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나라’ 장혁 “보여주지 못한 이방원 표현하고 싶었다” [인터뷰]
입력 2019. 12.04. 16:49:40
[더셀럽 김지영 기자] 이방원을 이방원이 뛰어넘었다. 배우 장혁이 영화 ‘순수의 시대’에서 남았던 아쉬움을 드라마 ‘나의 나라’으로 해소했다. 비슷한 캐릭터에 또 다시 도전해 인생캐릭터를 만들어낸 그의 무한대를 ‘나의 나라’ 이방원으로 입증했다.

최근 종영한 종합편성채널 JTBC 드라마 ‘나의 나라’(극본 채승대, 윤희정 연출 김진원)는 고려 말 조선 초를 배경으로 각자의 신념이 말하는 나의 나라를 두고 서로에게 칼끝을 겨누며 권력과 수호에 관한 욕망을 폭발적으로 그려낸 액션 사극. 장혁은 극 중 문무에 능하며 조선 개국에 힘을 쏟았지만 개국 공신록에는 오르지 못한 이방원으로 분했다.

앞서 장혁은 영화 ‘순수의 시대’에서 동일한 역을 맡은 바 있다. 영화 속 이방원은 이성적이고 강한 욕망에 야망을 드러내는 인물이었다. 이에 아쉬움이 남고 다시 이방원에 도전해보고 싶던 찰나에 ‘나의 나라’ 김진원 감독을 만났다.

‘나의 나라’ 속 이방원은 악역이지만 입체적이고 매력이 넘쳐흘렀다. 그간 다른 작품들에서 주로 그려져 왔던 이방원과는 다른 모습이 부각됐다. 김진원 감독과 장혁이 이방원의 새로운 면모에 주목했던 것이었다.

“조선왕조실록, 야사 등을 찾아보니까 이방원에 대한 여러 가지 시각들이 있더라. 감정적인 사람이었다고 하기도 하고 이성적인 사람이었다고도 하고. ‘순수의 시대’에서 이방원은 야망이 큰 인물이었는데 반대적인 인물로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나의 나라’ 대본을 보면서 그런 색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감독과 이야기를 하면서 다른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

다른 작품들에선 보지 못했던 이방원에 집중했다. 이방원이 비록 작품 전체에선 악역이었을지언정,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와 서사가 있었다. 김진원 감독에게 장혁이 부탁했던 것도 하나였다.

“악역을 하지만 마지막 신에 나에게 할애를 해 달라고 했다. 최종회에 ‘칼의 시대’라는 부제에 맞게끔 칼을 들고 앞으로 나가지만 애처로운 장면을 부탁했다. 이방원은 계속 그 과정 속을 향해 달려갔던 것이다. ‘나의 나라’는 왕자의 난에 참여했던 사병들의 이야기이지 않나. 왕자의 난 중심에는 이방원이 있는 것이고. 나약해지는 아버지, 그로 인한 슬픔과 원망, 배가 다른 동생을 보는 또 다른 감정. 그런 식의 서브텍스트가 있어서 연기하기에 수월했다.”



결국 주변 사람들이 다 떠난 후 이방원은 혼자 남는다. 강하고 센 모습보다는 인간적인 면모에 집중해왔고 서사를 차근차근 쌓아왔기에 이방원의 내면이 시청자에게 더욱 진심으로 전해진다. 단순한 악역을 넘어서 이해가 가능한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장혁이 노력했던 이유다.

“영화 ‘조커’에서 조커도 악역이지 않나. 그래도 사람들에게 많은 공감을 얻어냈던 것은 이해가 되기 때문이다. 이방원도 마찬가지다. 선택에 의해서 결정들을 하는데, 배우는 그런 것들을 소화해야 한다. 칼을 들고 승리자가 됐지만 우월감은 없고 허무함만 남는다. 주변 사람들이 다 떠나고 안타까움과 애처로움이 있다. 그 부분을 잡고 마지막까지 연기를 했다.”

장혁은 ‘나의 나라’ 이방원으로 분하면서 아쉬움보다는 만족감이 큰 듯했다. 배우가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입체적이고 풍성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쓰인 담백한 대본, 다양한 이야기가 편한 분위기에서 오갈 수 있도록 조성된 촬영 현장은 장혁이 이방원으로 열연을 펼칠 수 있도록 상당부분 일조했다.

