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10년차' 이혜리가 앞으로 채워나갈 빈칸들[인터뷰]
입력 2019. 11.28. 16:29:46
[더셀럽 박수정 기자]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요? 빈칸으로 남겨두고 싶어요"

아이돌, 배우, 예능인, 유튜버. 데뷔 10년 차에 접어든 이혜리의 수식어들이다. 다양한 수식어답게 이혜리는 올해도 알찬 행보를 이어왔다. 그중에서도 배우로서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지난 10월엔 영화 '판소리 복서'로 관객들과 만났으며, 최근에는 tvN '청일전자 미쓰리'에서 이선심 역을 맡아 타이틀롤 도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1년 8개월만에 컴백한 드라마라 부담도 컸고 걱정도 됐다. 제목부터 '미쓰리'가 들어가니까 부담이 안될 수 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부담이 많이 됐지만 선배님들 덕분에 부담감을 떨칠 수 있었다. 잘 융화될 수 있도록 도움을 많이 주셨다. 촬영이 시작되고 난 후에는 마음이 편해졌다.

'청일전자 미쓰리'는 하루아침에 대표가 된 말단 사원 이선심(이혜리)의 성장기를 다룬 작품이다. '사람 냄새나는 따뜻한 드라마'라는 호평과 함께 애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이혜리는 작품이 시청자들에게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잘 전달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며 기뻐했다.

"드라마를 시작할 때 '사람들 사는 이야기를 하자'라는 것이 첫 번째 목표였다. 따뜻하고 현실적인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 그런 목표를 위해 결말까지 차근차근 잘 쌓아 올렸다고 생각한다. 덕분에 비슷한 업에 종사하는 분들이 공감해주시지 않았나 싶다. 드라마가 끝나고 난 후 SNS 쪽지와 댓글들로 '잘 봤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떨리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그런 반응을 보면서) 이루고자 했던 목표는 이룬 것 같아 기분 좋았다"

주인공 이선심으로 살면서 이혜리는 간접적으로 직장생활을 한 기분이 들었다고. 이번 작품을 통해 현 시대를 살아가는 직장인들의 고충을 간접적으로나마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선심에게 유난히 미운 상사들이 많지 않았나. 괴롭히는 상사들도 많았고. 드라마는 3개월~6개월이면 끝나는데, 실제 (직장인들은) 퇴사할때까지 그런 상사들을 계속 마주 봐야 하지 않나. (직장생활에서) '사람이 제일 힘들다'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리고 '휴가', '연차'라는 개념도 잘 몰랐다. 몰랐던 직장인들의 삶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면서 연기적인 부분 외에도 느끼는 소소한 재미도 있었다"

이혜리가 사회초년생 이선심에게 더욱 몰입할 수 있었던 건 데뷔 초 자신의 모습과 닮아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의 저와는 거리가 있는 인물이지만, 10년 전을 생각하면 저와 비슷한 부분이 많다. 그때의 저에 대해 떠올려보면 부당한 이야기를 들었음에도 화가 나거나 억울해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늘 실수할까 봐 긴장한 상태였고 주눅 들어 있었던 것 같다"

현재 이혜리가 바라본 이선심은 어땠을까. 그는 "이선심은 사회초년생이고 약자다. 모든 게 느린 친구라고 생각했다. '천천히 가야한다'는 생각으로 연기에 임했다. 답답하게 느껴질수도 있었겠지만 그런 친구가 갑자기 급변했다면 시청자들이 받아들이기 더 힘들지 않았을까 싶다. 느리지만 넓은 그릇을 가진 친구다"라고 말했다.

그런 이선심을 잘 표현하기 위해서 이혜리가 택한 방법은 '거리두기'다. "처음 대본을 보고 나서 이선심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답답했다. 지금의 저라면 속아서 주식을 사지 않았을 거고, 직원들에게 혼나더라도 반문을 했을 것 같다. 이선심을 위해서 대신 싸워주고 싶기도 했다. 그래서 연기를 하는 동안에는 저를 생각하지 않았다. 한 발짝 뒤에 물러서서 (사회 초년생인) 내 친구들과 10년 전 제 모습을 떠올렸다"



'청일전자 미쓰리' 엔딩은 현실과 다소 거리가 멀지 않냐는 지적도 받았다. 청일전자가 대기업 TM전자의 횡포를 이겨내고 건실한 중소기업으로 자리매김했으며, 이선심은 청일전자의 대표로서 당당하게 회사를 이끌어가는 모습으로 마무리됐다.

"'청일전자 미쓰리' 이선심의 미래를 한줄로 정리하면 포기하지 않고 꿋꿋하게 버텨서 결국 해피엔딩이 된 사회초년생이다. 사는 동안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너무 많지 않나. 이선심처럼 어떤 목표를 갖고 버티다보면 다들 해피엔딩을 맞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해피엔딩이 선심에게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 누군가에게, 그리고 사회초년생에게, 청춘에게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해피엔딩이길 바란다"

'포기하지 않고 꿋꿋하게 버티면 해피엔딩이 된다'는 이선심의 미래처럼 이혜리 역시 그런 순간들을 경험했다고 털어놨다. MBC 예능프로그램 '진짜 사나이'를 통해 크게 주목받았던 이혜리는 그 당시를 회상하며 "그때가 데뷔 4년 정도 됐을 때다. 사람들은 잘 모를 수도 있지만 알게 모르게 열심히 살았다. 그게 많이 비치지 못했다. 제 자리에서 열심히 최선을 다하면서 미래를 꿈꿨었다. '아직 빛을 못 본 거 뿐이야. 잘 될거다'라는 자신감은 늘 있었지만 '진짜 사나이'로 이렇게까지 사랑을 받을 줄은 사실 몰랐다. (군대에서도) 그저 밥도 열심히 먹고, 잠도 열심히 자고 그랬던 것 같은데(웃음). 그런 모습을 사랑해주시더라. '지금을 열심히 살다보면 이런 사랑을 받을 수 있는거 구나'라고 그때 깨달았다"라고 이야기했다.

MBC '진짜 사나이' 이후 배우로서 이혜리의 터닝포인트는 인생작인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8'이다. '국민드라마'로 불릴 정도로 큰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었던 만큼, '응답하라 1988'의 덕선은 이혜리에게 떼레야 뗄 수 없는 꼬리표다. '청일전자 미쓰리' 방영 초반, '덕선이가 취직했다'는 우스갯 소리도 있었지만, 회가 거듭될 수록 이혜리는 한층 성장한 연기 스펙트럼을 선보이며 '덕선스러운'이 아닌 '혜리스럽다'라는 반응을 끌어냈다.

"예전에는 연기를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마냥 기뻤다. '응답하라'를 통해 연기에 대해 더 많이 배웠고 책임감도 생겼다. 지금은 제가 참여하는 작품에 대한 의미와 깊이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게 됐다. 지금 제 모습이 좋다. 나이를 먹더라도 그 순간순간이 다 예쁜 순간일 것 같다. 작품을 통해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 아니냐. 축복이라 생각한다. 그 작품 안에서 그 시대의 얼굴이 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어느 순간 대중분들도 '혜리스럽다'라는 표현을 써주시더라. 그 말이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으면 좋겠다. 앞으로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더셀럽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크리에이티브그룹IN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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