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늬 “‘블랙머니’, 개봉한다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작품” [인터뷰]
입력 2019. 11.27. 17:48:42
[더셀럽 김지영 기자] 두 편의 코믹한 작품을 보내고 영화 ‘블랙머니’로 만난 배우 이하늬에겐 강단이 느껴졌다. 전작 ‘극한직업’ ‘열혈사제’에선 느껴보지 못한 강렬한 카리스마를 이번 작품에서 여지없이 발산한다.

최근 개봉한 ‘블랙머니’(감독 정지영)는 1989년 외환은행이 민영화되고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벌어진 실화를 소재로 했다. 실제 사건을 영화화하면서 외환은행은 대한은행으로, 론스타펀드는 스타펀드, 김·장 법률사무소는 K와 C를 뒤바꾼 CK로펌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 중에서 이하늬는 극 중 국내 최대 로펌의 국제 통상 변호사이자 대한은행의 법률대리인 김나리로 분한다. 물론 가상의 인물이다.

태어났을 때부터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김나리에겐 흔들림이 없다. 처음부터 가지고 있는 여유는 분위기로 발산되고 외형과 말투로 쉬운 상대가 아님을 뒷받침한다. 처음엔 양민혁(조진웅) 검사와 대척점에 서 있다가 자신이 믿고 있던 확신이 의심으로 바뀌면서 양민혁과 손을 잡는다. 이러한 과정들에서 냉철한 판단력, 소신, 단단한 내공이 뿜어져 나온다.

가상의 인물이긴 하나,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를 선뜻 참여하기엔 주저함이 있었을 터다. 특히나 론스타 ‘먹튀’ 사건은 아직 완결되지 않았고, 영화에서 정치적 성향이 짙게 그려지기 때문. 그러나 이하늬는 ‘블랙머니’를 처음 만났을 때 “정말 연기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이 드는 시나리오”라고 회상했다.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느껴졌을 수도 있고, 본능적으로 연달아서 했던 작품들이 양기 충만한 작품이여서 그랬을 수도 있다. 새로운 에너지를 받아내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실화바탕이고 경제 얘기라 어렵거나 무거울 것 같다는 걱정을 초반에 했지만 완성도가 뛰어났다. 쉽든 어렵든 완성도가 높으니까 연기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커리어우먼의 완성형처럼 보이는 김나리를 표현하기 위해 이하늬는 자신의 경험을 이끌어내고 주변을 둘러봤다. 뉴욕에서 1년 반 정도 체류했을 때를 떠올리며 그곳에서 거주하고 있는 분들을 회상했고 유학한 친구들을 생각하면서 김나리를 만들어갔다.

“주변 사람들을 많이 생각했다. 배우 입장에서는 저로 연기를 해야 하니까 제 안에 있는 부분을 현미경으로 보는 것처럼 확장시켜서 캐릭터를 만들었다. 완전한 심장 박동수가 100이라면 김나리는 70, 80으로 잡았다. 말도 적지만 단단하게, 바위나 돌에 가까운 사람. 차갑고 단단한 그런 이미지를 많이 생각했던 것 같다.”

감정이 없는 돌처럼 표현하되 무감정이 아닌 감정을 숨기는 것에 중점을 뒀다. 살포시 미소를 짓는 것조차도 여유가 느껴지고 단단한 내면을 표현했다. 이 때문에 어떠한 액션을 취한다거나하는 것이 필요하지도 않았다.

“정지영 감독과 김나리의 내면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나중에 국회의원 제의를 받고 흔들림이 없을 정도로 포부가 크고 굉장히 지적인 여자라고 설명을 하셨다. 여유가 있는 당당한 여자. 감정을 숨기는 완급조절이 중요했다. 표출하는 여자가 아니고 내면에서 느껴지는 에너지가 있다. 최대한 그런 에너지로 존재하면서 연기하려고 했다. 몸을 쓰거나 대사를 화려하게나 하는 그런 포인트가 아니기 때문에 에너지로 디테일한 것들을 캐릭터로 잡았다.”



