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마마트' 최광제 "배우로서 전환점이자 확장점이 된 작품" [인터뷰]
입력 2019. 12.10. 17:15:39
[더셀럽 김희서 기자] 사채업자, 일본군, 폭력배 등 강렬한 인상으로 각인된 배우 최광제가 소수부족의 족장으로 연기변신에 성공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입증했다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는 최광제의 ‘쌉니다 천리마마트’ 종영 인터뷰가 진행됐다.

‘쌉니다 천리마마트’(극본 김솔지 연출 백승룡, 이하 ‘천리마마트’)는 재래 상권에도 밀리는 DM그룹의 공식 유배지인 천리마마트를 기사회생시키려는 엘리트 점장과 마트를 말아먹으려는 휴먼 불도저 사장의 사생결단 코미디 드라마다. 극 중 최광제는 부족원들과 함게 한국 땅에 와서 편견없이 세상을 대하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 빠야족의 족장 피엘레꾸 역을 맡았다.

다소 우스꽝스러운 분장과 익숙치않은 비주얼에 빠야어를 구사한 피엘레꾸는 자칫 코믹하고 가벼운 캐릭터로 비춰질 수 있었다. 앞서 방송 전 선공개된 빠야족의 사진에서부터 인종차별, 원주민 폄하 등으로 시청자들의 우려를 산 바 있다.

그러나 이와 달리 방송에서 보여진 빠야족은 극의 전개를 위한 코믹하게 연출된 장면 외에는 억지스러운 웃음을 유발하지 않았다. 진심으로 천리마 마트의 회생을 위해 자신들의 능력 안에서 최선을 다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먼저 나서서 돕는 등 정이 많은 따스한 빠야족으로 시청자들에게 감동과 웃음을 선사했다.

“빠야족이라는 캐릭터가 폄하되거나 비하되게 보여지는 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우리가 하는 무엇이든 시청자들에게 전하는 뭔가 있어야지 단순히 개그 소재로 쓰여선 안되니까 조심스럽게 대했죠. 감독님과 작가님, 배우들이랑 회의할 때 빠야족의 모든 캐릭터가 사랑받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고 호감가고 사랑받는 캐릭터가 되기를 바랬어요. 무엇보다 사회적 약자, 힘든 청년들을 대변할 수 있고 이들의 목소리를 내는 인물로 표현하려고 했죠”

원작인 웹툰 ‘쌉니다 천리마마트’는 조회수가 약 10억 뷰가 넘으며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작품이다. 그만큼 출연 결심부터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기 까지 배우들 마다 부담감이 클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최광제는 피엘레꾸를 자연스럽고 매력적이게 그 자체로 녹여냈다.

“웹툰은 캐스팅되고 작품을 통해 접하게 됐는데 웹툰의 양이 워낙 많아서 먼저 80회 정도 보고 촬영에 들어갔을거에요. 워낙 인기도 많고 화제성이 높았던 웹툰이라 팬층도 있어서 이걸 실사화로 어떻게 구현해야될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죠. 배우들과 함께 글과 그림에서 실사로 옮겼을 때 괴리감을 어떻게 줄이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

최광제는 인터뷰하는 내내 ‘쌉니다 천리마마트’와 빠야족에 무한한 애정을 드러냈다. 빠야족 족장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사회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던 최광제는 사소한 장면부터 인물들이 처한 상황 설정까지 섬세하게 접근했다.

“‘천리마마트’는 스토리가 주는 힘이 있었다. 전체적으로 꾸며진 에피소드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르고 정형화되지 못한 일반적이지 못한 어떠한 관행에서 벗어난 것처럼 생각할 수 있어요. 그런데 애초에 그 한계라는 것을 누가 정한거고 누가 판단한지를 짚고 넘어가는 부분이 필요했어요. 극 중 정복동 사장이 본의 아니게 유배지였던 천리마 마트를 통해 전화위복됬잖아요. 이런 상황이 기업문화를 바꿀 수도 있구나라는 걸 느끼고 본인 스스로 바꿔가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해요. 기존에 느꼈던 원작도 블랙코미디 요소가 들어가서 사회적 정서와는 조금 다르게 볼 수 있듯이 실사화한 드라마를 통해 그런 메시지를 갖고 블랙코미디랑 휴머니즘이 적절하게 섞였으면 했어요”

빠야족은 소수부족 사람으로 어떻게 보면 천리마마트 사람들같은 한국인에게는 낯선 외부인이고 특히 한국 정서에서는 친근하게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천리마마트’에서 빠야족은 보면 볼수록 정이 가는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독차지했다. 극 중에서 빠야족은 마트 직원으로서 충실도 뿐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인간미 넘치는 매력 역시 인기의 요인이기도 하다.

