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줘’ 유재명, 악한 홍경장을 ‘평범’하다고 말한 이유 [인터뷰]
입력 2019. 12.13. 07:00:00
[더셀럽 김지영 기자] 배우 유재명은 영화 ‘나를 찾아줘’의 ‘잔인하다’는 평에 우려를 표했고 악의 정점에 있는 홍경장 캐릭터에 “평범한 인물”이라고 했다. 그는 김승우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정확히 파악했고 영화 속 캐릭터들의 본질을 파고들어 관객에게 전달하려 했다.

최근 개봉한 영화 ‘나를 찾아줘’(감독 김승우)는 6년 전 실종된 아들을 찾기 위해 정연(이영애)이 낯선 곳에서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정연은 아들과 닮은 아이를 보여주지도 않으며 외면하고 배척하려고만 하는 마을 사람들에게 의구심을 품고 낚시터에서 아이의 것으로 추정되는 물건을 발견한다.

정연의 등장으로 마을 주민들은 동요한다. 수년 전 어느 할머니가 데려온 아이가 정말 정연의 아이인지 자신들도 의심하지만 애써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며 정연을 쫓아내려 하기 바쁘다. 심지어 의심하는 정연에게 화를 내고 욕을 하기 일쑤다. 불같은 성질을 내는 마을 사람들을 앞에서는 중재하고 뒤에선 권력을 이용해 움직이는 게 유재명이 맡은 홍경장이다.

홍경장은 작은 어촌 마을이 자신이 손바닥 위에 있다는 듯 행동한다. 근무시간이 아닐 때는 마을 사람들을 데려와 수렵을 나가고, 자신은 당연히 짐을 들지 않는다. 후배 경찰의 입을 막을 때 사용하는 뒷돈도 보통의 일처럼 행동한다. 더욱이 흐트러짐 없는 제복과 깔끔하게 넘긴 헤어, 코팅이 짙은 보잉 선글라스 등의 스타일은 자신이 완장을 차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으며 이를 외적으로 보여주고 싶어 함을 나타낸다.

사실 ‘나를 찾아줘’ 속 홍경장은 작품에서만 만나는 영화적 캐릭터가 아니며 주변에서 한 번쯤은 봤을 법한 인물이다. 마을의 평화를 깨고 싶지 않아 사건의 진실을 외면하려 하고 덮으려고 하는 게 우선이며 불법적인 일에 예민하지 않고 넘어가는 모습 등은 뉴스에서 봤을 법한 공무원 중 하나다. 다만 홍경장은 정연과 대립하는 인물로 극단적인 성향을 보이는 것뿐이다.

이 때문에 유재명은 홍경장을 “평범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자신이 속한 작은 공동체의 고요함이 깨지지 않도록 홍경장 나름 수습하는 것이고 이에 홍경장에겐 나름의 논리가 있다고 해석했다. 그래서 유재명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국가의 녹을 먹으면서 완장을 차고 있지만 자신이 하는 일이 나쁘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 정연이라는 인물이 우리 세계를 들어오면서 불편해지고 깨려고 하니까 방어본능이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홍경장은 소통이 안 되는 절벽 같은 느낌을 보여주고 싶었다.”



극 초반 동물의 생명을 가볍게 여기고 사냥하는 것을 취미로 즐기고 있다는 것은 폭력이 일상이 돼버린 홍경장의 내면을 보여준다. 자신보다 약한 인물을 데리고 산에 오르고 포획하는 것에 재미를 느끼며 자신의 힘을 느끼는 것. 인간의 본성을 나타내는 장면이다.

“동물살생은 폭력의 일상화와 본성을 나타내는 것이다. 인간에 내재 돼 있는 자기의 항체와 항원 같은 침범을 하면 내쳐야 하는 게 본성이지 않나. 인간의 본성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그리고 예수에게 돌을 던지는 사람도 보이지만 홍경장에겐 그 옆에 있는 사람도 보인다는 것 같다.”

마을의 평화를 유지하려고 나름의 노력을 하는 홍경장은 마지막으로 인사를 하러 왔다는 정연의 등을 떠밀며 “이제 그만 가라”고 인사한다. 내쫓듯 떠밀어 보내는 홍경장의 행동에 짜증이 날 법도 하지만, 금방이라도 다시 싸움이 붙을 것 같은 마을 사람과 정연의 전사를 본다면, 이 역시 홍경장 방식이자 친절이었고 그저 보통의 행동이었을 뿐이다.

“홍경장은 그저 ‘참 안타깝다. 여기는 없다. 다른 곳 가 봐라’는 것이다. 마을 사람들을 헤친다는 게 아니라 불편할 뿐이다. 내 영역의 공간을 침범하면서 타자의 시선에 표현이 악인처럼 그려질 뿐이다. 사실 현대인들은 다 그런 부분을 가지고 있지 않나. 극단적인 형태를 따라가 보면 현재 우리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

이후 낚시터에서 데리고 있었던 민수가 정연이 찾는 윤수와 헷갈리기 시작하자 ‘아닐 것’이라고 확신하고 또 현실을 외면한다. 극 초반, 후배 경찰이 의심으로 이를 제기했을 때 외면하고 덮어두려고 한 것에서 나아가 근거가 있음에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오해가 비극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많은 문학 작품에서 알 수 있지 않나. 그저 홍경장과 마을 사람들은 할머니가 데려왔다는 말을 믿고 있다. 민수의 얼굴을 봤을 때도 단정 지어버린다. 의심하고 남의 말을 한 번 더 확인하면 되는데 그저 자기의 느낌을 믿는다. 그 느낌과 확신에 최선을 다한다.”

