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히트맨’ 권상우, 슬럼프 없이 달려올 수 있었던 이유 [인터뷰]
- 입력 2020. 01.30. 17:07:10
- [더셀럽 전예슬 기자] 액션과 코믹까지 잘하는 배우 권상우. 그가 이번엔 영화 ‘히트맨’으로 돌아왔다.
기자는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히트맨’(감독 최원섭) 개봉을 앞둔 권상우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히트맨’은 웹툰 작가가 된 전직 암살요원 준(권상우)이 그리지 말아야 할 1급 기밀을 술김에 그려버리면서 국정원과 테러리스트의 더블 타깃이 돼 벌어지는 스토리의 코믹 액션이다. 권상우는 극중 웹툰 작가가 된 암살요원 준을 맡았다.
“작품 선택 시기에 여러 책들을 읽었어요. 책은 잘 읽혔는데 처음엔 ‘뭐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처음부터 ‘히트맨’을 하고 싶은 건 아니었어요. 이후 다시 보니까 점점 (포인트가) 보이더라고요. 정준호 선배님도 똑같이 느꼈다고 하셨죠. 묘한 매력이 느껴졌어요. 계속 생각나고 생각할수록 재밌었어요.”
지난해 10월 영화 ‘신의 한 수: 귀수편’을 통해 관객들과 만난 권상우. 이 영화 역시 액션 장르다. 귀수를 통해 타격감 강한 액션을 선보인 바 있는 권상우는 ‘히트맨’에선 어떤 차별점을 두고 연기했을까.
“양으로 치면 이번에 액션이 훨씬 많았어요. ‘신의 한 수’는 분위기상 많아 보인 거죠. 이번에는 전직 암살요원이라 공격하는 것보다 간결하게 방어하는 신이 많아 합이 복잡해보이지 않았어요. 영화가 가진 색깔이 가볍고 명랑하기 때문에 코믹한 설정이 가능했던 영화라 편안하게 촬영했어요.”
권상우는 ‘말죽거리 잔혹사’ ‘야수’ 등의 작품을 통해 액션배우로서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다. ‘히트맨’에서는 절제되면서도 파워풀한 기교의 연기를 보인 그는 모든 액션 장면을 대역 없이 촬영했다고.
“모든 동작의 액션을 소화했어요. 안한 게 있다면 책상을 밟고 회전하는 장면 하나죠. 창문에 거꾸로 매달려 담배를 태우는 장면도 와이어 장면이라 스태프들이 2~3시간 세팅을 하고 있더라고요. ‘나 저거 와이어 없이 할 수 있어’라고 해서 세팅한 것들을 다 치우고 했어요. 모두 놀라더라고요. 하하. ‘암살요원 준인데 해야 하지 않겠냐’라고 하면서 촬영했던 기억이나요.”
‘동갑내기 과외하기’ ‘탐정’ 시리즈를 통해 생활밀착형 코믹 연기의 진수를 보여준 권상우는 이번에도 장기를 발휘했다. 암살요원 준에서 ‘짠내’나는 가장 수혁을 어떻게 표현하고자 했을까.
“‘히트맨’ 이야기의 중심은 가족이에요. 영화 ‘탐정’ 때도 집안에서 아내에게 구박받고 육아를 담당하면서 추리를 하는 게 주된 매력이었죠. 이번에는 꿈을 위해 웹툰 작가가 됐지만 수입이 변변치 않고 가정에 부담을 안기면서 살아가는 각박한 가장이에요. 가족들에게 해줄 수 없는 것에 대한 뭉클함도 있고 그 와중에 가족을 구하기 위해 뛰어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죠.”
준과 함께 국정원 에이스라인을 완성해낸 인물은 덕규. 카리스마와 웃음이 공존하는 국정원 악마교관 이 역할에는 정준호가 맡았다. 두 사람은 러닝타임 내내 코믹 ‘티키타카’를 완성해나갔다.