“‘빠야족’은 다른 나라에 와서 한국에 정착하려했고 이런 과정은 정상인데 거주민들이 빠야족을 향해 갖는 편견에 맞서 싸우고 최선을 다하는 인물이죠. 9 부쯤에 인간카트로 나오던 중에 빠야족이 노인정에 들려 어른들을 도와주고 어린애 짐을 들어주는 장면이 있어요. 여기서 아이들을 챙기고 노인을 공경하고 도와주는 건 빠야족이 갖는 정체성이 당연한데 한국사회에서는 일탈이라고 지적하죠. 이에 ‘왜 (이웃을)안 챙겨주나’라고 의문을 갖는 시점이 그 지점이에요. 그 때 점장은 ‘한국이 급변하게 빠르다보니 소홀한 점이 있었다’라고 말하자 피엘레꾸는 ‘귀찮은 건 아니냐’라고 되물어요. 그 애기를 했을 때 사장 정복동 ‘그걸 잊은 거 같다’라고 말해요. 빠야족이 갖고 있는 순수함으로 우리도 모르게 잊고 지냈던 현실 사회에 대한 그런 점을 짚고 무심하게 던지는 메시지가 좋았던 것 같아요”

빠야족의 족장답게 최광제는 촬영 전부터 캐릭터 연구를 위해 여러 공부를 했다고 한다. 최광제가 먼저 아이디어를 내 탄생한 빠야족이 구사한 빠야어는 어디선가 한번 쯤 들어봤을 법한 친근한 느낌이면서도 신선했다.

“캐스팅되고 촬영 전에 언어와 빠야족의 디테일한 설정에 대한 회의를 했어요. 회의하면서 ‘아마존의 눈물’이나 인도, 중국, 브라질에 있는 각 소수민족들의 영상을 찾아봤는데 그러면서 대중에게 쉽게 다갈 수 있는 언어는 뭘까 고민했죠. 친근감이 있어야한다는 생각에 한국말 안에서 조사와 어미로 붙였을 때 잘 맞아 떨어지는 게 뭘까를 많이 연습했어요. 그러던 중 ‘뚜’가 착 달라붙더라고요. 한국 음악 멜로디에 많이 나오기도하고 그래서 테스트 촬영 때 준비해서 대본에 있는 한국어를 빠야어로 만들어서 했는데 스텝들이 빵 터지더라고요. 그래서 언어는 그렇게 설정을 잡았는데 예상치 못하게 많이 좋아해줘서 더 확신을 갖고 방향을 정했어요. 특히 원작 웹툰 팬들이 실사화되는 걸 이해해주셔서 감사했죠”

‘마스터’ ‘이몽’ ‘미스미’ ‘미스터선샤인’ ‘암수살인’등에서 굵직한 연기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최광제에게 피엘레꾸는 그동안 보여진 이미지와 다르게 친근하고 귀엽기까지 했다. 배우로서 전환점이자 확장점이 되었다는 최광제에게 ‘천리마마트’는 어떤 작품보다 특별했다.

“많은 분들이 연락을 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셔서 정말 이렇게 ‘천리마마트’을 많이 봐주셨구나를 체험할 수 있는 작품이었고 배우로서 ‘최광제 이것도 되네?’ 이런 식으로 저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 줄 수 있었던 드라마로 기억될 것 같아요. 기회가 된다면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은 아쉬움 있어요. 시즌 2말이 나오기도 했는데 그런 이야기가 나온 것만으로도 감사해요. 시즌 2를 한다면 즐겁게 다 같이 더 좋은 이야기로 찾아뵙고 싶네요”

[더셀럽 김희서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김혜진 기자, 에이스팩토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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