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호, ‘히트맨’에 투영한 가장의 삶 [인터뷰]
입력 2020. 01.31. 17:51:42
[더셀럽 전예슬 기자] 4년 만의 스크린 복귀다. 코미디 장르로 오랜만에 돌아온 만큼 가감 없이 선보였다. ‘원조 코미디 장인’ 배우 정준호의 이야기다.

기자는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영화 ‘히트맨’(감독 최원섭) 개봉을 앞둔 정준호를 만나 영화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히트맨’은 웹툰 작가가 된 전직 암살요원 준(권상우)이 그리지 말아야 할 1급 기밀을 술김에 그려버리면서 국정원과 테러리스트의 더블 타깃이 돼 벌어지는 스토리의 코믹 액션이다. 정준호는 극중 전설의 국정원 악마교관 덕규 역을 맡았다. 정준호는 “우리 영화는 한 번 보고 두 번 보면 볼수록 재미가 더하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처음 영화를 보고 나서 새로운 시도라고 생각했어요. 웹툰을 실사화하고 그래픽 디자인을 통해 새로운 장르의 영화를 개척한 거죠. 새로운 장르가 영화 속에 잘 버무려져서 1020 관객들이 좋아할 수 있는 게 매력 포인트에요. 4050대 장년층이 좋아할 수 있는 영화의 코미디이기도 하고요. 신구의 조화가 잘 돼 있죠. 저희가 한 연기는 오버스럽고 낯 뜨거울 수 있는데 지나고 나면 항상 아쉬운 게 많아요. 연기는 늘 아쉬움을 채우는 작업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 아쉬움을 채우려고 계속 작품을 하는 것 같아요. 아쉬운 부분도 있고 만족스러움도 있지만 ‘히트맨’을 통해 오랜만에 스크린에 인사드리게 돼 반가워요.”

영화 ‘두사부일체’ ‘가문의 영광’ 등의 작품을 통해 본인만의 개성 넘치는 코믹 연기를 선보이며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정준호. 2016년 ‘인천상륙작전’ 이후 4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했고 오랜만에 출연한 코미디 장르라 소회가 남다를 듯하다.



“‘두사부일체’가 2001년도쯤이었어요. 거의 20년 가까이 지났죠. 그때는 슬랩스틱 코미디, 상황을 만들어 놓고 그 상황에 맞춰하는 거라 끼나 촉, 감 등 개인기 위주의 코미디가 유행했어요. 연출적인 의미에서도 연기자의 장점을 활용해 시추에이션을 만드는 코미디 장르가 많았죠. 또 그때 당시에는 조폭물들이 많았어요. 조폭들을 미화해서 코미디 요소들을 접합한 거죠. 이후 남자들 간의 진한 우정과 의리, 배신 등 느와르가 나왔고요. 예전의 코미디 장르는 대부분 인신공격을 하고 사람을 괴롭히거나 슬랩스틱, 구강액션 등이 많았어요. 세월이 지나면서 속도도 빠르고 템포도 빠르게 바뀐 거죠. 연기자 톤이나 대사도 상당히 빨라졌어요. 옛날식으로 가면 요즘은 다 느리다고 생각해서 관객들도 무슨 대사를 할지 짐작을 해요. 읽히는 연기를 하면 재미가 없으니까 관객들보다 빨리 치고 나가야하죠. 그만큼 눈높이가 높아졌고 시대의 흐름을 민첩하게 반응하고 호흡하지 않으면 상당히 노멀한 연기가 될 수 있어요. 특히 코미디는 현장, 파트너, 공간에서 일어나는 호흡이 중요하기 때문에 대사와 다이얼로그가 있어도 애드리브를 인정해줘요. 감독님께서도 현장에서 순발력으로 나오는 애드리브를 채택해 써주세요. 뜻하지 않게 건지는 것도 있지만 대본의 틀을 너무 벗어나 애드리브로 가면 중심라인에서 벗어날 수 있기에 강약 조절을 잘해야 해요. 속도가 빨라진 것에 대해 적응하려고 하죠.”

‘히트맨’은 최원섭 감독의 입봉작이다. 입봉작품에 흔쾌히 출연을 결정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 정준호는 이 영화에 어떤 매력을 느껴 출연하게 됐을까.