“대본은 되게 담백하고 직선적으로 나왔다. ‘원망하고 노려본다’는 식으로 간략하게 설명돼 있다. 대사는 행간을 많이 주고. 전체적인 부분들은 배우가 직접 풀어가는 식이여서 서로 각자 해석한 것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았다. 배우들이 우려할 수 있을 정도로 시간을 나눠줘서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아 좋았다.”

웰메이드 사극으로 호평을 받으며 막을 내린 ‘나의 나라’가 시작부터 우려 없이 시작했던 것은 아니었다. 첫 방송을 알릴 무렵엔 MBC ‘신입사관 구해령’, JTBC ‘조선혼담공작소 꽃파당’ KBS2 ‘조선로코- 녹두전’ 등 다양한 퓨전사극이 시작과 끝을 알리고 있었다. 더욱이 중후한 분위기의 여러 작품이 시청자에게 외면을 받고 저조한 시청률로 막을 내렸던 터. 장혁은 오히려 “사극이여서 좋았다”고 첫 방송 전 걱정했던 부분은 많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극이기 때문에 극단적인 상황이 펼쳐진다. 디지털보다는 아날로그여서 극단적이고. 사소한 일에도 참형을 시키고 죽음의 도사림 속에 있으니까.(웃음) 그래서 결정하는 순간에 대해서 뻣뻣하게 볼 수 있는 것이다. 아버지와 대립관계에 있을 때 내쳐야하는데 갈등을 하는 것도 그렇고 자기 자식인데 차등을 두는 것도. 그런 모순의 구조가 있는 느낌이다보니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현대극보다 많아서 좋았다.”



데뷔 후 쉬지 않고 꾸준히 여러 작품에 출연하고 있는 장혁은 자신이 ‘다작 배우’는 아니라고 겸손을 표하며 손을 저었다. 작품을 많이 하는 게 아니고 꾸준히 하고 있다는 것. 그러면서 “여전히 부족하다”고 작품에 대한 갈망을 드러냈다.

“조진웅, 마동석 보다는 많이 하지 않는다.(웃음) 작품을 더 많이 하고 싶고 개인적으론 지금도 부족하다고 본다. 시합을 많이 뛰는 선수가 더 잘하는 것 아니겠나. 한참 쉬는 건 배우가 아니지 않나. 매일 출근을 하는 직장인들은 매일 회사에 나가는 것처럼 저도 매일 현장에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 지금 시기가 아니면 못하는 작품이 많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변화할 수 있는 폭도 줄어든다. 그렇기 때문에 나이에 맞게 할 수 있는 것을 다양하게 하려면 많은 것을 해봐야 한다.”

소속사를 굳이 매일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직업이지만 장혁은 매일같이 회사를 나간다. 소속사 측에 따르면 직원보다 빨리 출근할 때도 있고 일요일에도 나온다고. 회사에서 연기연습을 하는 것은 물론 자신에게 들어오는 시나리오 외에도 많은 작품들을 검토하면서 배우로서 감을 잃지 않기 위함이다.

“어렸을 때 집이 부산이다 보니, 사무실에서 숙소생활을 했다. 그러니 이제 사무실이 편하다. 회사 연습실에서 대본을 보거나 연기 연습을 한다. 연습실 아래층엔 매니지먼트가 있다. 거기엔 엄청나게 많은 작품들이 오간다. 제게 들어오는 작품만 보는 게 아니라 모든 시나리오를 본다.”

반대로 연출진에게 선택을 받고 대중에게 평가를 받는 직업이기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럼에도 현장에서 항상 즐거워하며 열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그가 말한 즐거움은 행복, 기쁨만 의미하는 것이 아닌 다채로운 감정에서 오는 느낌이었다.

“현장에 가서 즐거워하자는 생각이다. 짜증이 나고 폭발할 것 같고 분노게이지가 오르는 때도 있지만 모든 게 현장에 있다. 벽을 만났을 때나 부딪히고 밀리는 생생함을 느끼려고 한다. 그것 안에서도 즐거움이 있으니까. 한계를 뚫었을 때는 긁어준 것 같은 느낌도 들고. 앞으로 많은 작품들을 더 하게 될지 이러다가 나태해질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있는 느낌 그대로 가자는 것이다.”



[더셀럽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싸이더스HQ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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