공감은 배우가 캐릭터화(化)되기 위한 과정 중에 하나다. 캐릭터의 행동과 결단을 얼마나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느냐에 따라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하기도 한다. 이하늬는 김나리의 행동들을 지켜보면서 많은 생각들을 했고 아이러니하지만 현실적이라고 느꼈다.

“김나리는 월스트리트가에서 일하다가 고문을 하려고 한국에 온 케이스인데, 그런 부분들이 나리의 선택과도 밀접하게 연관이 돼 있다고 본다. 양민혁하고의 대화하는 신에서 볼 수 있듯이 김나리는 포부가 강하다. 소명의식이 있는 여성이기도 하고. 이러한 것들이 나중의 선택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나리를 보면서 많은 생각들을 했던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선, 내가 생각하는 대의와 정의, 국익 등이 다 다를 때 어디까지 허용해야하는 것인지에 대해. 이제 그런 선이 없는 사회에서 살고 있는가하는 생각도 한다. 예전에는 빌런이 명확했는데 이제는 혼재돼 있고, 선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렇지 않은 사람인 경우도 있지 않나. 그런 부분에서 많이 공감을 한 것 같다.”

‘블랙머니’는 절정을 향해 매섭게 질주한다. 김나리와 공조를 한 양민혁 검사는 모든 것을 파헤치고 진실을 찾아내겠다는 정의로 열정이 가득하다. 극의 말미, 김나리는 대한은행을 스타펀드에 단순 매각할 것인지 징벌적 매각을 할 것인지 선택하는 갈림길에 서고 결국 길을 달리 걷는다.

“마지막에 고민하는 장면에서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이것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하는. 실제로 이것을 김나리가 거부를 해서 밝히면 그다음은 어떻게 할 것이며 하는 그런 생각들이 들었다. 굉장히 전사와 후사가 오만가지 생각이 들면서 되게 머리가 복잡해지는 신이었다. 가방을 들었다 놨다, 마음도 들었다 놨다하는 장면이 나리에게도 고민스러운 순간이었을 듯하다.”



‘블랙머니’는 론스타 헐값 매각사건을 알고 있는 이들이라면 무릎을 ‘탁’ 치고 볼 정도로 이해하기 편하게 풀어썼다. 이 때문에 이하늬는 개봉을 앞두고 복합적인 감정이 든다고 털어놨다.

“현실이 많이 반영돼 있어서 두렵고 떨리기도 한다. 시국과 가까우면 보지 않으려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제는 알아야 할 때다. 개인의 행복과 안위에도 치명적인 위협이 가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위험수위에 도달했다고 생각하고 조금 더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년에 재판이 열리는데 패소하면 5조원의 돈을 물어야 한다. 생돈 5조원이면 핸드폰을 몇 개를 팔아야하며 누구의 돈으로 물겠냐. 다 세금이다. 아찔하지 않나. 그 돈을 세금으로 충당한다고 하면 누가 또 세금을 내고 싶게냐. 개인의 행복만이 중요한 시대가 아니다. 더 이상은 침묵할 수 없고 모르면 유죄일 수도 있는 시대다.”

배우마다 다르겠지만, 정치성향을 작품에 참여하는 것으로 표현하기엔 주저되는 요소들이 분명 있다. ‘블랙머니’ 또한 정치와 밀접하게 연관 돼 있는 소재기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하늬 역시 “완전히 자유로웠다고 하기는 힘들 것 같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 정도의 소리도 못내는 나라에서 배우 생활을 하고 살아야 한다면 비극적이지 않나. 이제는 바뀌어야 하고 그래야 된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통해서 많은 관객들을 못 만날 수도 있지만, 개봉한다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진짜 세상에 나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으면 일부여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더셀럽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더셀럽 주요뉴스

인기기사

더셀럽 패션

더셀럽 뷰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