“처음엔 1020대 웹툰 같아 어색하고 낯설었어요. 한 번 읽고 두 번 읽었을 때 매니저에게 전화를 했죠. 계속 읽을 때마다 새록새록 머릿속에 꽂히는 게 ‘이런 매력이 있구나’라고 ‘히트맨’의 매력을 알게 됐어요. 상우도 그렇게 생각했다고 하더라고요. 완편을 보니까 속도감도 있고 빠르게 전개되다 보니까 시나리오에서 느낀 신선함은 파격적인 시도라고 봤어요. 최원섭 감독님이 파격적인 시도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오랜 기간 ‘히트맨’을 준비하면서 그의 장점과 경험, 입봉 감독의 비애 등이 이 영화에 담겼기 때문이에요. 그게 장점으로 보인 거죠.”

코믹, 액션 장르지만 가족애도 담겨있다.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가장의 무게, 짠내 가득한 현실을 그려낸 것. 정준호 역시 준이 처한 처절한 현실에 깊은 공감이 갔다고 한다.

“준이 월 50만원 씩 받고 일하는 등 처절한 삶의 일부분을 감독님의 삶 일부분과 접목했다고 하셨어요. 준은 누구도 알아주지 않고 멸시당해도 무모하리만큼 자신의 꿈을 좇아가고 그 인생 속으로 달려가잖아요. 동시대를 살아가는 가장으로서 울컥했어요.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꿈이고, 나의 꿈을 말한다고 해도 알아주지 않잖아요. 꿈을 좇는 아버지, 가장으로서 희생하는 모습에 공감했죠.”



정준호는 권상우와 영화 속에서 코믹 ‘티키타카’를 완성한다. 두 사람은 마치 공을 주고받는 듯한 연기로 러닝타임을 채운다. 촬영 전 약속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러운 호흡이 나올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조성모의 뮤직비디오에서 처음 만났고 이후 행사나 모임에서 가끔 봤어요. 시나리오를 받고 준이라는 캐릭터를 읽었을 때 ‘이건 누가 하면 어울릴까’ 생각했죠. ‘히트맨’의 주는 권상우고 그에 맞는, 잘하는 사람을 뽑은 것 같아요. 그만큼 잘 어울리고 준이라는 캐릭터를 권상우가 잘 소화했죠. 암살요원의 테크니컬한 부분과 가정에서 보여준 짠내나는 리얼한 삶, 준의 두 모습이 권상우와 상당히 잘 맞았다고 생각해요. 권상우와 충청도 동향인데 ‘어떻게 할 게’라는 말을 안 해도 자연스럽게 현장에 녹아났어요. 선배들을 잘 배려하고 주인공으로서 작품을 이끌어가는 모습을 보고 ‘메인으로서도 농이 익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1995년 MBC 24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정준호. 그는 연기뿐만 아니라 사업도 10년간 병행하고 있다. 연기와 사업을 병행하기란 쉽지 않은 일. 그는 이날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직업이 연기자예요. 사업을 하면서 좋은 점도 있지만 어려운 점도 공교롭게 겹치더라고요. 방해요소가 돼 후회도 해봤어요. 10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노하우가 생겼어요. 그래서 지금은 작품에 들어가면 집중할 수 있게 위임을 하죠. 연기는 집중하지 못하면 앙상블이 이뤄지지 않아요. 방해요소가 되는 건 확실하지만 그 방해요소를 장점화 시키는 것도 있어요. 사업으로 얻어지는 경험, 사람들을 캐릭터에 승화시키면 여유가 생기죠. 한길만 바라보고 표현하는 것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경험하면 캐릭터를 분석하는 차이가 생겨요. 그런 장점을 살리려고 해요.”

‘히트맨’은 현재 170만 관객을 넘어서며(1월 31일 기준) 200만 관객을 향해 질주 중이다. 정준호는 “덕규도 2편에서는 결혼을 하고 저의 특기인 충청도 스타일의 사랑을 보여주고 싶다”라며 ‘히트맨’ 시즌2 제작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그러면서 예비관객들에게 ‘히트맨’ 만이가지는 강점을 강조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무모하리만큼 꿈을 좇아 처절하게 살아가는 한 가장의 아픈 인생과 가족을 사랑하는 가장으로서, 아버지로서 따뜻함과 깊은 마음이 담긴 영화예요. 영화를 보고 나서 훈훈하고 따뜻하게 후기를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적극추천하고 싶어요. ‘히트맨’의 또 다른 장점은 한국영화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거예요. 영화를 보시는 분들은 생소할 수 있어요. 현실에서 다루기 힘든 장면들을 그래픽 디자인과 웹툰으로 다룬 것이기 때문이죠. 미리 알고 보시면 이해가 빨리 가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거예요.”

[더셀럽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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