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 하늘에 묻는다’ 지나침은 오히려 역효과 [씨네리뷰]
입력 2019. 12.26. 11:08:06
[더셀럽 전예슬 기자] 물음표에서 출발해 기발한 상상력이 더해졌다. 세종과 장영실이 함께한 업적 뒤로 생긴 빈틈을 채운 팩션 사극의 탄생이다. 하지만 두 천재 사이의 관계를 집중하다 보니 지나친 감정 몰입은 조금의 아쉬움을 남긴다.

영화는 조선시대 세종 24년 당시 일어난 ‘안여 사건’으로 강렬하게 시작된다. 그리고 안여 사건이 일어나기 4일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다 20년 전, 장영실(최민식)과 세종(한석규)가 어떻게 처음 만나게 됐는지 액자식 구조로 풀어간다.

백성들의 안위를 위해 조선의 정확한 시간을 측정하고자 했던 세종. 그는 명나라의 지배를 벗어난 독립적인 천문 사업을 시작하고 싶어 한다. 그러던 중 관노임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과학 지식을 지닌 장영실을 만나게 되고 두 사람은 함께 각종 천문의기를 발명해낸다.

하지만 비밀에 부쳐왔던 천문 사업이 결국 명나라에 발각되고 장영실은 사대의 예를 어겼다는 죄목 아래 명나라로 압송될 위기에 처한다. 벗 장영실을 잃을 상황에 처한 세종. 그러던 어느 날, 장영실이 제작한 안여를 타고 행궁에 나서던 중 부서져 내린 바퀴로 큰 사고를 당한다. 안여를 제작한 장영실은 사건의 책임자로 몰리게 된다.

‘최민식, 한석규의 재회’란 점에서부터 이미 ‘믿고 보는’ 영화로 자리매김했다. 1997년 개봉한 ‘넘버 3’(감독 송능한), 1999년 개봉된 ‘쉬리’(감독 강제규) 이후 20년 만에 또 다시 연기 호흡을 맞추게 된 두 사람의 호흡은 무슨 말이 필요할까.



최민식은 장영실을 순수하게 표현해낸다.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고 자신이 꿈꾸던 일을 실천하는 모습은 천진난만한 아이 같다. 그동안 다른 작품에서 보여줬던 카리스마 있고 강렬한 연기가 아닌 최민식의 새로운 얼굴이다.

SBS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 이후 다시 한 번 세종 역을 맡은 한석규는 백성을 위하는 성군의 인자한 모습부터 강직한 신념까지 그려낸다.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내면의 갈등까지 밀도 있게 보여준다.

특히 장영실과 세종이 함께 발명품을 재현해내는 과정은 디테일하게 담겨 생동감이 넘친다. 모두가 인정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인 만큼 최민식, 한석규는 132분간의 러닝타임에서 관객들을 몰입하게 만든다.

다만 장영실과 세종의 ‘브로맨스’가 지나치게 강조된 탓에 후반부에 접어들어선 두 사람의 긴 서사가 압축된 느낌을 받을 수 있겠다. 극적인 사건 없이 감정 표현만 앞세우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벌어진 갈등과 멀어지게 된 과정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것. 중요한 흐름을 놓치고 있어 중반부터 ‘늘어진다’는 생각이 들 수 있겠다.

영상미나 소품 등 보는 재미는 쏠쏠하겠다. 영화에 등장하는 장영실의 발명품들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재현,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했음을 엿보게 한다. 특히 장영실과 세종이 문풍지에 구멍을 뚫어 별을 보는 장면은 잊을 수 없는 명장면이다.

‘천문: 하늘에 묻는다’는 조선의 하늘과 시간을 만들고자 했던 세종과 장영실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오늘(26일) 개봉. 러닝타임은 132분. 12세 이상 관람가.

[더셀럽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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