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 웹툰보다 무거움은 덜고 유쾌함은 더했지만 [씨네리뷰]
입력 2019. 12.18. 11:21:27
[더셀럽 김지영 기자] 검정고시 학원비를 중고 오토바이 사는 데 탕진한다. 잘 달리는 것 같던 오토바이는 시동이 제대로 걸리지 않고 아슬아슬하다. 영화의 ‘시동’의 초입부가 전체와 같다.

18일 개봉하는 ‘시동’(감독 최정열)은 방황하는 청소년 두 명의 이야기를 그린다. 매번 엄마(염정아)와 부딪혀 결국 집을 나가는 고택일(박정민), 할머니와 둘이 살면서 가난에서 벗어나고자하는 우상필(정해인)의 이야기가 중심이 된다.

엄마를 떠나 군산으로 향한 고택일은 우연히 중화 요리집에서 일을 시작하고 새로운 인물 거서이형(마동석), 소경주(최성은), 공사장(김종수), 배구만(김경덕)과 인연이 닿는다. 서울에 남은 우상필은 김동화(윤경호)의 도움으로 대부업체 일을 시작한다. 반듯한 옷차림, 깔끔하게 넘긴 헤어스타일로 마치 금방이라도 어른이 된 것 마냥 착각한다.

‘시동’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했다. 웹툰은 대부분 어두운 분위기로 흘러가지만 ‘시동’은 관객의 다양성에 초점을 맞춰 밝고 쾌활하게 그리려했다. 이에 영화의 색채 또한 밝은 색상으로 이뤄져있고 산뜻한 느낌을 선사한다.

이 때문일까. 미성년자임에도 음주와 흡연을 일삼아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고 욕을 해도 귀에 거슬리진 않는다. 고택일은 엄마, 거석이형(마동석), 소경주(최성은) 등 모든 인물들에게 맞아 기절하는 게 일쑤. 심각한 상황일 수 있지만 시간이 좀 지난 후 깨어나 정신을 차리는 모습을 유쾌하게 풀어냈다.

쾌활하게 그려지는 ‘시동’의 웃음은 전적으로 마동석이 맡았다. 영화 속 시그니처가 된 분홍 맨투맨과 단발머리로 전에 본적 없던 귀여운 면모를 발산한다. 잠을 잘 때는 눈을 다 뜨고 자고, 그룹 트와이스의 안무를 따라하며 ‘싸대기’ 한 번으로 고택일을 기절시키는 등의 행동들로 폭소를 연발하게 만든다. 다수의 작품에서 거친 카리스마만 보여줬던 그였기에 ‘시동’ 속의 모습들은 반전으로 다가온다.



극 중 캐릭터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벗어났거나, 벗어나기 위해 애쓴다. “어울리는 일을 해라”는 말이 종종 나오는데,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인물들은 어울리는 일을 찾아서 열심히 달려간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몸담고 있었던 일이 어울리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며 성장한다.
하지만 서두에서 ‘중고나라’에서 산 오토바이가 언덕을 채 오르지 못하고 시동이 힘없는 소리를 내며 앞으로 나아가질 못하는데, 이러한 모습이 ‘시동’의 전체 맥락 같다. 캐릭터들의 선택과 행동에 이유가 없이 이어진다. 각자 ‘어울리는 일’을 하려 노력하는 이들의 선택까지는 납득이 가능하나, 결론이 모호해진다. 결국 ‘시동’이 말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조차 흐려지는 결과에 다다른다. 특히나 베일에 가려져 있는 거석이 형을 마지막까지 써먹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결국 중반까지 웃음만 담당하고 후반에선 존재의 의문까지 남을 정도다.

더불어 웃음으로 승화하려 한 폭력도 가학적으로 느껴진다. 때리고 기절하는 순간에는 가벼운 웃음으로 넘길 수 있으나 영화를 보고 나면 마음이 찜찜해진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설정을 굳이 미성년자로 정했어야하는지도 의문이다. 미성년자의 흡연, 음주, 가출을 가벼이 그리는 것은 오히려 문제가 될 듯하다.

‘시동’은 연말 특수를 노리고 개봉한 작품 중 하나로 ‘백두산’ ‘천문: 하늘에 묻는다’ 중 가장 먼저 관객과 만난다. 극장가에 먼저 출사해 초반 선점을 흥행까지 이을 수 있을까. 웹툰보다 가볍고 유쾌한 재미가 있는 ‘시동’은 전국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더셀럽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영화 '시동' 포스터,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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