 대기인46번인 사람이라도 하고 싶어요.”

오정세는 오는 12월 13일 방송되는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를 통해 다시 한 번 안방극장을 찾을 예정이다. 이번에는 어떤 매력을 지닌 인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두드릴지 벌써부터 기대감이 그에게 모아진다.

[더셀럽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프레인TP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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