영화가 전개되면서 클라이맥스에 도달한 후 빠르게 엔딩을 향해 달려간다. 윤수로 생각하고 있는 민수가 바다에 떠밀려가면서 마음을 굳게 먹은 정연은 마을 사람 모두를 칠 듯이 거침이 없다. 이러한 과정 중에 가장 길게 그려지는 장면이 홍경장과의 몸싸움이다.

“갯벌로 가기 위한 여정일 수 있다. 존재와 존재가 서로의 목숨을 걸고 어쩔 수 없이 사투를 벌이는 신인데, 모든 신이 힘들지만 그 신이 힘든 편에 속하긴 했다. 큰 틀의 엔딩에서 화두를 던지는 신이기 때문에 논리도 여정도 없이 오로지 내재 돼 있는 폭력성과 아이를 잃어버린 엄마의 처절함이 맞붙는 사투를 벌이는 전장이다. 힘들고 고통스러웠지만 즐거웠다. 근래에 보기 힘든 좋은 장면이라고 생각한다.(웃음) 이러한 장면 때문에 저희 영화를 ‘세다’ ‘수위가 높다’고 표현하는데, 사실 아프다고 하는 게 맞다. 감정이 공유된 상태에서 아프고 슬프지 않나. 감정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지 폭력의 경중을 나타내려고 했던 게 아니다.”

‘나를 찾아줘’에서 가장 공들였을 장면 중 하나인 물이 차오르는 갯벌에서 대립하는 정연과 홍경장의 모습은 끈질기고 처절하다. 악에 받치고 분노만 남은 홍경장은 정연과 하늘에 대고 소리친다. “다른 사람들은 남 일에 관심이 없는데 왜 너만 그러냐”고.

“홍경장의 마지막 대사는 정연에게 직접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악다구니다. ‘왜 나한테 이러냐’는 것이다. 그건 틀림없이 정연이 겪었을 감정이고 누군가도 느낀 감정이다. 어떤 세계관을 대표하는 대사인 것 같기도 하다. 그게 아마 객석에 앉아있는 관객이라면 잘 전달됐으면 하는 마음이다. 타인의 아픔을 공유하는지, 진실을 외면하려는 것은 아닌지 돌아봤으면 한다. ‘내 것이라는 이름으로 무덤덤하고 무감각해진 현대인은 아닌가’라는 메시지가 전달됐으면 한다.”



2019년을 가장 바쁘게 보낸 배우 중 한 명인 유재명은 올해만 들어서 케이블TV tvN 드라마 ‘자백’, 영화 ‘비스트’ ‘악인전’ ‘돈’ ‘윤희에게’ ‘속물들’ 등 특별과 우정출연을 포함해 일곱 편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그렇게 바쁘지 않다”며 여전히 연기 열망을 드러냈다.

“다들 각자만의 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저는 제 시계대로 한 발 한 발 가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많이 한 것도 사실이긴 하지만 아직 버겁거나 힘들지 않다. 하지만 버거워지고 부담스러워지면 저도 어떠한 선택을 할 것이고 대중도 그렇게 생각을 한다면 태도를 달리하지 않을까. 저는 제 걸음으로 가고 있으며 급하지도, 조급하지도 않다. 주어진 작품에서 신나게 작업을 하고 동료들과 수고를 나누고 또 새로운 작품이 들어오고. 감사함이 매사에 있다 보니까 그게 계속 작품을 참여할 수 있는 원동력인 것 같다.”

그는 연극무대에 주로 서면서 비교적 늦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단역과 조연을 경험하고 드라마 ‘응답하라 1988’과 ‘비밀의 숲’을 통해 대중의 인지도를 쌓아온 그는 올해 비로소 주연의 자리를 꿰찼다. 유재명은 과거와 지금을 비교하면서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가는 듯했다.

“많은 것들이 바뀐 것은 사실이다. 저는 그대로인데 제 안에 변화가 있었을 것이다. 그런 것들을 늘어놓고 정리를 하는 마지막이기도 하고. 올해 많은 일이 있었는데 메모에 ‘공부하고 훈련하고 열심히 노동하자’는 말을 반복해서 썼다. 그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어떠한 상황으로 돌아가도 노동이라는 가치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된다. 부족하고 모자라면 공부를 해야 하고. 몸이 예전 같지 않으면 훈련을 해야 한다. 배우는 놓는 순간 게을러지니까. ”

이날 인터뷰의 말미 유재명에게 영화의 선택을 고민하는 관객들에게 용기를 내줄 것을 부탁했다. 보기 전과 후가 다르고 극장 문을 열고 나설 때 공기가 다르게 느껴질 영화 ‘나를 찾아줘’의 강점을 내세웠다.

“영화가 좋은데, 부담을 느끼신다면 오히려 용기가 필요할 것 같다. ‘나를 찾아줘’는 경쟁하기 위해서 만든 게 아니다. 저희는 저희 나름의 신념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주변에 슬픔을 겪고 계신 분들을 이전과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게 된다면 충분한 장점이라고 본다.



[더셀럽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워너 브러더스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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