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9억의 여자’ 정웅인 “좋은 아버지 역할로 대상받는 게 꿈” [인터뷰]
- 입력 2020. 01.30. 14:40:13
- [더셀럽 전예슬 기자] 소름 돋는 연기의 1인자다. 하지만 ‘배우 정웅인’과 실제 모습의 정웅인은 180도 다른 매력을 지닌 인물이었다. 툭 던지는 너스레에 빵빵 웃음을 터트리게 만드는 그를 보며 ‘기분 좋은 에너지’가 넘쳐났다.
기자는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KBS2 드라마 ‘99억의 여자’(극본 한지훈, 연출 김영조 유관모) 종영 후 정웅인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99억의 여자’는 우연히 현찰 99억을 움켜쥔 여자가 세상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그렸다. 정웅인은 극중 정서연(조여정)의 남편 홍인표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그는 성공에 대한 열망과 열등감, 아내를 향한 집착,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라면 피도 눈물도 없는 광기 어린 소시오패스 홍인표를 시시각각 돌변하는 표정과 눈빛, 목소리, 액션을 선보이며 차원이 다른 악역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오작교 형제들’로 남우조연상을 받았어요. 이후 일이 없었죠. 8개월 정도 쉬었는데 이후 들어온 작품이 ‘너의 목소리가 들려’였어요. 처음에는 8부작만 출연하는 거였어요. 일단 저를 찾은 것이 감사해 출연을 결정했죠. 그러다 드라마와 역할이 잘돼서 16부작까지 민준국이 나와야한다고 하더라고요. 그 작품은 저의 인생에 터닝 포인트에요. 제가 등장하지 않아도 이름이 회자된다는 자체로 어디 있는 느낌, 공포감을 줬죠. ‘99억의 여자’도 악역이에요. 주인공을 괴롭히고 불편함을 주고 아내를 학대하고. 하지만 감독님은 악역이지만 정웅인이라는 사람이 하면 남들이 그렇게 안 볼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걱정하지 마, 이 역할을 해도 정웅인의 가정을 알고 특유의 미소 등을 사람들이 아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라고 하셨죠. 역시나 감독님의 말씀이 맞았어요. 감독님께서도 ‘저를 믿고 따라와 달라’라고 하셨어요. 이 인물이 이렇게 만들어진 것에 대해 감독님에게 감사드려요. 홍인표란 인물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현장에서도 상의를 많이 했어요. 서로 아이디어를 상의했던 현장은 오랜만이었죠.”
정웅인은 ‘99억의 여자’에서 선량한 얼굴 뒤 숨겨둔 치밀한 모습부터 정서연과 돈, 두 가지 모두를 가지려는 야망 가득한 홍인표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극 몰입까지 이끈 그는 매회 뚜렷한 존재감을 입증시키기도. 정웅인은 능청과 섬뜩함을 오가는 홍인표 역을 어떻게 해석했을까.
“나름 좋은 대학에 가려고 했고, 직장생활을 하려고 했던 인물이에요. 아내와의 관계에서도 아이가 생겼다가 없어졌는데 이후로 관계가 소원해졌죠. 회사 일도 잘 안 되면서 사회부적응자가 된 거예요. 초반, 우리 드라마가 정서연이라는 캐릭터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선 홍인표 인물을 통해 해야만 했어요. 그래서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저의 아내가 반대했죠. ‘너무 불편하고 이제 이런 역할 하지말자’고 하더라고요. ‘재밌는 역할, 아이들도 있는데 예능해야지’라고. (웃음) 최종적으로 캐스팅되면서 해야만 하는 상황이 됐을 때 ‘하늘의 뜻이구나, 지천명이라 받아들여야 하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정서연에게 힘을 실어줘야겠다고 생각했죠. 감독님께서도 오히려 ‘자극적으로 찍읍시다’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야만 조여정 씨도 힘을 받을 것 같다고 하셨어요. 어느 정도 홍인표란 인물을 통해 정서연과의 관계가 잡힌 것 같아 저로선 기분이 좋아요.”
