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필 무렵’ 염혜란, 홍자영과 180도 다른 그의 매력이란 [인터뷰]
입력 2019. 11.28. 14:41:19
[더셀럽 전예슬 기자] 누구와 있어도 ‘찰떡 케미’다. 남편 노규태(오정세)와는 ‘저세상 부부 케미’에 이어 시어머니 홍은실(전국향)과 ‘톰과 제리 케미’, 그리고 동백이(공효진)와는 ‘자매 케미’까지. 배우 염혜란이기에 가능했던 일이 아닐까.

기자는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KBS2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극본 임상춘, 연출 차영훈)에서 홍자영 역으로 열연한 배우 염혜란을 만났다.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 그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그는 “귀한 손님이 저희 집에 와서 ‘네가 제일 가지고 싶은 게 뭐니’라며 값비싼 것을 사주고 간 느낌이다. 잘 대접하고 보내야할 것 같다”라며 “소중하게 남을 작품”이라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염혜란은 극중 마을 내 절대적인 권위를 가진 ‘최강 뇌섹녀’ 홍자영 역을 맡았다. 염혜란이 보여준 홍자영은 ‘신선함’ 그 자체다. 카리스마, 재치, 쿨함과 지성미까지 갖춘 캐릭터를 섬세하게 그려내 드라마를 빛낸 인물로 주목받았다. 시크하고 냉철한 그는 툭툭 내뱉는 말에도 ‘걸크러시’ 매력을 발산하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훔치기도. 높아진 인기를 실감하냐는 말에 염혜란은 드라마를 사랑해준 대중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예상 못했던 ‘행간’이 실검에 오를 때 ‘드라마를 많이 보시는구나’ 싶었어요. 예전에는 (저를 알아보는 분들이) 긴가민가했다면 요즘은 바로 알아보시고 ‘잘 보고 있어요’라고 하시더라고요. 혼자 대본 볼 때 뭔가를 주고 가세요. 빵이나 커피 등. (웃음) 이 작품을 통해 처음 겪는 일들이 많아지고 있어요.”



염혜란은 남편 노규태 역의 오정세와 ‘동백꽃 필 무렵’ 내 최강의 호흡을 자랑했다. 남편임에도 노규태의 잘못을 냉정하게 짚어내며 동백이의 편에 서고 시월드에서는 예의를 갖추되 속 시원하게 할 말을 쏟아내는 장면은 사이다 한 모금을 마시는 듯 통쾌감을 안겼다.

“오정세 씨와 관계망에서 겹치는 부분이 많았어요. 익숙하고 오랫동안 봐왔던 사람 같았죠. 정세 씨가 매체에서는 경험이 많아요. 현장에서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었죠. 술술 가르쳐주고 제가 못했던 말도 그 친구가 대신 해줬어요. 실제로 동갑이고 친구예요. 이 작품을 통해 좋은 친구를 만난 것 같아 좋은 기회였죠. 배우 오정세와 인간 오정세는 둘 다 유쾌한 매력이 있어요. 마음을 열게 하는 게 있죠. 농담처럼 얘기하는데 ‘멘트 학원 다녀?’라고 해요. 재치 있는 친구고 사람과 환경을 유쾌하게 만드는 친구죠. 현실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요. 다른 현장에 가면 정세에게 안부를 전해달라고 하는 사람이 많아요. 매력, 장점, 미덕이 있는 친구예요. 오정세 씨에게도 말했지만 ‘노규태 역을 잘하는 배우는 3~4명 있을 거다. 그런데 당신의 장점은 절대 선을 넘지 않는다’라고 했어요. 인물로서 가져야 하는 것들을 오버하지 않고 지키는 게 있어요. 욕심 부리지 않고 그 선을 지키니까 부담스럽지 않고 만들어갈 수 있었죠. 정말 좋은 파트너였어요.”

‘동백꽃 필 무렵’은 편견에 갇힌 맹수 동백을 깨우는 촌므파탈 황용식(강하늘)의 폭격형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다. 인물과 인물 사이 가슴 따뜻한 휴머니즘은 물론, 가슴 설레는 멜로, 긴장감과 궁금증을 자아내는 스릴러가 더해져 결말까지 완벽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염혜란 역시 임상춘 작가를 향한 신뢰가 높았다고.

“‘얼마나 좋은 작품일까’하는 기대치로 봤어요. 인물 설명부터 좋더라고요. 시놉시스부터 재밌었어요. 내용도 그렇지만 마지막에 ‘1가구1용식에 수급이 절실할 때다’라는 식으로 시놉시스를 정말 재밌게 쓰셨어요. 동물에 빗대어서 설명하시는데 기가 막혔죠. 책을 나온다면 다 실어주셨으면 해요. 처음에 4개의 틀을 받았는데 가면 갈수록 깊이를 알 수 없을 만큼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어요. 갈수록 작가님에 대한 경의심이 생겼죠. 그래서 작가님은 지켜드려야 할 것 같아요. 네티즌 수사대가 나서서 캐기 시작했는데 자연스럽게 드러날 수 있을 때 드러나셨으면 하죠. 오히려 감춰지니까 많은 추측들 때문에 화제 되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글로 봐주셨으면 어떨까 생각이 들죠. 작가님은 글처럼 따뜻하고 선한 분이세요. 보조 작가 없이 혼자 글을 쓰신다더라고요. 그래서 더 대단해보였어요. 리딩 때 궁금했던 것들을 물어보면 이미 머릿속에 완성되어 있던 분이셨어요. 시청자들의 반응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 거란 믿음이 확실히 있었죠. 신뢰가 갔어요.”



