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번 다시 없어야 할 비극" 재연으로 돌아온 '여명의 눈동자'[종합]
- 입력 2020. 01.30. 16:15:19
- [더셀럽 김희서 기자] '여명의 눈동자'가 한국 근현대사의 아픔을 재조명하며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사한다.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는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프레스콜이 열렸다.
‘여명의 눈동자’는 일제 강점기부터 한국 전쟁에 이르는 격도의 시대를 살아낸 여옥, 대치, 하림 세 남녀의 운명적이지만 애절한 사랑을 담은 뮤지컬로 동아시아 전쟁 10년의 세월을 관통하는 장대한 서사를 담담하면서도 섬세하게 풀어냈다.
배우 테이, 온주완, 오창석이 맡은 최대치는 일본군으로 징용된 남경 부대에서 여옥과 만나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지만 버마 전투에 끌려가게 되면서 여옥과 이별을 맞는 인물이다.
‘여명의 눈동자’로 처음 뮤지컬 무대에 오른 오창석은 “드라마만 하다가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평소에 노래하는 것도 좋아했다. 이번에 제의가 들어왔을 때 해 보고 싶은 생각이 문득 들어 도전하게 됐고 처음에는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몰랐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지 좋은 극장에서 하는구나 생각했는데 이 자리에 서는 게 뮤지컬 배우들에게도 영예로운 곳인지 알게 되고 하다보니까 뮤지컬이 쉽지 않다는 걸 느꼈고 처음 도전하는 공연 이지만 앞으로도 작품하기 위해서 잘 도전했다는 생각이 들고 이 작품에 폐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공연이 끝나는 날까지 열심히 하려고 한다”라고 밝혔다.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과 등장인물들의 삶을 통해 우리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관통하는 뮤지컬로 초연에 이어 선보이는 재연 무대에서는 역사의 배경이 되는 서울, 난징, 상해, 하얼빈, 사이판, 제주, 지리산을 오고 가는 다양한 공간의 표현을 고정된 스크린, 구조물 등 서사극 형식의 무대 디자인에 디테일한 변화도 있었다.
‘여명의 눈동자’ 연출을 맡은 노우성 연출가는 “큰 구조나 콘셉트는 초연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초연에서 관객들과 소통했던 방법들을 이번 공연에서는 어떻게 녹여낼지 고민을 많이 했고 대극장임에도 관객들이 가까운 거리에서 배우들이 구연해내는 역사 현장을 생동감 있게 감상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 같다”라며 “초연과 재연의 어떤 콘셉트가 달라지기보다 관객과 소통하는 공간을 세종문화회관에 잘 녹여내는데 집중했다”라고 전했다.
그런가하면 테이는 초연에서는 장하림 역을 맡았으나 재연에서는 최대치 역으로 분했다. 같은 극에서 배역 변동이 있었음에도 흔쾌히 출연을 결심하게 된 계기에 대해 테이는 “이해받기 쉽지 않은 인물인데 정이 갔다”라고 운을 뗐다.
그는 “초연 때 하림 뿐만 아니라 역사적 배경 공부를 하면서 각 배경과 연결된 인물간의 관계들을 공부하면서 대치라는 인물이 외롭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편으로는 친구 같은 마음이 있었는데 새로 준비할 때 연출 감독님이랑 음악감독님께 다시 제의를 받고 저도 하고 싶은 마음이 맞아서 외로워 보였던 대치를 선택하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테이에 이어 초연과 재연에 출연한 김지현은 이번 공연에서도 윤여옥을 맡았다. 그는 ‘여명의 눈동자’가 갖는 의미가 굉장히 크다며 공연을 임한 소감을 전했다.
김지현은 “이 작품을 처음 받았을 때 너무 좋아서 세상에 보여주고 싶은 사람이었는데 초연을 힘들게 올리고 이번에는 굉장히 좋은 환경에서 공연을 하게 돼서 기쁘다. 처음부터 제 마음에 들어와서 운명처럼 거절할 수도 피해갈 수도 없는 작품이 된 것 같다”라며 “관객 분들이 잘 봐주셔서 감사하고 이번 공연에도 많은 분들이 와서 저희와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다”라고 소망을 드러냈다.
여러 작품을 통해 뮤지컬 무대에 오른 경험이 있는 온주완은 ‘여명의 눈동자’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제가 어렸을 적에 기억에 남아있던 원작 드라마가 있었지만 최재성 선배가 한 대치와는 다르게 표현하고 싶었다”며 “나만의 색깔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다. 테이 형이나 창석 형 같은 경우 배우들 마다 표현하는 게 달라서 다행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앞서 초연 당시 ‘여명의 눈동자’는 임시정부수립 100주년 기념으로 관객들을 만나게 됐다. 자칫 서로 다른 이념을 주제로 다루는 이 이야기를 이 시대에 다시 맡게 됐을 때 연출이나 기획 단계에서 노우성 연출가는 역사적 의의를 강조했다. 노우성 연출가는 “이 작품은 어떻게 보면 1943년부터 1950년 한국 전쟁까지 한국 근현대사에서 아픔이 컸던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다뤘다”라고 운을 뗐다.
그는 “일제 강점기 당시 일본이 점령했던 모든 나라애서 1945년 원자폭탄이 투하되고 일본이 항복하면서 모든 국가 내에서 내전이 일어났다. 중국, 베트남, 한국도 다 발발했는데 그 이념 대립이 있기 이전에 그 갈등구조를 일제강점기 때부터 바라봐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 만큼 당시 독립 운동했던 이념 대립의 역사도 함께 조명해서 살펴볼 사건 중심으로 다루려고 노력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6.25전쟁을 꼭 무대 위에 다뤘으면 했지만 너무 힘든 조건들이 많아서 그것에 축소판 제주 4.3사건을 다룬 것이다. 어제까지 친구였던 사람들이 서로에게 총을 겨눌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를 한국전쟁에서 찾아봐야 할 부분으로 배치하고 극 마지막 장면인 지리산에서 아무것도 선택할 수 없었던 세 사람이 온몸으로 고스란히 감당해야 했던 선조들의 이야기가 전달되기를 바랐다”며 “어떤 해석들이 땅에서 두 번 다시 일어나지 말아야 할 비극이라 생각하고 여기 있는 배우들이 음악들과 함께 부르짖고 있다”라고 공연이 갖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여명의 눈동자'는 동명의 드라마를 극화한 작품으로 일제 강점기인 1943년 겨울부터 한국 전쟁 직후 겨울까지 동아시아 격변기 10년의 세월을 겪어낸 세 남녀의 지난한 삶을 통해 한민족의 가장 가슴 아픈 역사와 대서사를 완성도 높게 담아낸 창작 뮤지컬. 오는 2월 27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더셀럽 김희서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권광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