“정준호 선배님은 조성모 씨의 뮤직비디오에서 처음 만났어요. 신 촬영을 앞두고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맞춰졌죠. 서로 티키타카가 잘 맞았어요. 선배님도 많이 내려놓고 재밌게 촬영하셨죠. 그게 쉬운 건 아니거든요. 코미디는 허세를 부리면 안 되는데 그런 연기를 할 때 내려놓는 노력을 해주셨어요. 특히 액션 후 지쳐있으면 현장 분위기를 선배님이 신경써주셨어요. 이런 것들이 좋았어요. 마음의 의지도 됐고요. 선배님이 덕규 역할을 해주신 건 신의 한수였어요.”
누군가는 권상우를 향해 말한다. 코믹과 액션을 모두 잘하는 독보적인 배우라고. 배우로서 자부심을 느끼지 않냐는 말에 권상우 역시 공감했다.
“자부심이 있어요. 나이가 들수록 장점이 되죠. 나이 설정에 맞춰 액션을 잘하는 배우로 인정받으면서 그런 장르의 작품을 꾸준히 하고 싶어요. 배우 생활을 하는 동안은 꾸준히 저를 관리하는 게 목표이기도 해요. 아직까지는 자신 있어요. 액션에 대해.”
지난 22일 개봉한 ‘히트맨’은 170만 관객을 끌어 모으며(1월 30일 기준) 박스오피스 2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설 명절을 앞두고 개봉된 이 영화는 가족, 연인, 친구 등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웃음을 예고한 것. 동시에 ‘가족’을 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영화를 보는 분들 입장에선 가장에게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남자들에겐 항상 가장의 무게가 있어요. 가족들에게 좋은 것 사주고 싶고, 가족들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있죠. 준은 편한 곳이 한 곳도 없는 인물이에요. 웹툰이 인기가 없어 편집장에게 시달리고, 딸도 아빠로서 인정해주지 않고, 아내도 남편을 한심하게 보고. 또 국정원과 테러리스트들은 준을 잡으려 쫓아오고. 항상 불안한 현대인들의 모습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극복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유쾌하게 희망을 얻을 수 있고, 꿈을 찾아가는 이야기니까 희망적인 메시지를 줄 거라 생각해요. 건강한 웃음인 거죠.”
액션, 코믹뿐만 아니라 멜로까지 넘나들며 대중을 사로잡기란 쉽지 않다. ‘권상우’라는 배우를 입증하기까지 가한 노력이, 그리고 걸어온 길이 헛되지 않았음이 느껴진다. 지칠 법도 하지만 꿋꿋하게 걸어올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저 스스로 슬럼프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어쩔 수 없이 어떤 작품을 해도 안 되는 시기도 있었어요. 그건 어쩔 수 없는 거예요. 누구에게나 굴곡은 다 있는 것 같아요. 누가 끝까지 가느냐의 싸움이죠. 그 순간에도 저는 슬럼프라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나이가 들면서 사람으로서 점점 철이 드는 과정일 수 있어요. 옛날에는 모든 게 내 것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에서 자유로워진 것 같아요. 편해지더라고요. 어떤 작품에서 연기가 부족했을지 모르겠지만 이제까지는 최선을 다해서 후회가 없어요. 할 때는 제가 가진 능력 안에서 최대한 몸 사리지 않고 했죠. 영광이든 오점이든, 앞으로가 중요한 거예요. 인간이 즐겁게 살 수 있는 이유 또한 미래에 대한 기대와 꿈 때문이잖아요. 미래의 가치를 보고 사는 거죠.”
“연기하고 싶은 욕구가 늘 있다”라고 강조한 권상우. 그렇다면 그가 꿈꾸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과거 인터뷰에서 ‘연기를 안 하고 있을 것 같아요’라고 한 적 있어요. 그런데 그게 잘 안 되더라고요. 하고 싶은 작품도 많고 좋은 작품을 만나서 다양하게 도전하고 싶어요. 그동안 일을 해오면서 중심에 있는 것도 쉬운 게 아니니까 그걸 잘 지키고 싶어요. 연기하고 싶은 욕구가 늘 있습니다.”
[더셀럽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