‘동백꽃 필 무렵’에는 많은 명장면과 명대사가 등장한다. 그중에서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드리프트’ 장면이 아닐까. 염혜란 역시 해당 장면을 가장 좋아한다며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대본 읽었을 때부터 멋진 여성이란 건 이런 거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칼을 뽑는 건 이런 거지 싶었죠. 규태한테 칼을 들이대기만 했잖아요. 항상 경고하고 목 앞에 칼을 들이대는 여자인데 규태가 곤란한 상황에 처하자 ‘그래? 내가 도와줄게’하면서 옆을 잘라버리더라고요. 칼을 정말 잘 쓰는 여자에요. 동백이가 치부책을 공개했던 장면에서도 ‘우리 빽 많아. 돈도 많은데 고소 할 거냐’라고 물었을 때 ‘할 거에요’라는 말을 듣고 규태를 확 잘라 버리잖아요. 멋진 여자라는 건 자신이 가진 칼을 어떻게 휘두르나 인 것 같아요. 감독님도 멋지게 연출을 해주셨고요. 저는 항상 대립되는 장면이 많았어요. 향미(손담비)나 시어머니, 규태와 대립신이 많았죠. 뒤로 갈수록 소통장면이 많이 나왔어요. 그때가 행복하더라고요. 후반으로 갈수록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염혜란이 표현한 홍자영은 워너비이자 가지고 싶은 언니로 만들었다. 남편의 외도에는 쿨하게 등 돌리지만 가슴 깊은 곳 상처는 저릿하게 표현했고 친구가 된 동백에게는 진심 가득한 위로를 전하는 등 염혜란이 아니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홍자영 캐릭터를 완성시킨 것. 하지만 홍자영과 자신의 실제 성격은 180도 다르다고 밝혀 놀라움을 자아냈다.

“홍자영과 180도 달라요. 다른 매력 때문에 연기하는 재미가 있었죠. 이 멋짐을 폭발할 수 있을까 하면서 연기가 재밌었어요.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어 더 재밌었던 것 같아요. 초반에는 버겁기도 하고 잘해낼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이 있었어요. 저만의 노력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사랑을 받게 된 거 같아요.”

염혜란은 tvN 드라마 ‘도깨비’에서 지은탁(김고은)의 이모 역할로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린 바. 이후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 ‘무법 변호사’ ‘라이프’뿐만 아니라 스크린까지 활동 영역을 넓혔다. 그동안 이모, 엄마 등 친근한 이미지의 역할을 주로 맡아왔던 터라 전문직업군의 역할은 다소 낯설게 다가왔을 법 하다.

“‘라이프’에서 처음으로 4대보험이 되는 정규직을 맡았어요. 그때 임 작가님이 가능성을 보셨더라고요. 낯섦이 주는 신선함이라고 할까요. 홍자영 역할을 두고 염혜란을 제일 먼저 떠올리진 않았을 거예요. 의외의 캐스팅을 해보자고 해서 제가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의외인데 저의 낯섦이 적합한 거였죠. ‘도깨비’로 각인되는 캐릭터를 얻었어요. 많은 분들이 지금도 ‘도깨비’ 이야기를 하시죠. 그런 캐릭터를 하나 가지는 게 모든 배우들의 열망이지만 그걸 뛰어넘는 캐릭터를 갖기가 어려워요. ‘라이프’ 때부터 다른 모습의 가능성을 알아봐주시고, 지금은 자영이로 알아봐주시는 게 제가 잘해내서가 아닌, 우주의 기운으로 이뤄진 것 같아요. (웃음) 좋은 시기를 잘 만난 것 같아요.”



지난 2000년 연극 ‘최선생’으로 데뷔한 염혜란은 TV, 영화가 아닌 극단에서 실력을 쌓아왔다. 그러다 매체로 활동 영역을 넓히게 된 것. 약 20년 동안 연기자의 길을 걸어온 그에게 흔들림은 없었을까.

“어떤 사람은 색깔을 가지고 있잖아요. ‘나도 색깔을 가져야하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지만 ‘나라고 색깔이 없겠어?’라고 생각했어요. 스스로 규정해서 더 힘들었던 거죠. 그래서 홍자영을 연기하는데 힘들었던 게 이미 색깔을 규정해서였어요. 힘들기도 했지만 바꿀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성형을 할 수도 없으니까. 그래서 같은 역할만 오는 걸까 생각한 시가는 20대 때 있었어요. 지금은 너무 행복하고요. 흔들림의 시기가 길진 않았어요. 연극할 때도 쉰 기간이 없었거든요. 일을 하면서 이겨냈던 것 같아요. 지칠 때 아이를 가졌고, 이후 새로운 매체를 가게 됐어요. 순리대로 이루어진 거죠. 반복되는 것들이 조금 힘들다는 시기가 있었는데 잘 넘긴 것 같아서 행복해요.”

‘동백꽃 필 무렵’과 함께 핀 염혜란의 전성기. 그는 오는 29일 첫 방송되는 JTBC 드라마 ‘초콜릿’을 통해 홍자영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안방극장의 문을 두드리고자 한다. 이외에도 2020년 1월 개봉예정인 영화 ‘이웃사촌’을 비롯,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꽃길’을 걷기 시작한 염혜란은 대중에게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을까. 어느 모습이든 절대 실망시키지 않는 ‘믿고 보는’ 배우임은 틀림없어 보인다.

“나문희 선생님처럼 80대에도 할 수 있는, 길게 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행보를 잘 이어가야할 것 같아요. 배우의 인생도 그렇지만 염혜란으로서도 잘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신뢰를 잃어버리지 않고 질리지 않는 배우가 되려면 잘 걸어가야 할 것 같아요. 그만큼 체력도 바탕이 되어야하겠죠?”

[더셀럽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에이스팩토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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