앞서 정웅인은 SBS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 민준국 역할로 한 차례 악역 이미지를 선보인 바 있다. 민준국을 통해 그는 희대의 악역을 탄생시켰다는 평을 들었다. 다시 한 번 악역을 맡는다면 그 이미지가 고착화 될 수 있다는 부담감이 뒤따랐을 터.
“없어도 문제고 있어도 문제에요. 연기자라면 당연히 있어야하는 거죠. 평생의 숙제고. 그런 것들 속에서 연기 스펙트럼을 어떻게 넓혀갈 것인가, 젊은 연기자들도 올라오고 있으니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그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것인가, 나름 50대를 잘 보내서 60대에는 원하는 아버지상을 표현했을 때 잘 될 것인가, 그때도 나를 찾아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꾸준히 하고 있죠. 이번에 경험한 것은 확실히 홍인표란 인물에 대해 대학교 때 배웠던 것을 대입시켜봤어요. 그의 과거 행적, 습관, 사회적인 인간에 의해 어떤 인물이 됐는지 공부했던 것을 바탕으로 홍인표에 빗대었죠.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한 번 더 생각하고 고민하고 감독님과 상의해서 그 의견이 반영되고 표현된 거예요. 나만의 스펙트럼을 넓혀가는 건 제 자신과의 싸움이에요. 매너리즘에 빠지지 말고 나태해지지 말고 현장에서 거만해지지 말고 등은 저 나름대로 숙지하고 되새기고 공부하려 하죠.”
1996년 SBS 드라마 ‘천일야화’로 데뷔한 정웅인은 드라마뿐만 아니라 영화, 공연 등에 출연하며 탄탄한 연기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다. 매 작품마다 독보적인 캐릭터를 탄생시키며 꾸준히 대중을 만나고 있는 그에게 작품을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무엇일까.
“일단은 캐릭터예요. 기존에 했던 것과 다른 느낌을 찾는 건 평생숙제죠. 그런 작품이 늘 오진 않아요. 훌륭한 작가를 만나는 건 저희들의 꿈이에요. 그런 분을 만나면 캐릭터가 잘 살아요. 그렇지 않은 작가를 만나면 캐릭터를 보게 돼요. 이 캐릭터가 이 시대에 잘 흡수되나, 아니면 상대배우와 했을 때 과연 시너지가 잘 발휘가 될지 그런 것에 대한 고민을 하죠. 작품은 결과적으로 운이에요. 운이 60% 이상이죠. 이번만큼은 배우들의 호흡이 너무 좋았어요. 열의를 가지고 뛰어든 작품은 오랜만이었죠. 여정 씨도 ‘오빠를 만나서 너무 다행이야’라고 하더라고요. ‘그렇지 않은 작품들도 많아. 오빠 연배에 후배들을 아우르고 작품에 열의를 가지고 캐릭터를 고민하고 상대역과 회의하는 것도 오랜만이야’라고. 너무 좋아했어요. 저 또한 그렇게 느낀 것에 대해 상대배우가 참 중요하구나를 느꼈어요. 시너지가 잘 쌓여서 폭발된 거죠.”
지난해 JTBC 드라마 ‘보좌관 -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 시즌1, 2에 이어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까지 열일 행보를 이어온 정웅인은 올해도 쉼 없이 달릴 예정이다. 그가 꿈꾸는, 그가 바라는 ‘배우 정웅인’, 그리고 ‘인간 정웅인’으로서 목표는 무엇일까. 무엇이 됐든 새로운 얼굴로 대중 앞에 설 그의 행보가 궁금해진다.
“올해도 다른 모습으로 보여드리는 게 꿈이에요. 저를 통해 희로애락을 느끼셨음 해요. 제 위치에서 이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어요. 40대를 넘길 때 50대를 준비한 기억이 나요. 그때 나는 어떤 모습일까 했을 때 50대를 넘기면서 60대의 계획을 세우죠. 주말드라마에서 좋은 아버지의 역할로 대상받는 게 꿈이에요. 그때는 저만의 아버지상을 보여줘야 하고 끊임없이 좋은 연기를 보여드려야겠죠? 정웅인이 나온다고 하면 기대하면서 봐주셨으면 해요.”
[더셀럽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큐로홀딩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